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김동환 기자] [기사수정 : 16일 오전 10시 36분]
"박근혜 후보님, 본인과 나경원 전 의원 중 누가 이쁘다고 생각하세요?" '그들만의 잔치'였다. 대학생 사회자의 질문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민망해하면서도 "저는 예쁜 사람이 아니고 나경원 의원이 훨씬 이쁘죠"라고 답했다. 객석에서는 헛웃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박근혜 후보는 15일 한국대학생포럼이 주최하는 '박근혜 대선후보 초청, 그녀에게 직접 묻고 직접 듣는다' 토크 콘서트에 참석했다. 대학생들과 대선주자 간의 소통을 장을 마련한다는 게 행사 취지였다. 박 후보는 이날 일정 중 가장 많은, 2시간가량을 이 행사에 할애했다. '유력 대선후보'에게 직접 묻고 직접 듣는다는 콘셉트에 현장에 온 대학생들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고려대학교에서 온 김규철(30)씨는 "여성의 사회 참여가 신장되어야 국가가 발전할 수 있다는 박 후보의 생각에 동의한다"면서 "여성 취업의 발목을 잡는 육아 문제에 어떤 해답을 제시할 지 궁금해서 왔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는 한국대학생포럼 소속 학생들 이외에도 대학생 300여 명과 일반인 50여 명이 몰렸다. 그러나 이날 행사 내용은 청중들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내용이었다. 주최측인 한국대학생포럼의 편파적인 진행 때문이었다. 한국대학생포럼 측은 행사 시간의 절반을 박 후보의 일대기 설명으로 채우는가 하면, 질문도 종이에 미리 적어서 내게끔 했다. 그렇게 걷힌 질문들 중 몇 개를 사회자가 골라서 대신 질문하는 방식이었다.
"등록금 문제는 반드시 해결을 해야하고 그렇게 할 것" 이날 박 후보에게 던져진 질문은 다섯 개. 그중에는 '어머니가 그립지 않느냐'는 질문도 있었다. 청중들이 사전에 제출한 질문 중 '독도 문제에 대한 입장', '낮아지는 청년 취업률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 '여성고용 40%를 달성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 등 날카로운 내용들은 박 후보에게 건네지지 않았다. 청중들의 현장 질문도 허용되지 않았다. 정책과 관련된 질문에는 박 후보 특유의 '정답 화법'이 답변으로 제시됐다. 박 후보는 '반값 등록금'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방법을 묻는 질문에 "등록금 문제는 반드시 해결을 해야하고 그렇게 할 것"이라면서 "가장 사정이 어려운 소득 하위 10%에 대해서는 등록금을 무료로 하고 나머지는 소득 수준에 연계해서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학자금 대출 이자부담도 만만치 않다"고 강조하면서 "현재 3.9%인 금리를 계속 낮춰서 실질 금리가 0%가 되도록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이 첫 투표라 제대로 알고 찍으려고 왔다"고 자신을 밝힌 대학생 김아무개(20)씨는 박 후보의 답변을 듣고 "허탈하다"는 반응이었다. 그는 "반값등록금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묻는 건 예산 마련이나 이런 점을 물어본 것"이라면서 "거기다 대고 '반값등록금은 낮춰야 하죠'라고 답은 누구나 하겠다"고 비판했다. 또한 박 후보는 여성가족부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는 여성을 남성을 보조하는 존재로 인식하는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여성, 특히 어머니가 걱정 없이 잘 생활을 하게 되면 여성이 행복해지고 남편의 내조도 잘 하게 되며 어르신도 잘 모시게 된다"면서 "그러면 가정과 대한민국이 행복하게 되는데 (여성가족부의) 사명이 막중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경희대학교에서 온 소아무개(20)씨는 그는 "여성가족부 존재 의미에 대해 남자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말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늘 본 박 후보는 말하는 게 다 두루뭉술하고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생각을 갖고 계신 것 같다"면서 "여성가족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평했다. 콘서트에서 시종일관 여유... 행사장 밖에선 '항의' 방문자 몸싸움
유난히 돌발 상황이 없는 구성 탓이었을까. 박 후보는 콘서트에서 시종일관 여유있는 태도를 보였다. 사회자의 질문에 답을 하다 말고 곧 출시될 '박근혜 펀드'에 참여해 달라고 펀드 홍보를 할 정도였다. 박 후보는 행사가 끝난 후에는 고질적인 손 통증에도 30분가량을 할애해 대학생들과 사진 촬영을 하고 악수에 응하기도 했다 이날 콘서트를 참관했던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은 행사 이후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통화에서 "콘서트 내용이 나쁘지 않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박 후보의 일대기 설명이나 정책 문제에 대한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에 대해서도 "젊은 층이 박 후보를 잘 모르니 한 번쯤은 이런 기회가 필요한 것 같다"면서 "토크 콘서트가 원래 정책을 심도 있게 얘기하는 자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가 열린 서울 건국대학교 새천년관에서는 박 후보 방문에 항의 의사를 표하는 건국대 노동자연대 대학생 5명과 쌍용자동차 해직 노동자 8명, 사복 경찰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건국대 학생들은 '유신독재 계승자 환영하지 않는다', '노동없는 경제민주화 기만행위 그만하라'등 구호를 외쳤고,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쌍용차 국정조사를 수용할 것을 촉구했지만 경찰에 밀려 건물 바깥으로 강제로 쫓겨났다. 한편, 한국대학생포럼은 2009년 3월 설립된 우파 성향의 대학생 단체로 2010년 '북한의 연평도 무력포격 규탄집회'와 2011년 '복지 포퓰리즘 반대를 위한 표어 및 칼럼 공모전' 등의 행사를 개최하는 등 보수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