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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언니와 난 친해졌다.
언니는 우리집에 놀러와 동생들과 놀아주곤 했다.
언니와 내가 성숙해지고 이성에 눈을 뜨게 될 무렵까지 우린 함께였다.
"나,남자친구 생겼어~"
"진짜?"
"응,학교 선밴데 너무 좋아."
"...."
묘하게 질투심이 났던것 같다.
언니가 연애를 하기 시작하면서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은 줄었다.
일부러 집앞에도 찾아가보고 거짓말도 해보았다.
그러던 어느날 언니네 집앞으로 갔을때
언니와 민우씨가 함께 서 있었다.
둘은 입을 맞추고 있었다.
왠지 모를 부끄러움과 서러움에 언니 이름도 부르지 않고 뒤돌아 뛰었다.
내가 줄수 없는 것,내가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잘 지냈니?"
"어..응.."
그뒤로 우리는 한번도 만나지 않았다.
언니가 청첩장을 보내왔을때도,언니가 집앞에 찾아왔을때도,
난 단한번도 언니를 만나지 않았다.
내가 스물여섯살때,즉 작년 겨울에서야 우린 다시 만났다.
"아..그냥..잘 지내나 싶어서.."
"무슨 일 있어?"
"응?아..아니야.없어.아무 일도.."
언니의 눈가는 촉촉했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날것 같은 눈이어서 쳐다보기가 힘들었다.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는 손에 끼워진 반지를 바라보다가
이내 언니 목에 둘러진 스카프의 문양을 보고 있었다.
"여기 길이 좀 좁네."
빗방울이 유리창에 투두둑하고 번진다.
"비까지 오네."
또다시 신경질적으로 변한 민우씨를 보고 있자니
이쯤하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우씨."
"왜?"
"여기까지야."
"뭔 소리야,너?"
포갠 그의 오른손을 몸으로 누른채 핸들을 꺾었다.
몸이 기우뚱해지고 붕뜨는 느낌이 든다.
언니의 얼굴이 지나간다.
그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얼굴을 가린채
울먹거리던 언니는
지난 시간에 대해 말해주었다.
폭력적으로 변하는 그의 모습이 두렵다고,
다른 여자의 향수냄새를 풍기면서 목을 조르는 그가 너무 두렵다고,
더이상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놔주지 않는 그가 너무 두렵다고
작은 아기새마냥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언니를 구해주고 싶었다.
언니를 동경하고 사랑했던 나와
언니를 무참히 짓밟은 그만 없다면
언니는 행복할 수 있을 터였다.
여느 평범한 여자들처럼.
언니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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