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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564475
    작성자 : 꼬무러미♡
    추천 : 18
    조회수 : 2658
    IP : 121.165.***.204
    댓글 : 5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11/14 17:31:48
    원글작성시간 : 2012/11/14 12:22:29
    http://todayhumor.com/?humorbest_564475 모바일
    (길)고양이 습성 잘 아시는 분들께 여쭤봅니다.

     

    일단 정황설명:

     

    지금 사는 집이 다세대주택 반지하, 어설픈 1.5룸이구요.

    부엌(방 바깥) 창문에 환풍기가 설치되어 있어서 늘 한뼘 반 정도 강제오픈;; 되어있어요.

    집에는 1년 넘게 키워온 고양이가 두 마리 있구요.

     

    올 5월 초부터 울 애들 사료라던가 먹다 남은 통조림 등을 조금 덜어서 건물 뒷편 마당에 놔뒀었구요,

    (사람들이 오고가지 않기 때문에 길냥이들이 자주 출몰하는 곳이거든요.)

    그리고 6월 초쯤, 수컷 두 놈?이 마주쳤는지, 새벽에 울고불고 싸운 일이 딱 한번 있었는데

    그 탓에 주인아주머니가 뒷마당 급식소를 발견하시고(그 전까지는 아무도 몰랐습니당;;) 

    길고양이 배급 금지령을 내리셨어요... 그래서 안타깝지만... 급식소를 없앴습니다.

     

    그때 밥 먹으러 오던 애들 중 임신한 고양이가 한 마리 있었는데요. (얘가 본글의 주인공이네요 ㅎ)

    당시 덩치로 보아 아직 청소년 고양이였다고 추정됩니다. 진짜 비쩍 곯아서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몰골을 하고 있었어요.

    걔가 6월 초에 출산을 했구요 (매일 오던 애가 그 무렵 한 3-4일 안 오다가 재등장했는데 배가 홀쭉해졌더라고요)

    급식소에 오던 고양이 너댓 마리 중 유일하게 걔만, 급식소 치운 이후에도 밤만 되면 왔거든요.

    아까 언급한, "닫을 수 없는 창문" 앞에서 집안을 들여다 보며 진짜 다 죽어가는 소리로 밥구걸을 하곤 했어요.

     

    갓 출산한 꼬꼬마 엄마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 도저히 외면할 수가 없더라구요.

    저도 그때 막 첫아가 임신 사실을 알게 되어서, 같은 엄마;; 입장이 되니깐 괜히 더 감정이입 되고 ㅠ 아무튼;; 

    그래서 얘한테만은 밥을 주게 됐어요;;; (삥 뜯겼다고 해도 되겠네요 ㅋㅋ)

    어쩌다보니 이름도 지어줬네요, 봉춘이라고.

     

    그래도 사람 손은 절대 타지 않았고요. 

    한때는 봉춘이를 미행해서 새끼들까지 찾아다가 다 구조해 볼까 싶어서 시도는 해봤는데,

    구조한다한들 저도 키울 여건은 안되는데다가

    봉춘이도 뭐 길냥이 나름의 삶이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 이상 친해지려고 하지 않았어요.

    그냥 밥셔틀만 한 거죠.

     

    그런데 여름이 되니까 얘가 체력이 조금 붙기 시작했는지

    방충망을 뜯고, 어느 순간부터 집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_- Po셀프급식wer;;;

    물론 호기심만땅인 집안 고양이놈들도 방충망 뜯기에 일조했구요ㅠ

    방충망을 고쳐놓으면 또 뜯고 또 뜯고 하기를 반복한 끝에... 걍 포기했어요.

    들어온다한들 뭘 크게 어쩌는 게 아니라, 그냥 밥만 먹고 휙 가버리니깐...

    창틀 가까운 데 밥그릇 하나 놔두고, 비워지면 채워놓는 정도?

     

    그러더니 급기야 9월쯤인가?부터는 새끼들까지 같이 와서 밥을 먹더라구요 ㅋㅋㅋ ㅠㅠ

    3-4마리 되는데, 새끼들은 자주 안 오는 걸로 알아요. 진짜 어쩌다가 한번?

    먹을 걸 전혀 못 구해서 죽을 지경이다 할 때 정도만 오는 것 같더라구요.

     

    그리고, 최근.

    찬바람 불기 시작했잖아요.

    이제 봉춘이네 식구들이 밤 되면 와서 밥을 먹고, 밥그릇 옆 구석에 가서 밤새 잡니다;;

    밤중에 부엌에서 뭔가 부스럭거린다 싶어서 방문 밖으로 빼꼼 내다보면,

    새끼 한 두 마리 정도가 잽싸게 창틀 쪽으로 튀더라구요 ㅋㅋ

    즉 어두운 부엌 구석에 짱 박혀 있다가 사람 기척 나면 도망치...는 척만 하고 또 기척이 없다 싶으면 도로 들어와서 쉬는 거죠.

    봉춘이는 아 밥셔틀 아줌마 왔수? 하는 얼굴로 무심하게 쳐다보구요 -_-

    어쩌겠어요... 걍... 집괭들 쓰던 무릎담요 한 장 깔아줬죠...

    새끼들은 도망치지만, 봉춘이는 이제

    제가 팔을 한껏 뻗어서 이마 두세번 쓰다듬는 정도는 허락해 줍니다.

    그 이상 접근하려고 하면 나가버릴 듯한 태세를 취하지만요.

     

    그리고 오늘.

    느즈막히 10시 넘어 아침을 먹을까 하고 부엌으로 나가보니깐

    봉춘이가 아직도 졸린 얼굴로 구석에 누워있네요.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늘 이른 새벽이면 가버리는데 왠일인지 모르겠어요.

     

    이제 여기부터 본격 고민입니다.

     

    제가... 월말에 멀리 이사를 가게 됐어요.

    (원래대로라면 최소 내년 이맘때까지는 이집에 있을 거였는데,

    그저께 급작스럽게 결정된 일입니당.)

    아... 봉춘이는 어째야 하나요???

    빼도박도 못할 겨울인데... 나 아니면 밥 챙겨줄 사람도 없을 테고...

     

    데려다가 키울 수 있는 여건은 안 되고. (집괭들 중 한마리가 얘한테 질투를 좀 해요. 같은 삼색이끼리 -_-)

    임보해 줄만한 사람이 하나 있긴 있는데 타지역 사람이고.

    새끼들은 이제 6개월령 청소년인데다가 어차피 인간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 않았으니까 각자 알아서 살아가겠지만,

    그래도 최근까지는 어미랑 같이 지낸 놈들인데, 억지로 떼어놓는 것 같아 찜찜하고.

    무엇보다도, 봉춘이가 인간 전반적으로 친화적인 건지, 아니면 우리집만 만만하게 생각하는 건지 판단도 안 서구요.

    혼자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이 될른지, 사람이 거둬줘야만 할 상태인지를 모르겠어요.

    일단 겉으로 보기에 건강에는 별 이상이 없는 것 같은데, 우리집 드나들면서

    길고양이 특유의 생존력을 상실한 건 아닌지 궁금하네요. 

     

    최대한 상세히 설명해야 답도 나올 것 같아서 상세히 썼습니다만,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요약본 들어갑니다:

     

    - 저한테 밥과 잠자리를 제공 받아온 길냥이가 있습니다.

    - 저는 이제 월말이면 이사를 가야 합니다.

    - 제가 없어져도 이 길냥이가 살아갈 수 있을지 판단이 서질 않아요.

      임보를 맡겨야 하나요, 알아서 살라고 냅둬야 하나요?

     

    고양이 잘 아시는 분들의 도움을 구합니다. 부탁드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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