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끌벅적한 명절분위기인데 나는 갈 곳도 없고..
그냥 지긋지긋해서 글 한번 써봐요
누구한테 얘기라도 한 번 해보고 싶고 너무 답답해서요
편하게 반말로 쓸게요
태어난 지 7,8년 째 되는 날 부모님을 잃었다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보육원에 맡겨지게 되었고
그 곳 생활은 생각만으로도 몸서리가 쳐지는 나날들의 연속이었다
어린 나는 점점 말수를 잃어갔고
친구 하나조차 사귀지 못하는 아니, 누구에게 먼저 말조차 걸지 못하는
소심하고 조용한 아이가 되어갔다
초등학교 때를 기억해보면 생각나는 친구는 단 한명도 없다
동창들은 날 기억하려나..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그럴 사람은 단 하나도 없을 것 같다
중학교에 입학해서는 그저 보통만 했다
성적도 보통만 유지했고.. 튀지 않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역시 내게 다가오려는 친구는 없었고
나 역시도 누구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그리고 중2때였나..중3때였나
내가 지내는 곳으로 나의 할아버지가 찾아왔다
그리고 나를 데리고 가셨다
할아버지는 나를 많이 미워하셨다
나도 할아버지를 많이 미워했다
집에 들어가도 항상 조용하기만 했고
그 지긋지긋한 침묵이 너무 싫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고
나는 역시나 또 그저 보통만 하려고 했는데
그런 나를 맘에 들어하지 않는 무리들이 생겼다
늘 싸움에 휘말렸고 얼굴이며 몸이며 성한 곳이 남아나질 않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런 날들이 매일매일 반복되어가면서 점점 지쳐갔다
나를 신경도 쓰지 않는 할아버지가 너무 싫었고
부모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나를 괴롭힌 친구들의 편만 드는 선생도 미웠다
그 때 난생 처음 가출을 해봤고
그 이후로 지금껏 쭉 혼자 지내고 있다
할아버지는 몇 년전 돌아가셨고
나는 계속 일만 했다
처음 집을 나왔을 때에는 정말 고생이 심했다
그 나이 애에게 일을 시켜주는 곳은 없었고
친척이며, 친구도 하나 없는 나는 점점 거지꼴이 되어갔다
그래도 자유라는 걸 처음으로 만끽해보며 즐거웠고
좋은 사람을 만나 일도 하며 지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항상 외로웠다
설, 추석.. 그런 것들은 내게 아무 의미도 없는 단어였으며
TV도 없는 단칸방에서 멍하니 천장만 보며 잠들고
다시 일어나면 일을 하고.. 그런 나날들의 반복이었다
그리고 작년..
여태까지 쌓여왔던 피로가 나를 좀 먹은건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문제인지 난 옆구리에 심한 통증을 느끼며 병원을 찾았고
간경화 말기 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기쁠리는 없었겠지만 슬프지도 않았다
다만,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긴 하더라
그 와중에 직장에서도 문제가 생겼고
나는 그것에 연루되어 버렸다.
난 결백했지만 해명하기조차 귀찮았고
그대로 직장을 나왔다
모아둔 돈이 조금은 있었지만
죽은듯 살아가는데도 돈은 필요하더라
그 돈은 금세 다 쓰게 되었고
나는 거리로 내몰렸다
그러던 중, 태어나서 처음으로 최근 가족관계증명서를 떼 볼 일이 생겼다
떼어 보고 난 후.. 그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돌아가신 줄 알았던 아버지, 어머니가 그대로 올라와 있던 것
그리고.. 들어본 적도 없는 형, 누나가 올려져 있는 것
동사무소 직원도 의아해하며 직접 확인전화를 해주셨다
나는 기쁘다기보단 멍한 상태..
그리고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
눈물이 왈칵 나왔다
하지만 '다시는 연락하지 마라' 라는 아버지의 말에
나는 아예 정신을 놓아버렸다
혼자 벤치에 앉아 생각만을 계속 했다
그러다보니 차츰차츰 기억의 조각들이 메꿔져갔다
나를 보육원에 데려다 준 사람은 아버지였고
나를 버린 이유까지는 알 수 없지만
어찌되었건 나는 버림받은 사람이었다는 것
그것만이 확실해졌다
밉다기보다는 왜인지가 너무 궁금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고
그러다보니 원망이 쌓여져갔다
내가 그렇게 힘들 때 나를 한 번도 봐주지 않았고
나는 태어나서 단 한번도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고
내가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은 다 그 사람들 때문이라고..
그렇게 원망과 분노로 하루하루를 보냈지만
결국 나는 그 사람들을 미워할 수가 없더라.
어쨌건 나를 낳아준 사람이니까..
그리고 지금 그 넷이 행복하다면,
내가 나타남으로서 불행해지는 거라면
나는 여태까지처럼 사는게 낫다고 생각했다
이미 병은 깊어졌고
갈 곳도, 가진 것도 아무것도 없다
하루하루 오늘은 어디서 잘 지 고민하는 것도 이젠 싫다
이럴 거면 날 낳지 말지 그랬어요. 어머니,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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