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판교 참사, 개인의 잘못일까요?

게시물ID : sisa_557200

작성자 : 시엘로★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어렸을때 학교에서 인간의 만물의 영장이고, 다른 동물들과 달리 이성이 있고 어쩌구 저쩌구... 이런 얘기들을 얼마나 많이 듣고 자라왔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지금 성인이 되어서 보니까 과연 인간이 합리적인가....? 인간의 이성이 박쥐의 초음파에 비해서 더 우월하다고 볼 수 있을까....? 싶을때가 많았습니다.

사실 저는 인간은 굉장히 불합리한 존재이고, 합리적인 인간이란 다다를 수 없는 이상적인 인간향, 신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담배 피우면 수명이 단축되는걸 알지만 그래도 땡기니까 피우죠.

사고 터지는거 보면서도 매번 복어 요리 직접 해먹다가 죽어나갑니다.

[2010] http://program.sbs.co.kr/news/newsEndPage.do?news_id=N1000733977
[2012] http://ytn.co.kr/_ln/0115_201206151928322781
[2013] http://www.yonhapnews.co.kr/culture/2013/01/28/0911000000AKR20130128118000054.HTML

목숨걸고 모험하는 사람들 보면 아찔합니다. 물론 그러다 많이들 죽어나갑니다.

몇배 비싸더라도 명품이면 기어이 카드 긁어서라도 삽니다.

편의점이 일반 슈퍼보다 더 비싼데 왜 사람들은 편의점을 갈까요? 똑같은 신라면이 슈퍼는 650원, 편의점은 780원이죠. 그래도 눈앞에 슈퍼 놔두고 편의점 가서 라면 사는 사람들 많습니다.

인간의 습관의 동물, 망각의 동물이라고 보는게 더 맞습니다. 그래서 합리적인 결정을 하기보다는 습관대로, 마음가는대로 행동할때가 많죠.

시스템이 해야할 일

훈련소에서 조교가 "마지막 20은 구호붙이지 않습니다" 해도 그 중에 기어이 "스물!" 외치는 애들이 있죠.

수능때 전자 기기 가져오지 말라는데도 핸드폰 갖고 있다가 적발돼서 무효처리 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감독관이 모두 반납하세요~ 말하는데도 갖고 있다가 걸립니다.

인간이란게 원래 이렇습니다.

"하지 말라"고 백 번, 천 번 말해도 그 중에는 기어이 그 짓 하는 사람이 반드시 생겨나고, 그거 보고 괜찮은데 왜 하지 말래? 하면서 따라서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생깁니다. 나이에 따라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성인이라고 그리 크게 달라지진 않습니다. 약간 더 자제력이 있다는 것, 생각을 곧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빈도가 좀 낮다는 것, 뭐 이런 미미한 차이밖에는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인간의 불완전함을 시스템으로 보완하려는 것입니다.

쓰레기 버리지 마세요라고 백날 붙여놓고 구청에 신고한다고 협박해도 기어이 쓰레기 버립니다. 그래서 이런 곳에 꽃으로 화단을 꾸미거나 환경을 바꿔줘서 "아예 버릴 마음이 안들게" 만들어주는 거죠.

편의점에서 청산가리를 팔지 못하죠(안파는게 아니라 못팝니다).

인간이 합리적이라면 편의점에서 청산가리를 못팔 이유가 없습니다.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자기 목숨을 스스로 끊는다거나, 또는 남을 죽이려는 생각을 하지 않겠죠. 하지만 인간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반드시 편의점에서 청산가리 사다가 자살하거나 복수하려고 남의집 물통에 뿌려놓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화공약품은 법률로 따로 정해서 사업자 면허 있는 사람들에게만 팔고 전부 추적합니다.

유통, 판매에 국가가 적극 개입해서 사고를 막습니다.

실수 하기 어렵게...

빌딩 주변에 환풍구가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 깊이가 10미터 이상 된다는건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알고나니까 이렇게 위험한 곳에 그냥 철망 하나 걸쳐놓고 말았다는게 어이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위험한 곳이면 애초에 올라갈 수 없게 만들었어야 하거든요.

"올라가지 마세요"라고 말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지 말고, 아예 그 위에 올라갈 수 없게, 또는 올라갈 생각조차 들지 못하도록 관련 법규로 명확하게 빌딩 환풍구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정부가 관리 감독을 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난 수십년동안 그 위험한 곳에 철망 하나 걸쳐놓고 살아왔던겁니다.

이번 참사의 원인은 올라가지 말라는데 말 안들은 사람들이 아니라, "올라갈 수 있게" 해놓은게 문제입니다.

이 기본적인 원칙이 건축에만 해당되지는 않습니다.

프로그래밍쪽에서는 이런 격언이 있습니다.

"잘못 쓰기 어렵게 설계해라"

사람들이 오해해서 잘못쓰고도 뭐가 잘못인지 모르게 설계하지 말고, 아예 그런 오해나 실수를 하기 어렵게 설계를 해서 사용자가 신경쓸 일이 없게 만들라는 겁니다. 실수하고 싶어도 실수하기가 어려울 정도가 되어야 쓸모가 있다는 것입니다.(예를 들자면 주민번호 입력하는 필드 옆에 "숫자만 입력하세요"라고 규칙을 적는게 아니라, 아예 숫자만 입력되게 막아버리는 식이죠)

잘못쓰기 어렵게 설계된 대표적인 예가 바로 공원 의자입니다.

요즘 공원 의자 보면 의자 가운데 팔걸이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림2] 저걸 왜 박아뒀을까?

저 가운데에 왜 팔걸이를 달았을까요?

7명이 앉을 수 있는데도 6명밖에 앉지 못할 수도 있거든요.

누워 자는 사람들 때문입니다.

노숙자들이 와서 누워 자는 경우도 있고, 겨울에 술먹고 집인줄 알고 자빠져 잤다가 얼어죽는 사람들도 간간이 있다보니까 "눕지 못하게" 저렇게 해둔겁니다. 양 끝에 팔걸이를 박아두고 가운데도 저렇게 박아두면 눕지 못하기 때문에 관리자가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눕지 마세요"라고 말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한겨울에 술 빨고 누워서 잤다가 누가 얼어죽지 않았나 신경쓸 일도 없죠.(뭐 그래도 옆으로 고꾸라져서 자다 얼어죽으면 대책 없음)

노숙자들이 와서 술 마시고 누워자면 민원 들어오고 관리자들은 매번 돌아다니면서 단속해야 하는데 여간 성가신게 아니죠.

시스템이란게 복잡한게 아닙니다.

의도하는 바대로 행동하게끔 자연스럽게 유도하는게 시스템이 할 일입니다.

올라가지 마세요, 내려오세요, 백날 말해도 반드시 누군가는 올라갑니다.

게다가 그런 말조차 해줄 수 없는 곳이면 어떻게 되나요?

또 사고가 터지는겁니다.

10년 후에도 20년 후에도 그런 일은 계속 생기는거죠.

사회 구조를 먼저 보아야 하는 이유

걸그룹이 나오니까 이거 자세히 보고 싶은건 인간의 자연스러운 반응이고, 당연히 뭔가 딛고 설만한 곳을 찾기 마련입니다. 인간의 합리성은 딱 여기까지입니다. 그래서 즉각적으로 환풍구같은데로 올라가서 편하게 관람하고, 그거 보고 다른 사람들도 따라서 올라가서 보게 되죠. 사회자가 내려오세요, 말한다고 내려가나요? 내려가면 안보이는데? 다 보고 내려가야죠.

이러다 사고 나는거죠.

환풍구가 이런 식으로 되었다면 저런 사고가 발생했을까요?

[그림3] 환풍구 디자인

그래도">www.city-photos.org/photo/33251.html

그래도 경사진 저 위에 기어올라가서 보는 사람들은 있을것 같네요(애들이라면)

그러다 떨어져도 팔다리 부러지는 정도이겠죠.

그럼 이런 식은 어떨까요?

[그림4] http://murciadailyphoto.blogspot.kr/2011/07/coloring.html

애들이 올라가기도 불가능하고 추락의 위험도 없고 디자인도 예뻐서 보기도 좋죠.

그러면 지하 환기구를 지면 위로 곧바로 노출되지 못하게 법을 고쳐서 관리 감독을 하면 됩니다.

설계도면 보고 제대로 안돼있으면 건축 허가를 해주지 말고, 기존의 건물은 기역자로 ㄱ 환풍구를 보강하도록 해야죠.

이렇게 법과 제도, 관리 감독의 강화하는 쪽을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올라가지 말라는데 왜 올라갔냐?" 이렇게 개인의 잘못으로 치부하고 넘어가면 문제를 바로잡을 기회를 놓치고 수많은 개인들이 각자 알아서 재주껏 위험을 피해다녀여 하는 것에 불과하죠.

이런 식이면 인간이 모여서 국가를 만들 이유가 없습니다.

사람을 탓하는건, 맨 나중에 해도 됩니다.

법이 잘못된건 없는지, 어디서 관리가 안된건지, 그런 행동을 방치하지 못한 원인이 무엇인지 환경과 제도, 사회 구조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그래도 별 문제가 없어보인다 싶으면 맨 마지막에 개인의 책임을 물어야 뭔가 일이 잘못되었을 때 바로잡을 수가 있습니다.

-------

출처 : 일간워스트(http://www.ilwar.com/) '최미니s' 님의 게시글 '[판교 참사] 개인의 잘못일까요?'

원본 링크 : http://www.ilwar.com/poli/174678

시엘로의 꼬릿말입니다

ouavatar.php?start=true&text_direction=l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4/10/18 21:22:25 182.219.***.200 one-chance 376655
[2] 2014/10/18 21:22:31 211.229.***.180 막시버무스 545743
[3] 2014/10/18 21:25:39 220.117.***.22 낱말 393727
[4] 2014/10/18 21:26:17 121.165.***.215 해적의시대 284819
[5] 2014/10/18 21:27:11 221.143.***.108 타치코마 399395
[6] 2014/10/18 21:30:55 39.118.***.106 IRY 554449
[7] 2014/10/18 21:31:53 59.3.***.69 악멸 263515
[8] 2014/10/18 21:32:31 118.32.***.78 Rin_Arang 434863
[9] 2014/10/18 21:35:55 180.227.***.41 파스타♡ 546493
[10] 2014/10/18 21:36:28 223.62.***.46 haruk 491202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단,비공감수가 추천수의 1/3 초과시 해당없음)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

번호

제 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252319

직선제대통령 탄핵판결비상시국에서, 향후 정국에 중도층들의 선택권 대안들은

용사슴1

25/03/15 15:07

1252318

우리에겐 우리가 있습니다 [4] 창작글

펀치캥거루

25/03/15 12:51

393

1252317

영업이 끝난 하나로마트…30명이 진행한 논란의 작업 [4]

계룡산곰돌이

25/03/15 12:38

751

1252316

지난주 태극기 들고 흔들었던 집회. 오늘은 봉을 개조했습니다.

sunggp135

25/03/15 12:18

464

1252315

룬서결 깅거니가 꿈꾸는 대한민국 [3]

쌍파리

25/03/15 11:17

664

1252314

밤새 히팅 중

전피디

25/03/15 10:42

556

1252313

김건희가 국정원 자리를 명태균에게 제안 했다네요.

S2하늘사랑S2

25/03/15 09:36

768

1252312

선고 좀 빨리해라 [1]

레또가르디안

25/03/15 09:18

550

1252311

광화문 천막에 돈봉투 던지고 사라진 시민 [7]

오호유우

25/03/15 07:39

1158

1252310

아~ 하나님 제발... [13]

홀로햏자

25/03/15 05:06

1106

1252309

Q. 헌재 판결 공고일 언제 입니까 [4] 베스트금지

Bluesky2610

25/03/15 02:41

1183

1252308

[김어준 다스뵈이다] 탄핵심판 그이후, 윤석열 탈옥, 나는 저항한다

퇴개미

25/03/15 00:01

658

1252307

[겸공뉴스특보] 2025년 3월 14일 금요일

퇴개미

25/03/15 00:00

592

1252306

광장의 뒷모습, 그들은 어떻게 콘크리트 위에서 밤을 지새지?(방송 홍보) 창작글

전피디

25/03/14 23:03

821

1252305

윤석열 탄핵 후 때려잡아야 할 것 [5]

universea

25/03/14 22:40

869

1252304

윤석열 탄핵 선고 늦어지는 이유라네요...

jay1234

25/03/14 22:38

1175

1252303

지귀연 판사 탄핵에 관한 청원입니다 [5]

絶對孤獨

25/03/14 22:06

511

1252302

내란 우두머리 수족 심검찰총장 검찰은 얼마나 쪽팔릴까? 아니면 자랑스럽나 [3]

민주인생

25/03/14 21:19

377

1252301

근두운님 글을 보고 (언급죄송합니다) 생각난 영화 한장면

계룡산곰돌이

25/03/14 21:18

296

1252300

미국 SOS에 '33만 달걀' 수출…국내 가격엔 영향 없을까? [2]

근드운

25/03/14 21:05

572

1252299

공수처를 아주 많이 격하게 응원합니다. [5]

민주인생

25/03/14 20:42

604

1252298

현대제철 포항공장 20대 계약직 인턴 쇳물 용기로 추락해 사망 [14]

계룡산곰돌이

25/03/14 20:29

806

1252297

중도층 직장 동료도 윤석열 파면은 당연하다고 말하는데.. [4]

민주인생

25/03/14 20:09

588

1252296

폭도 된 특임전도사 "부정선거부터 조사해라"‥전광훈 조사는 언제?

계룡산곰돌이

25/03/14 20:03

289

1252295

중국 '소변 테러' 식당, 20억 보상금 지급

계룡산곰돌이

25/03/14 19:41

738

1252294

땡깡 부리겠다는 말을 해샀네 [1]

레또가르디안

25/03/14 19:09

691

1252293

외환 보유고 현황과 문재인 정부 vs 윤석열 정부 경제 성장률... [3]

근드운

25/03/14 18:51

703

1252292

분위기로 봐선 오늘 탄핵 심판이 있을줄 알았는데...결국 ... [2]

근드운

25/03/14 18:22

673

1252291

"이재명 되면 신천지 망한다"..'이만희 앙심' 폭로한 전 간부 [2]

계룡산곰돌이

25/03/14 18:20

471

1252290

이창수, 이정섭 등 탄핵 기각 이유

Thelonious

25/03/14 18:14

473

[1] [2] [3] [4] [5] [6] [7] [8] [9] [10] [다음10개▶]

분류	게시판
베스트	베스트오브베스트 베스트 오늘의베스트
유머	유머자료 유머글
이야기	자유 고민 연애 결혼생활 좋은글 자랑 공포 멘붕 사이다 꿈 똥 군대 밀리터리 미스터리 술한잔 오늘있잖아요 투표인증 새해
이슈	시사 시사아카이브 사회면 사건사고
생활	패션 패션착샷 아동패션착샷 뷰티 인테리어 DIY 요리 커피&차 육아 법률 동물 책 지식 취업정보 식물 다이어트 의료 영어 맛집 추천사이트 해외직구
취미	사진 사진강좌 카메라 만화 애니메이션 포니 자전거 자동차 여행 바이크 민물낚시 바다낚시 장난감 그림판
학술	경제 역사 예술 과학 철학 심리학
방송연예	연예 음악 음악찾기 악기 음향기기 영화 다큐멘터리 국내드라마 해외드라마 예능 팟케스트
방송프로그램	무한도전 더지니어스 개그콘서트 런닝맨 나가수
디지털	컴퓨터 프로그래머 IT 안티바이러스 애플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윈도우폰 심비안
스포츠	스포츠 축구 야구 농구 바둑
야구팀	삼성 두산 NC 넥센 한화 SK 기아 롯데 LG KT 메이저리그 일본프로야구리그
게임1	플래시게임 게임토론방 엑스박스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 모바일게임
게임2	던전앤파이터 롤 마비노기 마비노기영웅전 하스스톤 히어로즈오브더스톰 gta5 디아블로 디아블로2 피파온라인2 피파온라인3 워크래프트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밀리언아서 월드오브탱크 블레이드앤소울 검은사막 스타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2 베틀필드3 마인크래프트 데이즈 문명 서든어택 테라 아이온 심시티5 프리스타일풋볼 스페셜포스 사이퍼즈 도타2 메이플스토리1 메이플스토리2 오버워치 오버워치그룹모집 포켓몬고 파이널판타지14 배틀그라운드
기타	종교 단어장 자료창고
운영	공지사항 오유운영 게시판신청 보류
임시게시판	메르스 세월호 원전사고 2016리오올림픽 2018평창올림픽 코로나19 2020도쿄올림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