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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isa_557271
    작성자 : Desert_Fox
    추천 : 11
    조회수 : 707
    IP : 218.153.***.142
    댓글 : 24개
    등록시간 : 2014/10/19 13:44:39
    http://todayhumor.com/?sisa_557271 모바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facebook

     
     

     

    보편복지가 후퇴하지 않도록 관심을 호소합니다

    최근 전국 시도 교육감협의회에서 누리과정 어린이집 예산 편성이 어렵다는 회견을 했습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오해가 많으신 것 같아, 정리를 해두고 싶어 이 글을 올립니다.

    1. 누리과정 어린이집 예산 편성이 어려워진 진정한 까닭

    유치원은 교육청 관할, 어린이집은 교육청 관할이 아니기 때문에, 오직 그 이유만으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현행 법제도와 행정체계로 보았을 때, 어린이집이 교육청 관할이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엄연한 사실이기에 그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런 조건에서 누리과정이라고 하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거대한 유아복지서비스가 도입되었습니다. 오랜 세월 유보통합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유아교육과 보육의 통합 또는 재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누리과정에 대한 책임 주체가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은 채 누리과정이 시행되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교육청이 그 정책을 수용하게 된 것은 크게 두 가지 배경이 있습니다. 우선 보편복지의 확대라고 하는 시대적 흐름에서 누리과정과 같은 유아복지제도의 대의명분과 당위성을 거역하기 힘든 사회적 공감대가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비록 당장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예산을 충당하게 하였지만, 향후 이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와 대책 마련을 통해서 새로운 예산 확보 가능성이 열릴 것이란 기대와, 또 하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증대 과정에서 어느 정도 교육청이 재정 부담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청이 큰 부담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스스로 감당했던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치 교육청이 당연히 해야 할 것을 갑자기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처럼 오해되는 측면이 있어서 매우 안타깝습니다. 국가가 재정을 책임지지 않는 이상 교육청이 감당하기 어렵고, 또 엄밀히 보면 교육청이 감당하지 않아도 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유아복지시스템의 도입과 확대라고 하는 취지에 공감하고 시대적 요구, 국민적 욕구에 부응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2. 이명박 정부 때 후퇴한 것

    그러나, 후자와 관련해서는 판단과 예측이 어긋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현실 예산 구조에서 가능할 것이라고 보았지만, 오판이었습니다. 호전되지 않는 국가 경제 상태에 더해 세수 확대는 되지 않고, 더더군다나 이명박 정부에서 이른바 ‘부자 감세’라고 하여 법인세 등을 대대적으로 감액한 것으로 인해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급속히 확대된 교육복지수요에 비례해서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그 엄청난 공급과 수요의 간극을 교육청이 스스로 메울 수 없습니다. 물리적으로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비로소 다시 누리과정에 대한 재정 책임 소재를 다시 따져 물을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처음부터 국가 책임이라고 명확하게 하고 나서 다만 당장은 어려우므로 일시적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해결하는 것이라고 했으면 지금과 같은 오해는 없었을 것이라 생각되기도 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이제 와서 왜 갑자기 교육청이 자기 책임을 하지 않느냐고 비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3. 정부의 태도 변화와 대책 마련을 촉구합니다

    저희라고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것이 어찌 마음이 편하겠습니까? 유치원이든 어린이집이든 모두 다 소중한 우리 아이들이고, 특히나 좀 더 형편이 어려운 집에서 어린이집을 많이 선택하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정하는 것은 뼈를 깍는 고통입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어디 있겠습니까?

    자칫 무책임한 교육청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국 17개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그러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덨던 것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수 없어서”라는 점 때문입니다.

    일차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정부의 태도 변화와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함입니다. 이렇게라도 해서 국민들께서 사태의 본질을 이해하고 정부의 각성과 대책 마련에 힘을 보태도록 알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점을 알아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4. 정부가 교육 재정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저희는 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수 없는지, 그리고 그것은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맞는지를 지속적으로 국민들게 명확하게 설명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조세 형성성에 입각한 세수 증대, 세금의 투명화, 합리화를 통한 누수 차단 등을 통해서 국가 예산 규모를 확대하고 교육 재정을 늘려서 교육복지수요에 충당해야 합니다. 그것은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일입니다.

    현 정부에서 누리과정을 추진하면서 책임소재를 애매하게 처리한 것도 빨리 해결해야 합니다. 애먼 교육청에 책임을 전가하면서 죄인으로 몰지 않기를 바랍니다.

    5. 보편복지의 후퇴는 안 될 말입니다

    무상급식이든 무상유아교육(보육)이든 큰 방향에서는 우리 사회가 가야할 길입니다. 다수의 국민들께서 동의해주셨기 때문에 거대한 두 복지정책이 도입된 것이고 일정하게 우리 사회가 복지선진국으로 도약하는데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현실 재정 구조에서는 무리한 측면도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미 시작되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이 제도를 가벼이 뒤집거나 후퇴시킬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답은 그 제도의 시행과 안착을 위해 뒤따라야 할 재정 구조를 바꾸고 예산을 마련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지, 당장의 이해관계, 정치적 판단에 따라 제도 자체를 포기 내지 폐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6. 무상급식과 누리과정을 모두 살립시다

    무상급식은 진보적인 의제로 제기되어 결국 보수 진영에서도 수용하여 전국적인 정책이 된 것입니다. 진보 보수 가리지 않고 전국 모든 곳에서 무상급식을 경쟁적으로 확대하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일차적으로 지방자치가 감당할 몫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국가가 나서서 이것의 안정화와 제도화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반대로 누리과정은 국가 차원에서 제기된 정책 의제입니다. 일차적으로 국가가 책임지되, 지방자치가 협력해서 보조해주는 방식이 되어야 합니다. 그 양자는 결국 국가와 지방자치가 엄격한 영역 구분없이 정책적으로 수렴되는 과정을 거쳐서 우리 사회에 흔들림없는 제도로 자리잡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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