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 게시판 |
베스트 |
|
유머 |
|
이야기 |
|
이슈 |
|
생활 |
|
취미 |
|
학술 |
|
방송연예 |
|
방송프로그램 |
|
디지털 |
|
스포츠 |
|
야구팀 |
|
게임1 |
|
게임2 |
|
기타 |
|
운영 |
|
임시게시판 |
|
의경임.
대략 2009년 8월 말에 서울로 상황을 나갔음.
의경은 보통 중대단위인데, 내 중대는 강원도 소속이라 보통 시위막는 상황 나가면 후방 지원부대로 대기타다 상황 종료하는 날이 많음. 그래서 그 날도 여지없이 선봉을 선 타 중대들과는 좀 거리가 있는 곳에서 대기했음.
근데, 다른 지점에 인원보충이 필요하다고 해서 내가 속한 중대가 이동을 시작하는데, 중간에 가다가 시위대하고 전면으로 맞딱뜨려버렸음.
큰 길을 가로질러가다가 갑자기 방어대형으로 진형 재빨리 변환하고 본격적으로 '전투'시작. 전투라기보다는 방어이긴 하지만.
장면이 잘 상상이 안되면, 반지의제왕 왕의귀환에서 아라곤네들이 사우론 성에 쳐들어가서 프로도를 위하여 사우론의 시선을 자기네로 돌리기 위한 목적으로 싸울 때 오크대 인간 백병전으로 바로 맞붙는거 있잖아. 그거 생각하면 됨.
본인은 소대내에서도 키와 덩치가 제법 되는 편이어서 방패를 잡았음. 뒤에는 방패잡이가 시위대에 끌려가지 않게 붙잡아주는 진압봉 한명하고. 뭐 어쨌든 제일 앞줄에서 시위대를 맞딱뜨렸는데, 머릿속이 하얘질 새도 없이 각종 연장과 사람들이 득달같이 와서 방패를 때리고 매달리고...
잘 막고 있다가 갑자기 시위하는 아저씨들이 내 방패를 붙잡고 당기기 시작하는데, 한 4명까지는 그래도 좀 여유있다 싶었는데 뒤에 나 잡고 버텨야할 이 고참새끼가 날 놔버린 거임. 거기에 맞춰서 방패에 시위하는 아저씨 한 명 더 달라붙으면서 그대로 끌려갔음.
왜 있잖아, 사람이 죽을때가 되면 그동안 살아온 인생이 파노라마같이 흘러간다는거. 그 끌려가는 몇초동안에 그걸 경험했고, 정신차리니까 시위하는 아저씨들이 각자 가진 쇠파이프나 각목을 블앤소 역사가 도끼로 내려찍는마냥 올리고, 신발은 공포스럽게도 노가다용 워커(굽이 무진장 크고 딱딱한) 요런게 막 오는 거임.
"씨발, 때려! 때려!" "이새끼 반 죽여!"
아... 난 이제 다 살았네 ㅋㅋㅋㅋ
근데, 누군가 그 아저씨들을 마구 밀치고 날 감싸며 소리쳤음.
"때리지마!"
어?
내 귀를 의심했음. 의심도 다 하기 전에 진짜 끓어오르는 듯한 고함이 내 위에서 터졌음.
"얘가 좋아서 나왔어? 우리 좆같아서 나온거 왜 아들뻘한테 풀려고 해? 미쳤어?"
와... 하하하
순식간에 주변에 머리위로 올라간 연장들이 다 내려갔고, 몇몇 다른 아저씨들이 쭈볏쭈볏 나오셔서 날 일으키고 끌려오는 도중에 벗겨졌던 모자를 챙겨줬음.
그리고 날 자신의 몸으로 막아주셨던 그 아저씨가 내 몸을 털어주면서 "미안하다 얘야, 여기 더 있으면 고참한테 혼날테니 어서 가봐라." 이러고 가는 길까지 손수 터줬음.
살았다는 안도감에 다리가 풀려서, 내 중대 있는 곳으로 돌아갈때까지 그 십수미터가 너무 멀었음.
그 후 대치양상이 좀 소극적으로 바뀌고, 소강상태로 대치하다가 경찰버스로 돌아갔음.
날 놔버렸던 그 고참새끼는 경찰버스안에서 고참들이 돌아가면서 존나 갈궜고(그 동기들도 존나 뭐라했고), 다시 출동무전 올 때까지 경찰버스안에서 대기하다가 상황 종료되어서 그대로 복귀했음.
지금도 가끔 생각나는 그 아저씨. 먼 훗날 다시 만날 인연이 꼭 있었으면 좋겠고, 술 한잔 같이 하고싶음.
그 때 그대로 스쳐간게 진짜 아쉬움...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