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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허리디스크가 재발 아니 재재발 하는 바람에 허리디스크로 일을 그만 두고 대리운전을 하고 있는데 그 일 마저 하지 못할 지경이 되었네요.
지금 우리 가족은 최저생계비도 벌지 못하고 있지만 형이라는 일할 수 있는 가족 구성원 한 명 때문에 차상위계층이 되어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하네요.
형은 무슨 반항심이 많은지 작년까지 히키코모리로 지내면서 꼴에 진보 공부 좀 했다고 아는척을 하더니, 퍼스트드림이라는 인터넷 폰팔이를 하면서 50만원이나 빚지고 다단계로 빠졌네요. 하. 지금 집 밖으로 나가서 연락을 안하고 있습니다. 제가 안 하는 것도 있지만요.
아버지가 노동능력이 없다고 증명하면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자격이 생기지만 아버지는 내심 하기 싫은 눈치인 거 같아요. 그렇죠. 자신이 무능력하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꼴이니까요. 그렇다고 아버지가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버지는 허리를 붙잡고 또 대리하러 밖으로 나가네요.
언제부터 이런 시련이 온 걸까요? 지금 당장 하루하루 먹을 것을 걱정해야 하고, 앞날이 전혀 보이지 않는 이 상황에서. 누굴 원망해야 할까요? 십 몇년전 철학관에 미쳐 수억을 갇다 바치고 끝끝내 용서를 구하지 않고 갑자기 돌아가신 엄마를 욕할까요? 아니면 신세 한탄이나 하며 꼴에 진보 좀 안다고 설치면서 결국은 다단계로 빠져버린 형을 원망할까요? 그것도 아니면 엄마가 미쳐갈동안 눈치 채지 못하고, 결국 이 지경까지 간 아버지를 원망할까요? 아니면 이런 상황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저를 원망할까요? 참 답답하네요.
더 웃긴건 이 시련에 익숙해졌는지 딱히 제 문제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루 종일 라면으로 때우고 돈이 없어 하고 싶은 공부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인데도 이 시련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마 무뎌진 제 감각 때문일수도 있고, 이 시련을 제대로 받아들이면 견딜 수 없기에 나도 모르게 도망치는 것일수도 있죠. 뉴스에 가난 대물림이 나오지만 딱 제 얘긴데도 불구하고 저는 애써 남 얘기라며 외면하고 있습니다.
벗어날 방법은 있기나 할 걸까요? 앞날이 너무 어둡습니다. 이대로 지낸다면 결국은 죽음밖에 없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하느님께 기도를 해봐도 제 맘은 달라지지 않는군요. 저는 다만 작은 위로를 받고 싶습니다. 제 주변 사람들에게 하소연하고 싶어도 제 속살을 다 보여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너무 답답하네요. mri 찍으라 할까봐 병원도 가지 못하는 아버지. 나에게 큰 트라우마를 준 형. 그리고 우리에게 고통만 남긴 채 떠난 엄마. 가족이라는 게 이렇게 큰 고통의 굴레일줄이야. 아아 진짜 모르겠다. 대상없는 분노가 저 머릿속에서 자라나고 있네요. 앞날이 보이지 않습니다. 앞날이.
남들처럼 사랑하고 싶지만 이런 저에게 사랑을 하라는 것은 날개 부러진 새에게 날으라고 하는 꼴이네요. 태어날 때부터 날 수 있는 존재였지만 지금 현실에서는 날지 못하는 새가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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