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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menbung_56748
    작성자 : toddle
    추천 : 10
    조회수 : 1138
    IP : 162.158.***.251
    댓글 : 27개
    등록시간 : 2017/12/07 12:32:14
    http://todayhumor.com/?menbung_56748 모바일
    고통의 기다림 1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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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6년 7월 18일 아침 6시 30분이었습니다.

    평소 습관대로 아침운동을 나서시던 어머니가 잠자던 가족들을 깨웠습니다.

    늦잠을 자다 얼떨결에 깨워진 저는 짜증섞인 목소리로 대답을하며 어머니가 계셨던 아파트 복도로 나가봤지요.

    "ㅇㅇ아, 저기 저거 사람 아니니?"

    저희 아파트는 서울시 은평구의 가장 구석의 능선을 따라 서울과 경기도의 경계가 갈리는 거북산의 산자락을 끊고 닦아 지은 아파트여서 복도 쪽에서도, 발코니 쪽에서도 산이 보이는 곳이었습니다.

    복도쪽에서 보이는 산과 아파트의 경계는 2미터에 다다르는 높은 콘크리트 담장이 있고 담장 위로도 꽤나 높은 철조망이 쳐져 있는 형태였습니다.

    어머니가 가르킨쪽은 콘크리트 담장위의 철조망의 안쪽이었습니다.

    그쪽은 사다리없이 담장을 타고 올라가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거북산의 등산로로 진입한 뒤 일부러 길이 없는 수풀속을 헤치고 들어가 철조망을 넘어야 도달할 수 있는 위치였지요.

    그곳을 자세히보니 분명히 사람인 듯한 형체가 엎드린 채 미동도 없이 있었습니다.

    저는 우선 인터폰을 이용해 경비아저씨께 연락을 했습니다.

    저희집이 있는 층까지 올라오신 경비아저씨는 저희 가족과 함께 그쪽을 한참 확인하시더니 아무래도 진짜 사람인 것 같으니 당장 경찰에 연락해달라고 하셨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머니가 발견하신 그 형체는 실제 사람이 맞았고 저희 아파트의 옆동에서 투신자살을 하신 한 중년부인의 유체였습니다.

    이십년이 더 지난 일이라서 이 지점 이후의 그날의 일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아마도 곧 학교를 가느라 그 뒤에 경찰이 도착하고 난 뒤의 일을 모르는 것 같네요.

    자살자가 나왔다는건 분명 안타까운 일임에는 분명하지만 냉정히 말하자면 그렇게 떠나는 분들의 경우가 희소한 일도 아니기에 "대단찮은 일일 뿐이다." 라고 생각해버릴 수도 있겠지만 제가 그날의 일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건 사후 경찰조사에서 밝혀진 자살자분의 안타까운 사연때문이었습니다.

    부인의 바깥분되시는 분은 수도여고에서 선생님으로 계셨던 '고상문씨' 였다고합니다.

    고상문씨는 결혼 후 당시 임신중이었던 부인분을 남겨두고 네덜란드로 해외연수를 떠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해외연수중 여행차 잠시 노르웨이의 오슬로에 방문하십니다.

    안타까운 사연은 여기서 발생합니다.

    1979년 4월 16일, 고상문씨는 오슬로의 시내에서 여권이 들어있던 여행가방을 분실하게되었고 그 사실을 알게된 후 곧바로 택시를 잡아타고 여권분실신고와 임시신분증 발급을 위해 한국대사관으로 향했다고 했답니다.

    하지만 한국이 남북으로 나뉘어진 분단국가라는걸 택시기사가 몰랐던 것이었을까요?

    택시가 멈춰 선 곳은 대한민국 대사관이 아닌
     북한대사관이었고 고상문씨는 그자리에서 북한대사관 직원과 경비들에게 붙잡혔다고합니다.

    이 부분의 디테일이 부족해서 몇가지 의문점이 남긴 하지만 (택시가 대사관 영내로 들어갔던 것일까요?) 아무튼 여권분실로 정신이 없던 고상문씨는 어리둥절한 채 그대로 납북이 되어버렸답니다.

    이후 6월 30일 북한은 고상문씨가 자진 귀순을 했다는 인터뷰방송을 송출합니다.

    하지만 임신한 부인이 한국에 있고 그럴 정황이 전혀 없다는 점으로 미뤄보아 이 사건은 귀순이 아닌 납북이었다는 점을 인정 받았습니다.

    그 후 고상문씨는 탈북을 시도하다 붙잡혀 간첩혐의로 정치범수용소에 갖혀있는 모습을 탈북 영화감독인 신상옥(1926 - 2006)씨에게 목격됩니다.

    그 뒤 국제사면위원회의 노력으로 1994년 7월 정치범수용소에서 석방되었음이 확인되었지만 아직도 북한을 벗어나지 못하고 계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상문씨의 부인인 조복희씨 (향년44세)는 결혼 10개월만에 남편과 생이별하고 홀몸으로 임신했던 딸을 낳아 기르며 살아오셨지만 투신자살 이전까지도 오랬동안 우울증, 신장병, 갑상선이상에 시달려오셨음이 가족들과
    주변지인들의 증언으로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끝내 저희 아파트에서 몸을 던지심으로 고통뿐이던 삶을 스스로 마감하셨습니다.

    이런 사연들이 뒤늦게 알려지시면서 저희 어머니는 최초발견자로 신문사와 인터뷰도 하시고 다음날 신문에 "최초목격자 안모씨"로 사진도 실리셨습니다.

    (이걸 로토사진이라고 부르던 거였던가 가물거리는데 얼굴사진만 작은 원형으로 오르는 형태였습니다.)

    지금도 북한에 계실거라고 추측할 뿐인 고상문씨와 스스로 삶을 마감하신 부인 조복희씨, 그리고 아버지 얼굴 한번 보지못한 채 어머니까지 잃고 살아가고계실 두분의 따님이 모두 행복해지셨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에서도, 북한에서도, 그리고 하늘나라에서도요...
    출처 http://mnews.joins.com/article/3300328

    https://namu.wiki/w/%EA%B3%A0%EC%83%81%EB%AC%B8%20%EB%82%A9%EB%B6%81%20%EC%82%AC%EA%B1%B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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