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화통 터뜨린 전·의경 부모들 “제발 그만···”
전·의경사랑시민모임 회원 인터뷰 “시위대가 도발하는데도 경찰 진압만 보도하는 언론, 너무해”
전경웅 기자 2008-07-05 오후 11: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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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0일 이후 최대의 인원이 모인다는 5일 오후 6시. <프리존뉴스>가 서울 광화문에서 전·의경 부모들과 그들의 여자친구, 예비역 등이 모인 단체인 ‘전·의경사랑시민모임’ 회원들을 만났다. 민노총을 포함, 수만 명의 인원이 모일 것이라는 시위에 대비해 지친 전·의경에게 줄 물과 간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프리존뉴스>를 만나자마자 이들이 쏟아놓은 말은 언론의 편향·왜곡 보도, 특히 방송에 대한 성토였다.
이들에 따르면 지금까지 전·의경 부상자는 모두 444명. 현재 경찰 병원에 입원 중인 대원은 약 60여 명이며, 수술대기 중인 환자는 36명. 이 중에는 장도리에 맞아 두개골이 함몰된 대원도 있다. 반면, 시위대 측이 부상자라고 주장하는 400여 명 중 대부분은 이미 밝혀진 대로 경상자들이다. 입원한 사람은 경찰 측이 훨씬 많다. 그러나 어느 언론도 전·의경 부상자의 상태 등에 대해 상세히 보도한 바 없다는 지적이었다.
▲전의경들에게 주기 위해 물, 음료와 간식을 준비하는 전의경사랑시민모임 회원들. 회원 대부분은 아들이 전의경으로 근무 중인 부모들이며, 여자친구와 예비역 전의경도 일부 있다. 음료와 간식을 사는 비용은 회원들의 후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프리존뉴스
전·의경 부모들은 부상자가 많이 발생했던 지난 6월 10일과 29일 시위현장에서도 끝까지 남았다고 했다. 당시 폭력을 휘두르던 시위대가 경찰을 폭행하는 곳 바로 앞에 모 방송사의 취재차량이 있었음에도 해당 방송의 어떤 뉴스에서도 경찰이 얻어맞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서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고 한다. 이에 방송사를 찾아가 여러 번 항의했지만 묵묵부답.
신문과 인터넷도 마찬가지였다. 수많은 시위군중 맨 앞에서 식초나 빙초산, 오물 등을 경찰들에게 투척하고, 부모 욕을 하며 조롱한다거나, 심할 경우 먼저 흉기를 휘두르고 몸싸움을 하는 식으로 도발하는데도, 보도되는 사진은 언제나 경찰이 방패로 시위대를 때리는 장면에다 내용은 ‘폭력진압’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답답한 마음을 갖고 있음에도 어떻게 할 수 없어 무력감을 느낀다고 한다.
모임 회장인 신찬영 씨의 아들은 아직 이경(군대로는 이등병)이다. 특별히 부모에게 뭐라 말은 하지 않으나 두 달이 넘게 제대로 잠을 잘 수 없는 것에 힘들어 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두 달 동안 계속된 시위로 인해 제대로 씻지도 못하는데다, 오물을 뒤집어 쓴 진압복은 한 벌 밖에 없고, 군화는 벗을 시간이 없다 보니 무좀에 걸린 발은 이젠 썩을 정도라고. 이런 점 때문에 젊은 전경들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다는 것이다.
큰 아들이 얼마 전 입대했다는 김모씨(女·서울 광진구 광장동) 또한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얼마 전 시위가 끝난 뒤 집으로 귀가하기 위해 택시를 탔다가 시위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됐다고 한다. 이때 택시기사로부터 들은 말이 충격적이었다고.
“제가 직접 본 시위현장 이야기를 해주자 그 기사는 ‘보통 시민들이 절대 폭력을 사용할 리 없다. 그건 전부 경찰 프락치 짓’이라며 펄쩍 뛰더군요. 다른 곳에서도 알 만한 사람일수록 그런 경향이 강해요.”
▲오후 7시를 조금 넘긴 시간. 광화문 네거리에서 대기 중이던 경찰들이 투입되기 시작했다. 전의경들은 두 달 동안 계속된 시위로 스트레스가 심한 상태였다. 한 사진기자가 사진을 찍으려다 경찰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 장면을 본 한 행인은 영문을 모르면서도, '5공' 운운하며 큰 소리로 경찰을 욕하기도 했다.ⓒ 프리존뉴스
시위 현장에서 만난 시위대들의 발언 또한 그녀의 속을 뒤집어 놓았다고 했다. 지난 6월 29일 밤 시위대에게 맞아 쓰러진 전경이 의식을 잃어 의료진으로부터 응급처치를 받는데 시위대 중 한 사람이 와서 ‘저 자식 아까부터 봤다. 쇼하는 거다’라며 큰 소리를 치더라는 것이다. 이에 김 씨가 '아니, 그럼 지금 치료하는 의료진도 쇼하는 거냐'며 반박하자 슬그머니 군중 속으로 사라지더라는 것.
“어떤 사람은 이런 이야기도 해요. ‘전경들도 제대하면 일반 시민이지만, 지금은 전시(戰時) 상황이다. 그러니까 우리의 적이다. 어쩔 수 없다’ 이러는 거예요. 어떤 시위 참가자는 우리들이 '전의경 부모들'이라니까 '부끄럽게 생각하라'고 합니다. 귀한 자식 군대 보내는 게 왜 부끄러운 거죠? 이게 말이 됩니까?”
시위대에 대한 불만은 계속 이어졌다.
“자기네들이 욕설하고 오물투척하고 전경 팰 때는 인권침해가 아니라고 하면서, 경찰이 사진 찍거나 한 번이라고 방패 휘두르면 인권침해라고 무섭게 들이대요. 그럼 경찰이나 전경 애들에게는 인권이 없는 겁니까?”
옆에 있던 예비역 전경은 “저거(진압복) 입어도 맞으면 아파요”라며 김 씨의 말을 거들었다.
회장인 신 씨 또한 지난 6월 29일 경찰이 고립되어 시위대에게 폭행당한 사건을 예로 들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는 명령”이라고 지적하면서, “공권력이 이렇게 엉망인 나라는 세상 어디에도 없을 거다. 공권력을 강화시켜 제대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전체 시위대는 일반 시민들이 ‘즐기러 나오는 경우’도 꽤 있는데다, 시위대 뒤편에 자기네들끼리 모여 있어 앞에서 벌어지는 폭력 상황을 알기 어렵다고 한다. 이때 경찰을 도발하거나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자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직업적인 사람들로 보인다는 의견을 내놨다.
▲카메라를 향해 V자를 그리는 한 회원. 사진에 얼굴이 나가도 괜찮으냐고 묻자 "우리 아들 때문에 하는 거다. 협박이니 뭐 그런 거 상관 안 한다"며 V자를 그려줬다.ⓒ 프리존뉴스
한 부모는 “시위대가 ‘경찰이 쇠파이프를 휘두른다’는 주장을 한다. 그런데 사실은 어떤지 아냐? 시위대 맨 앞에서 쇠파이프를 휘두르던 자들은 경찰이 진압하려고 하면 쇠파이프를 그 자리에 내려놓고는 뒤로 빠진다. 이러니 주동세력은 늘 안 잡히는 거다. 그리고 쇠파이프를 그 자리에 내려놓은 건 뒤에 오는 시민들에게 대신 들라는 거 아니겠냐? 이런 자들을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노총 등을 포함한 촛불시위가 시작되면서 전경들이 달려 나가자 전·의경 부모들은 이들에게 줄 음료와 간식을 준비했다. 오늘도 시위 끝까지 함께 할 거라고 했다. 김 모 씨는 “제발 이제는 시위를 끝냈으면 좋겠다”며 “그게 어렵다면 비폭력 시위로 해 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프리존뉴스 전경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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