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멘붕오는 일을 겪어 어이가 없으므로 음슴체로 갈게요.
오후에 공공기관에서 처리할 일이 있어 일을 보고 나오는 길이었음. 나는 현재 발목수술후 재활중이라 한쪽 발엔 깁스용 신발을 신은채로 조금은 어정쩡한 걸음으로 걷고 있었음. 근데 걷는중에 같은 공공기관에서 나온 아빠보다 더 나이 많아보이는 남자가 나한테 말을 걸어왔음. (알고보니 나랑 22살 차이더라는-.- 그 아저씨가 삭았는지 더 들어보였다는건 안비밀) 여기서부터 아저씨는 씨 나는 나라고 쓰겠음.
씨-아가씨 어쩌다 다리를 그렇게 다쳤어요
나-아... 그냥 계단에서 넘어졌어요 하하
씨-까불다가 그랬구만~
나-아뇨 그건 아니고...
씨-아가씨 집에 가는길이면 내가 태워줄게요 날도 추운데 그 다리로... (뭔가 안쓰러워하는 눈빛으로)
나-(잠시 당황)
씨-주차장에서 차 빼올테니까 건너편 버스 정거장 앞에서 기다려요
대략 이런 대화를 나눴음. 원래 모르는 사람 차는 함부로 타는게 아니라는 생각을 당연히 하고 있었으나 공공기관에서 나온 사람이고 마침 걷는게 불편했던 처지라 그런가 판단 오류가 생긴건지 거절을 못한 상황이 됨. 확실하진 않았으나 정황상 저 아저씨는 내가 볼일을 본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이니 안전하다고 생각했던것도 있었음...
의심반 약간의 고마움반 이런 마음으로 그 아저씨의 차를 탔음. 한편으론 그래도 아직 저런 좋은 사람이 있다는 마음에 잠시 훈훈한 기분이 들기도 했음. 하지만 그건 순진했던 나의 착각이었음. 차를 타고나니 그 아저씨가 개소리를 시전하며 부적절한 자신의 의도를 드러냈음.
씨-아가씨 나랑 차 한잔 할 수 있어요?
나-(개깜놀)아뇨~ 차는 집에 계신 와이프분이랑 하셔야죠
씨-아니 뭘 차 마시는 것 같고 허허 그렇게 어린 것 같지도 않은데
나-(순간 정색. 아니 대체 날 몇살로 본건지.... 딱봐도 30살 이상은 차이 나보이는걸-.-)아뇨 저 되게 어려요
씨-아 그래요?
그렇게 당황스런 대화가 오가는중에 내 머릿속에 든 생각은 빨리 이 공간에서 벗어나고 싶다는것 뿐이었음. 안전하게 집으로 가고싶다는 생각뿐...ㅠ
나는 대화를 계속 가정과 관련한쪽으로 돌렸지만(죄책감이라도 느끼도록...) 아저씨는 계속 자신의 의도를 숨김없이 드러내며 나를 난감하게 만들었음.
그러다 집근처에 다다랐고 내리려하는데 그 미친 아저씨가 또 차 탈일 있음 태워주겠다며 연락처를 요구함. 내 번호를 알려주긴 싫어서 빨리 내리고 싶은 마음에 명함 있으시면 주세요라고 하니 명함을 줌...
명함을 받고 내리려하니 그 아저씨가 "아가씨 이름은 알려줘야지~"라고해서 이름까지 알려주고 내린 나는 왜그랬을까...하 미치겠다... 연락을 꼭 하길 바란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아저씨를 뒤로 한후에야 난 무사히 내릴 수 있었음...
그순간엔 짜증나고 ㅈ같은 기분이었지만 집에 오고나니 그나마 별일없이 내린게 다행이다 싶음... 무슨일이라도 생겼으면....휴
이제 정말 오늘 같이 위험천만한 짓은 안해야겠음 ㅠ ㅠ 상대방의 선의에도 경계심을 먼저 가져야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