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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도를 닦는데
절안과 절 밖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정희를 보면서
세속 떠나
머리깍고 중이 된 겸덕보다
머리는 치렁치렁하고,
화장도 찐하고,
옷도 엠마누엘 웅가로풍으로다
소시적 패티김버젼으로 입고서
왁자지껄 술집을 하는 정희가
훨씬 제대로 도를 닦는 도인으로 보였다.
요새 여성사이트마다 시끄러운
비혼이 어떻고
기혼이 어떻고
요사이 벌어지는 그 숱한 논쟁들도
결국은 누가누가 덜 외롭고, 덜 고독하며, 덜 드럽게 혼자아닌가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 의미에서
아주 대어 놓고,
처절하게 외롭고, 고독한 모습을 보여주는 정희는
내벽이 단단하니 외벽을 붙들 수 있다는 장인정신으로
꿋꿋이 버티다가 홀로 새가 되어버려 허탈한 이선균보다
훨씬 안팎이 일관된 사람이다.
이십년이란 세월이
어찌 나를 두고 떠난 애인에 대한 감정만으로 흘릴 세월이던가
멀쩡한 육신으로 천년만년 살자고
법적으로도 맹세하고
가족앞에서도 떳떳하게 식도 올리고
자식새끼 조랑조랑 낳아 놓고도
아침밥 잘 먹고 나서,
그날 저녁에 돌아 오지 못하는 그런 황망한 이별도..
지리멸렬하게 사네 못사네 수십년을 살아내고,
구경꾼도 지쳐, 가족도 지쳐
호호백발이 되어서도 안물안궁 싸워대며 살아가는
잘라내지 못한 인연도..
바로 위층에 있는 살림집을 가기 위하여
일층에 손님 보내고
가게를 나와 온 동네를 돌고 돌아
다시 돌아가는 그녀의 귀갓길도
다 절밖에서 도 닦는 사람들의 길이다.
겸덕의 마음이야
내 알랴만은
세상을 구할 도를 찾아 산속에 들어 갔다가도
아름답고, 처절하게 외로운 여인이 있으면
중노릇 때려 치고, 뛰쳐나와 살림차리고,
술집 셔터라도 내리는 것이
내 맘에는 더욱 부처님뜻에 합당해 보이더만
세상만사 아동바동 살다가,
범생이 친구놈 이선균이 하는 거 보니,
저래 살아도, 많이 억울할 꺼같고
세상에는 가망없으니,
산속으로 들어 갔다는
중새끼 따위가 문밖을 걸어 잠그고 닦은 도가
세상 한복판의 도에 비해 무겁다 까불 이유가 없다고 본다.
난 정희의 그 유명한 독백
손님이 없는 가게방의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면서
하루를 잘 지냈다며 해대는 그 대사를 들으면서,
도인의 염불로 들렸다.
나는 소녀적 시장길에 엄마의 짐꾼으로 셔틀을 했었다.
가난하고 알뜰한 엄마는 재래시장을 구비구비 돌며, 장을 봐서리
딴청과 시쿵둥의 달인인 나를 성가시게 했었는데..
생선을 사는 좌판에선 유난히도 나의 주의를 환기 시키곤 했다.
그 생선 할마니가 슬쩍 골라 놓은 생선을 작은 놈으로 바꾸어 놓는다면서 말이다.
딴데서 사믄 되는 그 간단한 진리를 강추하려 들썩이는 나를
그 할마니가 젊어 술꾼 남편한테 시달리고,
나이 들어 술꾼 아들놈한테 시달리고,
며느리 도망가고 손주들 맡아 키우느라 저리 산다는 말로 막았다.
저 할매,
노년의 짐같은 어린 손주들이
사실은 짐이 아니라
저 극성의 힘이야
저 할매
도 닦는데, 우리가 보태야 한다
이번에 손주들한테 닦은 도는 허투루 안 갈끼다.
보고 배울 즈그 아베가 도망갔거든..
저리 고생한 사람은
일 놓으면, 골골 아프다 금방 죽는다꼬.
우리 엄마는 천주교인이고,
그런데, 사주를 믿고,
그런데, 또 불교도 좋아하고,
남들 도 닦는 것도 좋아해서
당췌 추측불가인 어떤 것을 믿는 사람인데
가끔씩 던진 말이 내 맘에 가라 앉아 있을때가 많다.
우리 모두 다 같이 도 닦으며 살지 않나?
사람들 많이 오가는 인터넷 어느 담벼락에
되도 않는 말 써놓고 가는 걸로도 닦고..
울적한 밤에 연예인 이야기로 니편내편 치고 받으면서도 닦고 말이다.
새벽녁에 우두커니
그 미모로 술집앞에 앉아 있던 정희에게
짐 싸들고 길 떠나던 이지안은
같이 도 닦는 도반의 의리로 앉았다 간다.
불 싸지를까보다고
다 늦게 강짜 부린 정희를 찾아 온
겸덕에게 이선균이 안겨준 미친 꽃다발
그 꽃다발과 승녀복의 콜라보는 청혼으로 딱인데..
와서, 같은 말 하고 지 편하자고 가버린 겸덕은 여전히 도를 한참 닦아야 하는 레벨따위다
그래서, 정희는..
정희는 겸덕의 말로 위안이 되었을까?
그 꽃다발은 도를 닦는 정희의 앞에 바쳐진 공양같은 거.
그 뿐이다.
그래도, 정희를 안아 주고 싶다
정희보다 새끼가 있고, 남푠이 있고, 가족이 있어서 여유로운자의 아량이 아니라
일찍 오고, 늦게 오고의 차이일뿐
언젠가는 당면해야 할 그 본연의 외로움과 차단과 고독의 도를
여봐란 듯이 감추지 않고
열심히 도를 닦고 있어서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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