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실화임을 알려드립니다.
배드민턴을 치다가
팔이 빠졌던 상말때의 일임 달은 9월말로 접어들고 썰렁한 날씨에 내 생일이 몇일 남지 않았던 때였던걸로 기억됨
우리 직할대는 짬이 되기 전에는 보초, 짬이 되고 나서는 당직병을 서는
특별할 것이 없는 그런 부대였는데, 운이 좋았던 나는 일병 3호봉때부터 당직병을 설 수 있었음
그 덕에 보초를 서는 기간은 자고 깨고 숨만 쉬어도 진급하는 이등병때 뿐이었기에
선임, 후임을 가리지 않고 모두들 꿀을 빤다며, 요즘유행하는 꿀처럼 모두가 내 꿀을 칭찬하기 바빴던 그런 군번이었음
그런데 이 보초가 특별한 점이 두 명이서 오손도손 즐거운 이야기를 하며 정문을 지키는 경비소대와 달리,
혼자서 어두 컴컴한 본청 건물을 지키는 아주 재미있고 즐거운 보초였다는 점이었음.
이때 보초병은 공포탄을 삽탄한채로 보초를 서게되는데,
당직병이나 당직사관이 함께 나와 삽탄이 제대로 되었는지를 확인하고 옷 매무새를 고쳐주는 것이 일상이었음
그리고 삽탄한 보초는 본청으로 올라가 지통실 아래층에서 보초를 서게되는데
보초를 서는 2시간은 그야말로 시간과 공간의 괴리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시간이었음
그 괴리감이 어느정도였느냐 하면 점심시간 후 1시부터 3시와 마찬가지로
도라O몽의 시간저금통을 누군가 써서 2시간을 10시간으로 늘려놓은 것처럼,
시간의 흐름이 바뀌는 그런 마법같은 시간이었음.
그래서 보통 짬을 먹은 보초병은 지통실에 있는 당직사령에게 걸리지 않도록
커피와 이름이 비슷한 책을 읽거나, 소리소문없이 금붕어처럼 눈을 뜨고 졸거나,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헤메이는 하이에나마냥 보초위치 근처를 어슬렁 거리곤했음
(어슬렁 거려본 결과 복도를 느긋하게 한바퀴 도는데 1분 정도가 소요되었므로, 120바퀴를 돌면 보초가 끝나게됨)
그 중에서도 시간을 떼우는데에 가장 재밌는 것 두 가지는 가슴에 차고있는 대검을 갈거나,
삽탄되어 있는 공포탄을 빼서 다시 탄알집에 끼우고 빼고를 반복하는 일이었음
그래서인지 지통실로 올라가는 나무로 만들어진 계단 손잡이는 칼을 갈고 시험해보는 보초들 덕에 언제나 상처투성이였음
이때 칼을 얼마나 잘갈았는지 엑스칼리버도 아닌데 대검에 손이 베이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해짐
그 날도 여느 날처럼 12시쯤 두번째 보초인 보초A를 올려보내고 난 뒤에
당직사관에게 꿀땅콩을 조공해서 빌려낸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었음
(용이 날아다니며 침을 뱉는 그런 게임을 했었던 것으로 기억이 남)
1시쯤 되었을까 당직사관은 꿀땅콩을 먹으며 잠시 티비를 보더니 잠시 잘테니
혹시라도 당직사령이 올듯하면 깨우라는 말을 남기고는 슬립마법에 걸린사람처럼 3초만에 코를 골며 잠들었음
그때였음
타-앙-
어디서 야간사격을 하는건가 하며 멍때리며 게임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기가 울렸음
뚜루루루, 찰칵
"통신보안, 직할대 당직병 상병 익명입니다"
"야이 !#@$!@#$!%"
급작스럽게 들이닥친 욕의 향연은 내 정신을 혼란케했고,
메즈에 걸린 몬스터마냥 잠시 머릿속이 쉐이킹됐을때 말이 이어졌음
"나 당직사령인데 지통실로 빨리 튀어올라와!"
그 순간 내 쉐이킹된 머릿속은 마치 트릭을 맞추는 코난처럼 순식간에 정답을 도출해냈음
그리고 급하게 뛰어올라간 내게 보인 것은 야차처럼 붉어진 얼굴의 당직사령과 탄알집을 들고 망연자실한 보초A였음
예상대로 시원하게 욕 한사발을 얻어먹은 나는 다음 보초B를 미리 깨워 교대시키고 내려왔음
역시나 욕의 원인은 내가 생각했던대로 공포탄을 뺐다꼈다하던
보초A가 손을 놓치면서 뒤로 당겨져있던 노리쇠가 공포탄을 때려 본청에 어마어마한 소음을 만들어낸 것이었음
덕분에 위층에 있던 당직사령 이하 모든 사람들과 5대기가 출동할정도로 난리였고,
그 이후 공포탄은 장전하지 않고, 탄창만 끼고 보초를 서게 되었다는 멋진 스토리.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