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니애미 밴을 봤는데 양키코스프레다. 병신. 더이상 밴을 부르지 못하고 잘만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블라디를 픽했다. 패기의 탑선픽이었다. 물론 이렐리아로 카운터를 맞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딜교환이 되는 것 같더니 상대가 용을 먹어도 미니언만 파밍이다. 내가 보기에는 몇번 짤을 넣고 아군 정글러 아무무가 갱을 가면 필킬인데 자꾸만 파밍만 하고 있다. 인제 다 되었으니 그냥 내려와서 한타하자고 해도 못들은 척 대꾸가 없다. 곧 두번째 바론시간이 빠듯해졌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인제는 초조한 지경이었다.
"Hey vladi. stop your farming go teamfight.(블라디님 파밍좀 그만하고 한타나 하죠)"했더니 화를 버럭내며 "Ill buy deathcap. wait. ill will be back.(데스캡은 있어야 블라디지 존야하나로 딜이 되나)" 한다. 미친 양키코스프레쩌네. 나도 기가 막혀서 " we mid is morgana. dat is op. we will win. baron up soon.(우리 미드 모르가나임 오피임 우리 이긴다니까? 곧 바론도 나옴)" 블라디는 퉁명스럽게 "Ok. im afk. bye.(싫으면 꺼져 나 겜 안함)"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먹은 용도 있고 바론한타는 어차피 틀린 것 같기도 하고 해서 될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 밖에 없었다.
"sorry go your lane(ㅈㅅ 탑가서 파밍하셈)" "thx(글쎄 재촉하면 겜 안한다니까. 파밍을.시작했으면 끝을 봐야지 하다가 말면 되나)"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미니언을 잡다말고 태연스럽게 적 골렘까지 빼먹고 있지 않은가. 나도 그만 지쳐버려 봇에 가서 파밍이나 하고 있었다. 얼마후에야 마을을 가서 다 됫다고 한타를 하잔다. 템은 이미 아까부터 나왔다.
넷이서 바론묻은 상대를 겨우 막고 인히비터 재생을 기다려야하는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게임을 하고서 금장이라도 찍어볼 턱이 없다. 팀플이 아니라 개인전이다. 그래가지고 파밍만 되게 한다. 매너도 모르고 불친절하고 양키코스프레ㅅㅂ. 생각할 수록 화중이 났다.
그러다가 미니맵을 보니 블라디의 qe에 상대 이즈의 반피가 까졌다. 그때 궁을 까는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프로게이머같아보이고 이즈와 소나에게 묻은 혈사병에 내 마음은 약간 누그러졌다. 블라디에 대한 멸시와 증오도 감쇄된 셈이었다.
옆자리에서 가만 지켜보던 친구가 블라디장인이라고 난리다. 자기네 블라디는 이렐한테 개발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놈이나 저놈이나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친구의 설명을 들어보니 라인를 너무 밀면 이렐파밍을 막을 수가 없고 갱을 당하기가 쉽고 딜교환하려다가 킬을 내주며 라인을 너무 당기면 cs를 먹지못하고 손해보기 쉽단다. 요렇게 꼭 알맞는 라인상태는 좀체로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블라디에 대한 내 태도도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옛날부터 내려오는 탑솔은 혹 갱이 오면 미니맵으로 보고 부시를 통해 신속히 타워로 가면 좀체로 당하지 않았다. 그러나 요새 탑솔은 와드도 안 박고 갱을 당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예전에는 탑솔을 설 때 시야와드를 하나사서 강가부시나 그 아래쪽에 박아두기를 잊지 않았다. 이것을 강가와드라고 한다. 물론 75G가 든다. 그러나 요새는 대충 느낌으로 라인을 유지한다. 골드는 잘 모인다. 그러나 견고하지가 못하다. 그렇지만 결과창에 와드 몇 가 샀는지는 보이지도 않는 것을 죽어라고 박는 사람이 있을 것 같지 않다.
백도어만 해도 그렇다. 옛날에는 타워를 부수면 적 버프몹 앞에 한 개, 진입로에 한 개 와드를 박았고 은신캐라도 있으면 핑와를 박기도 했다. 핑와란 은신감지도 되는 와드이다. 결과창만 봐서는 와드를 박았는지 말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단지 말만 믿고 하는 것이다. 신용이다.
지금은 그런 말조차 없다. 옛날 사람들은 라인전은 라인전이요 한타는 한타지만 게임을 하는 그 순간만은 게임을 캐리하겠다는 것만 열중했다. 그리고 스스로 보람을 느꼈다. 그렇게 순수하게 심혈을 기울여서 Weekly top 5영상을 만들어냈다. 그 블라디도 그런 심정에서 파밍을 했을 것이다. 나는 그 블라디에 대해 죄를 지은 것 같은 괴로움을 느꼇다. "그따위로 해서 금장이라도 찍겠냐"하던 말은 "저런 장인이 나같은 트롤러의 멸시와 증오를 받는 세상에서 어떻게 명장면을 만들 수 있담"하는 말로 바뀌었다.
나는 어서 한타를 하고 승리한 뒤 친추를 해서 듀오랭을 뛰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적 바론이 빠지는 시간에 맞추어 아군에게 합류하려 했다. 그러나 이미 상대편의 와드는 완벽하여 나를.향해 천라지망을 펼쳐오고 잇었다.
허전하고 서운했다. 내 마음을 전해드릴 길이 없어 안타까웠다. 맞은편 드래곤의 빈자리를 보았다. 아 그때 블라디는 저 자리에서 이즈를 끊었었구나. 열심히 파밍하다가 얻어걸린 적 원딜을 잡던 블라디의 거룩한 모습이 떠올랐다.
오늘, 드래곤 너머로 플래시를 삑내고나니 뒤에 적 말파이트가 달려오고 있었다. 전에 블라디가 넣던 폭딜이 생각이 난다. 탑장인을 구경한 지 참 오래다. 요사이는 2차 타워 부서지는 소리도 들을 수가 없다. 150골드가 올라가던 소리도 사라진지 이미 오래다. 문득 북미썹 탑깎던 블라디의 모습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