솔직히 말하면 잡담입니다만, 요즘 일본의 젊은이 생활에 대해 시사 게시판에서 글이 많이 올라오는것 같아
어줍잖게 이렇게나마 제 의견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서론으로, 누구를 비하하려는 의도도 없고, 콜로세움을 만드려는 의도도 아니며, 그냥 제가 일본에서 살면서 느낀점,
사회학과 현대사회-시민,지방자치 세미나에 속해있으면서 듣고, 본 것들을 서술하려고 합니다.
이 글을 읽고 기분이 언짢으신 분들도 그냥 저사람은 저렇게 느끼고 생각했구나 라고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저도 아직 공부하는 입장이라 전문적인 지식은 별로 없어서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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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제 스물 네 살이 되는 일본 국립대학교 사회학과에 재학중인 청년입니다.
일본에선 알아서 많은 경험을 하게 되더라구요. 저번 대선때 한국 대사관에서 선거관리위원도 해보고,
남자로선 특이하게 유니클로 직원이나, 큰 놀이동산 어트랙션 매니저도 해봤구요.
접시닦이부터 식당보조, 홀서빙, 택배 상하차, 식품공장 등등 알바도 정말 많이 했습니다.
동경에서 2년을 지내고 지금은 후지산 산자락 밑 대학교에서 공부를 하고있습니다.
요즘 베오베에도 올라오고 하는 시사글중에 " 한국보다 일본이 젊은이 살기가 좋다 " 라는 글이나,
" 한국은 일본의 저런점은 도입하고 적극적 수용을 해야 하는것이 옳지 않겠느냐 " 라는 글을 많이 접합니다.
과연, 일본은 젊은이들이 살기 좋은 나라인걸까요?
되도록이면 정치이야기는 하지 않고 그냥 젊은이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야기해보려구요.
일단 현 일본 상황만 말씀 드리자면,
동경 최저임금은 평성26년(2014년) 10월 1일 발효 888엔입니다. (미성년자 제외) 8800원 정도라고 보시면 되겠네요.
주휴나 보험같은것은 적용이 안되지만, 최저임금에 딱 맞춰서 주는 곳도 솔직히 없습니다. 대부분 900엔 대거나 더 위죠.
일본이 프리터(아르바이트/파트타임 으로만 생계를 유지하는 젊은이)대국이 된 이유겠지요
당시 20살이었던 제가 일하던 가게의 점장님과 손님이 없어서 그냥 잡담을 하고 있었을 때 점장님이 그러시더라구요.
"일본사회에서는 일의 귀천이 아니라 일의 난이도에 따라서 다른 임금을 주는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그 사람의 시간과 노동력을 고용주가 사는 것이기 때문에 더 잘 주려고 노력해야 가게도 잘 되는거라고 배운다"
라구요. 솔직히 이런 생각은 20년동안 해본적이 단한번도 없었습니다.
한국에선 피씨방 알바면 얼마, 편의점 알바면 얼마 대체적으로 그 값이 정해져 있어서
아 이정도겠구나.. 라는 느낌으로 받아들이고 각각의 매장에서 힘든 시간대가 복불복일 가능성도 있죠.
하지만 일본에서 오래도록 알바를 해본 경험으론, 확실히 시급이 높으면 힘들고, 시급이 낮으면 그만큼 쉽습니다.
돈은 이만큼 받는데 힘들다 하면 때려치고 그만큼 주는 일을 찾으면 그만이더라구요.
같이 일했던 일본의 젊은이들도 똑같았습니다. 자기가 힘들다 하면 그냥 그만두더군요.
그때부터 아직도 연락하는 일본인 친구중 한명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 그때 내가 그만둔건, 시급은 높아서 좋은데 그냥 거기서 일하면 내가 내 생활에 안정감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였어 다른 이유는 별로 없는것 같은데? " 라구요.
요즘의 일본의 젊은이들은 욕심이 없다고들 합니다. 유행어대상에도 오른 "사토리 세대" 가 바로 그 말인데요.
젊은 사람들의 심리와 행동을 연구하는 것으로 유명한 교육학자 오기 나오키尾木直樹씨의 말에 따르면,
"의욕이 없다" "소비를 하지 않는다"와 같이, 윗세대에게 잔소리를 듣는 지금의 20대는 헤이세이불황(잃어버린 20년 이라고도 불리는 91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일본의 경제침체기)속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어떤 종류의 해탈(사토리)에 이르른 젊은이들.
윗사람에게 반항하지 않고 순응하며 살아가기 시작한 젊은이들 그리고 어린이들은 어른들에게 잘보이고 선생님에게 "좋은 아이"로 보이려고 노력하는 일종의 쇼를 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2000년대 초반, 대학교 교양 수업에 가서 "중고등학생때 선생님한테 절대로 반항하면 안돼 라고 생각했던 사람?" 이란 질문을 던졌더니 1학년만 손을 들었었습니다. 이때 깨달은 것이죠.
요즘 젊은이들의 트위터에는 "혼자서 ~ 했다" 라는 글이 유행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하면 '실제로 혼자인데, RT가 오니까 혼자가 아닌것처럼 느껴지는 가공의 만족감' 을 느낄수 있다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이런결과로, 요즘의 회사 상사들은 신입사원들에게 위화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실제로 어떤 회사에서 신입사원을 뽑았는데, 첫날 저녁에 그만두겠다고 전하며 그 이유가 "상사들이 날 챙겨주지 않는다, 난 열씸히 어필하는데" 라고 했다고 해요. 상사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책상을 좀 치워달라 라고 한 이후 지시가 없었기 때문에 상사가 날 챙겨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라고 했다고.
결국, 지금의 청년들은 어디서든 안정감을 찾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심적인 안정, 인간관계의 안정, 생활의 안정. 그 이상의 것을 욕심내거나 하는것은 지금의 청년들에게선 안정감을 뺏는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요즘 세대들이 그런 소리를 듣는 것이겠지요.
일본의 경제 침체기 뒤에는 버블 경제라고 불리는 시대가 있었습니다. 젊은이들이 경제의 주 축이었죠.
하지만 지금의 20대들이 태어난 1990년대 전후로는 일본의 전체적인 불황기였던지라,
버블 경제를 살아오면서 갑자기 침체된 경제속에서 살아가는 부모님들을 보며 자란 것도 한 이유가 된다고 합니다.
또,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 의 저자 후루이치 노리토시 씨의 주장으로는,
세대간 격차나 취직난에 힘들어하는 젊은이들의 생활만족도나 행복도가 실제론 높은것을 시사하고, 동시에 '젊은이'라고 하는 세대론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지금의 젊은이의 사회공헌지향, 이타적인 성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그들이 Consummatory (꾸준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자기목적적, 자기완결적, 때로는 찰나적인 것을 지향하는 자세) 라고 불리는 세대에 살고있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을 알고 사회를 변화시키고 싶다면, 자기중심적이 되는것도 때로는 필요하다고 언급한다. '인권이라는 것은 자기 마음대로 하는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그것을 조정하는 정치의 가능성 위에, 젊은이는 '자기중심적'이 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의 젊은이들의 생활을 지지하는 기반이 되는 정책은 사회적인 세금이나 지출등을 예로 들면,
일단 일본의 소비세는 8퍼센트입니다. 현재 일본의 물가는 현저하게 떨어졌다고 보시면 됩니다.
동경 대형마트 기준으로 120엔이면 콜라 한펫트를 살수있고, 쌀 10키로에 2000엔이면 살수있죠.
음식점의 물가도 그렇게 비싼편이 아닌지라 하루에 1000엔 조금 넘는 가격에 하루 2끼를 밖에서 먹을 수 있습니다.
일본의 시급은 900에서 1000엔. 한시간 일하면 두끼를 먹을수있죠. 사치를 부리지 않는다면.
방값은 보증금이 없고 수수료만 지불하고 들어가 2년계약으로 평균 매달 4-5만엔 정도를 냅니다.
아르바이트도 세금이 떼어지므로 (세금 떼는 방식은 곳곳마다 다릅니다만) 대체적으로 3-5퍼정도 됩니다.
전기세도 한달에 원룸인경우 4-7천엔 선이고, 가스,수도,인터넷까지 합치면 1만 5천엔 정도.
일주일에 4일, 8시간 시프트 기준으로 시급 1000엔이면 36시간 X 4주 = 144,000엔.
충분하고도 남는 금액이죠. (대부분 8시간 안에 밥을 주는데도 많으니.. 그부분도.)
그렇다면 직장인들은 어떨까요?
대체적으로 남성이든 여성이든 20대의 평균 연수입은 매우 줄었습니다.
특히나 눈에 띄는 점이 남성의 수입인데요, 전반 후반 전부 40만엔 가까이 떨어져 있습니다.
수험전쟁이 격렬화되고 재수생이 증가하며, 취직빙하기가 계속되는 일본의 현실을 잘 드러내고 있지요.
하지만 왜 일본의 젊은이들은 삶의 질로서는 행복할까요?
결국, 지금의 일본의 젊은이들은 힘든 상황에 있지만 자기중심이나 자기애적인 부분을 중시하고 있어서
그것을 조정하는 정치의 가능성(젊은이들의 생활을 지지하는 기반이 되는 정책 등)이 한국보단 잘되어있는 것은
확실한 부분이기 때문에, 일본의 젊은이들의 삶의 만족도는 그 바운더리 밖에 있는 사람이 보기보다 높다는 것이죠.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안정감을 극도로 중시하는 세대의 도래와 알바만 해도 먹고 살 수'는' 있는 사회이므로
한국에서 유행했던 드라마 '미생'과 같은 회사에 들어가서 치고박고 죽기살기로 살아가는 청년의 모습이 아닌,
안정을 도모하고 유학이나 무리한 진학을 포기하며 현실에 안주하며 주위사람들에게 이타적으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 일본의 현대 젊은이의 모습입니다. 그것이 그들의 행복인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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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이와 같은 상황이 닥쳤을때, 어떤 모습이 펼쳐질까요.
중학교 고등학교부터 점수와의 악연을 짓고 입시전쟁, 대학 내에선 학점전쟁,
졸업하니까 취업전쟁, 취업하니까 사내경쟁. 한국의 젊은이들은 이세상에서 제일 치열하게 사는 젊은이일 것입니다.
기초적인 생활은 알바나 파트타임으로 살수있고 (어느정도의 저금까지 할수있으며)
일본과 같이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강해 중소기업에도 취업 희망도가 높다면 어떨까요.
우리나라 젊은이들도 일본의 젊은이들처럼 어느 부분 " 해탈 " 하면서 사는 세대가 펼쳐질까요.
일본의 경제력은 세계 3위라고 합니다. 인프라도 세계 최고급이란것도 다들 아실겁니다.
하지만 그 경제력의 주 축이 되어야만 하는 젊은이들의 집단적인 해탈증상은,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요.
저와 같은 이글을 읽으시는 모든 젊은 청년들은 느끼실겁니다.
별로 우리는 큰 희망이나 큰 욕심을 부리는 것도 아닌거 같은데 왜 세상은 이렇게 힘들고
날 못살게만 구는건지. 정치는 또 왜저래서 젊은 사람 살기 힘들게만 하는건지.
유토피아라는 이론을 만들어낸 토마스 모어도 알고 있었던 겁니다.
‘ou(없다. 영어의 no)'와 그리스 어 ’topos(장소. 영어의 place)'를 합쳐서 만들었던 것처럼,
언뜻 좋아보이는 정책이나 나라에도 모순점은 있기 마련이라는 것을.
알고보면 이세상 어느나라에도 젊은이가 살기 좋은 나라는 찾기 힘들것 같습니다.
오늘도 힘내세요 이세상의 젊은이들.
당신이 세상의 중심입니다. 힘내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