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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wedlock_5597
    작성자 : 피블아이리스
    추천 : 13
    조회수 : 1398
    IP : 211.198.***.128
    댓글 : 43개
    등록시간 : 2016/11/14 02:38:00
    http://todayhumor.com/?wedlock_5597 모바일
    불행한건 아닌데.. 허전하고 쓸쓸한 새벽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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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결혼 5년차 6개월 딸래미 키우고 있는 가정주부에요..

    원래 성격이 맘터놓는 친구 3-4명 이외에는 정말 딱 선긋는 타입인데다가.. 전문직 종사자인 터라 일욕심도 많은 편이고요..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약간 명예욕(?)도 있는 스타일이라.. 사실 그래서 아기도 결혼후 바로 갖지 않고 철저히 계획 세워서 올해 낳은 거거든요..

    주말에 시댁에 2박 3일로 다녀왔어요.. 
    시댁은 집에서 4시간 정도 거리의 지방이고 
    시부모님은 고향인 그쪽에서 젓갈가게를 크게 하세요..

    저희 시부모님 정말 진짜 좋으시거든요.. 
    정말 딸 하고 싶을정도로..
    저한테 말한번 크게 하신적 없으시고 항상 잘한다 고맙다 하세요 
    이번에 간건 한달만에.. 아기도 넘 보고싶어 하시구.. 
    요즘 김장철이라 손님도 많구 하셔서 좀 도와드리고픈 맘에..
    제가 먼저 마음에서 우러나서 남편한테 갔다오자 했어요..

    남편도 괜찮은 사람이에요.. 저랑 아기한테 참 잘하고요..
    가정적이고 술담배도 일절 안하는 사람이라 
    매일 칼퇴해서 집안일도 잘 도와주고 아기랑도 잘 놀아주고요.. 
    물론 서로 사랑해서 연애결혼 했고 사이도 좋아요.. 
    단점이라면 귀한 막내아들이라 가끔 약간 철없는 모습을 보일때가 있는거..ㅎㅎ

     그런데 참.. 요즘 제가 스스로 자존감이 많이 떨어지고..
    아기랑 둘이 자꾸 집에있고 살림만 하다보니.. 좀 위축이 된건지

    시부모님 가게에서 열심히 돕고있는데 손님이 제 옷차림을 가지고 약간 저를 하대하듯이 막 말을 하더라고요.. 반말 섞어가면서 장사하는 사람이 좀 꾸미고 있어야지 하는 식으로요.. 요즘 아기가 한참 제 얼굴을 만지고 머리카락을 많이 잡아당겨서 쌩얼에 모자쓰고 있었거든요..

    그말 들으니까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내가 원래 이런 말 듣는 사람이 아닌데..
    그래도 전문직에 석박사 공부 한 사람인데..
    아기 낳기 전엔 꾸미는것도 운동도 좋아해서 
    외모도 예쁜데 일도 잘한다는 말만 듣고 살았었거든요..

    그래서 일단 기분이 우울한 상태로 서울 올라오는 길에..
    휴게소에서 우동 한그릇 먹으려고 하는데
    남편은 제가 장사 돕는동안 아기보면서 밥 먹었다고해서
    저만 먹기로 했었고 남편이 아기를 보고있기로 했거든요..

    근데 아기를 아기의자에 앉혀놓고는 핸드폰만 들여다 보는거에요
    아기는 저 보면서 찡찡거리고..
    그냥 좋게 남편한테 아기랑 놀아줘야겠네~ 하고 말았어요..
    남편도 아 그래 이러고 아기랑 놀고요..

    우동이 나와서 이제 막 먹으려고 하는데 제가 한술 뜨기도 전에
    남편이 먼저 국물을 떠먹어보더니 비린내 난다면서 숟가락으로 막 국물을 휘젓더라고요..
    근데 제가 그런거 진짜 싫어하거든요..
    더러운게 아니라 그냥 막 같이먹고 나눠먹고 음식 지분거리고 그런걸 되게 싫어해요.. 남편도 제가 몇번이나 말해서 알고 있는거구요..

    근데 제가 기분이 이미 나빴던 상태라 말이 곱게 안나갈거 같아서
    그냥 말 안하고 먹었어요..
    그래도 저도 사람인데 표정은 굳었겠죠..
    그랬더니 남편이 표정봐라~ 이러면서 장난으로 딱콩 때리는 시늉을 하더라고요... 거기서 완전 제가 폭발해버렸어요..

    짜증나고 싫다고 막 뭐라뭐라 하고.. 엉엉 울어버렸어요..

    사실 그 우동이 오늘 제 첫끼였거든요..
    아기 키우는 분들 아시겠지만..
    평일에 혼자 아기 볼때는 사람처럼 생활이 불가능해요..
    밥고 편히 못먹고 화장실도 맘편히 갈수가 없잖아요..

    근데 아침부터 손님이 외모지적질 한데다
    배고픈 와중에 남편이 자긴 괜찮다고 아기보고있을테니 
    맘편히 먹으라고 하구선 핸드폰만 보고..
    거기에 제가 젤 싫어하는 음식 휘젓거리는 것까지 해버리니까
    미쳐버릴것 같더라구요

    그냥 사라져버리고 싶어요..

    딱 일주일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혼자 조용히 생각이란걸 할 수 있었음 좋겠어요...
    책도 좀 읽고싶고 글도 쓰고싶어요..
    편안하게 화장실도 가고 반신욕도 하고싶어요..
    화장도 하고싶고 예쁜옷 입고 혼자 외출도 하고싶어요..
    밥이라는걸 국이랑 2-3가지 반찬 차려놓고 천천히 꼭꼭 씹어서 무슨맛인지 느끼면서 먹고싶어요..


    하지만 내일아침 7시부턴 또 다시 혼자서..
    밥만 물에 말아 김치 쪼가리랑 마시듯이 한끼라도 먹음 다행이고
    주말동안 시댁갔다오느라 밀린 빨래며 설거지를 
    아기보며 틈틈히 해놓아야 하고..  
    혹여 날씨라도 안좋으면 아기 감기라도 걸릴까봐..
    그나마 두어시간 나갈수 있는 장보기나 산보도 못나가고..
    하루종일 말도 안통하는 아기만 보면서 집에 쳐박혀 있겠죠..

    매일 똑같은 츄리닝에.. 머리는 똥머리로 질끈 묶고..
    세수하고 이빨만 겨우 닦고서...

    불행한건 아니에요..
    아기도 예쁘고 사랑스럽고..
    시부모님도 좋으시고 남편도 사랑해요..

    그래도 한사람의 인간으로서 나는 참..
    허전하고 쓸쓸한.. 먹먹한 새벽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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