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2009년 겨울, 군생활 두번째 혹한기 훈련을 앞두고 훈련준비에 한참이었음.

그때 본인은 중대 쓰리고,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병장이었음. 분대원들 하나하나 챙겨가면서 훈련에 쓸 준비물들을 챙기고 감기걸리지 않게 방한도구도 챙기라고 조언(이라고 쓰고 갈굼이라 읽는다)을 해주고 있었음.

여기서 잠시, 나와 소대장의 악연을 설명하겠음.

2007년 5월, 훈련병 일인용 32사단 입소, 2007년 5월, rotc 후보생, 김사탄 육군 소위 임관.

2007년 7월, 이병 일인용 제x탄약창 x경비 x소대 x분대 전입, 2007년 7월, 소위 김사탄 이하 같음.......

본인과 같은 달 입대, 같은 달 전입을 온 신임 쏘가리였음. 별명이 김사탄인 이유는 진짜 지독할만큼 독실한 크리스챤이었지만 사병들에게 하는짓은 사탄과도 같았기에 동기였던 이TK중위가 지어준 별명이었음. 레알 사탄의 현신, 마귀새끼....ㄱㅅㄲ...

김중위의 단점은 너무나도 많았지만 가장 큰 단점은 강한놈에게 약하고 약한놈에게 강하다 였음.

상,병장들에게는 큰 소리도 못치고 찌질대지만 일,이등병 킬러로 소문이 자자했음. 물논 쏘가리때는 고참이 둘이나 있었기 때문에 사탄까지는 아니었음.

그다음으로는 멈출수 없는 식탐........보통 간부들은 쪽팔려서라도 병사들이 먹는걸 뺏어먹거나 병사들에게 얻어먹는 일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됨.

하지만 김사탄은 둘 다 했음.....

본인은 현역시절 정비병이라는 비인가 보직이 있었음. 이게 뭐냐하면 전투복에 붙는 각종 마크들(계급장, 부대마크, 중대비표 등등)을 미싱으 박는 작업을 하는 보직이었는데, 이게 주말 개인정비 시간을 쪼개서 해야하는거라 밥이 딸릴땐 굉장히 짜증이 났었음. 하지만 계급이 올라갈수록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에 작업을 열외하고 그냥 신병, 진급자들 계급장이나 치는게 훨씬 편하다는걸 간파하고 일부러 병장때까지 부사수를 뽑지 않았음. 하지만 소대마다 정비병이 있었기에 내가 하는건 동기들, 몇 없는 선임, 그리고 분대원들의 A급정비만 해줄 뿐이었음.

정비병은 셋, 중대원 약 100명 그리고 미싱은 한대.....당연히 멀쩡할 리가 없다. 결국 고장이난 미싱을 들고 시내로 수리를 하러 나가는데 인솔간부로 김사탄이 나타났음. 속으로 ㅆㅂ을 외쳤지만 어쩔수가 없었음.

시내에서 미싱을 수리하고 김사탄이 저녁을 먹고 들어가자고 함. 나는 속으로

'이새퀴가 왠일로 저녁을 먹고 가자그러지?' 라고 비싼거 얻어먹어야지~라는 생각에 즐거웠으나 그 즐거움은 단 5분이었음.

김사탄이 안내한 곳은 시내 극장가에 있는 떡볶이골목.......1인분 천원.......빨간오뎅 세개 천원........

결국 둘이 먹은건 떡볶이 2인분, 순대1인분 튀김1인분.....합 5천원......그리고 내가 계산함......

김사탄은 다처먹고 아무렇지도 않게 미싱을 들고 정류장으로 사라짐.....아 저 ㄱㅅ....

뭐 다른 단점들을 찾으면 몇십개는 나오겠지만 가장 큰 저 두가지였음. 거기다가 김사탄은 본인을 굉.장.히. 싫어했음. 난 내가 미움살만한 짓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을 했지만 김사탄은 갈궈도 나, 정확히는 같은 소대 동기였던 본인외 3명을 싫어했음. 그거도 자기 소대 인원들임에도 불구하고.

정확히 저놈이 우리들을 싫어한다고 느낀때는 일병에서 상병으로 진급을 할때, 없어졌던 진급심사가 생김. 일병때까지만 해도 주특기는 내가 생각해도 내가 동기들 중 에이스였음. 김첨지같은 욕쟁이 선임소대장 조차 주특기시간에는

'상병장들 ㅅㅂ! 저 일인용만큼만 좀 해봐!' 라고 칭찬할 정도였으니.....(내 자랑 아님....주특기 그거 사회에서는 말짱 꽝임 ㅜㅜ)

진급심사때 다른 과목은 전부 통과하고, 선임소대장조차 칭찬한 내가, 김사탄 자기가 맏은 과목에서 시원찮았다고 진급누락을 시킴.....

동기 6명중 2명만 상병진급, 본인 포함 4명 진급누락......이때부터 김사탄과 나는 잠정적 전쟁상태로 돌입하게 됨....

너무 글이 길어지면 다 안읽으실거 같으니 나머지는 다음에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