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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코치들의 의견을 경청할 줄 안다.
류중일 감독은 각 분야별 코치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잘 듣기로 유명합니다. 특히나 투수부분에 있어서는 본인이 선수시절 야수-수비코치 출신이라 그렇다고 생각하는지 투수코치인 오치아이 코치에게 거의 전권을 일임하고 그 의견에 따랐죠. 각 분야 전문가인 코치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것들을 잘 조율해 팀을 이끌어가니 공격/수비/투수진 등등 여러 분야에서 모두 전문적인 운영이 가능해졌습니다.
2.선수들에 대한 믿음과 배려가 깊다.
류중일 감독의 야구라면 다들 '믿음의 야구'라고들 부릅니다. 선수들이 슬럼프에 빠져도 믿고 밀어주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최형우/배영섭이 2012시즌 중 극도의 부진에 빠졌음에도 일단 끝까지 믿고 기다려줬습니다. 나중엔 팬들의 비난이 너무 극에 달해 더 놔두면 오히려 좋지 않겠다 싶을때까지 그냥 묵묵히 본인이 쉴드치고 '언젠가 꼭 올라올 선수들이다'하며 믿어줬죠. 한국시리즈에서 부상으로 인해 부진하던 박석민을 끝까지 중용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5,6차전에서 6번으로 타순을 조정하긴 했지만, 이때도 역시 '박석민이 부진해서 내렸다'가 아니라 '오늘 타격훈련 보니 슬슬 올라오는 것 같더라. 4번 타순의 부담감을 덜어주려고 6번으로 내렸다' 이런 멘트를 남겼죠.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단순히 못하니까 뺀다가 아니라 부담감을 덜어주면 반드시 잘 할 것이다, 하는 선수 배려의 일환이었습니다. 결국 5차전에서 슬슬 타격감이 올라오던 박석민은 6차전에서 결정적인 2점 홈런을 날렸죠.
3.모든 책임을 자신이 진다.
물론 코치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선수들에 대한 믿음과 배려가 깊다고 해도, 이는 자칫하면 감독의 권위가 실추되며 다들 제 잘난 맛에 날뛰다 팀워크가 무너질 위험이 있는 일입니다만은, 류감독은 온화한 모습을 유지하면서도 팀에서의 권위와 장악력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철저하게 모든 일의 책임을 자신이 지며 코치와 선수들의 바람막이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죠. 코치진의 의견을 전격 수용하지만 그 책임은 내가 지겠다, 선수들을 믿고 중용하지만 그 책임도 내가 지겠다, 하는 모습은 코치들과 선수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으로 인해 더 분발하도록 자극제가 되어줍니다. 또한 팀에 코치로 10년째 몸담아 왔기에 선수/코치들과 두루두루 친하며 각각의 장단점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죠. 또한 아무리 선수를 믿어준다고 하더라도 팀워크에 저해되는 일에는 무척 엄격합니다. 시즌 중 심창민의 2군행이나 정인욱에 대한 처우도 그런 것이죠.
4.코치/선수/프론트는 물론 팬들과도 소통을 한다.
감독이 자신의 주관을 버리고 프론트나 팬들, 혹은 특정 코치나 선수들의 의견만 따라다니면 팀에 득이 되지 않습니다. 그 모든 상충되는 의견들을 다 따라 줄 수도 없죠. 하지만 류중일 감독은 적당히 자신의 고집을 지키면서도 이런 모든 요구들을 잘 조화시킬 줄 압니다. 팬들의 부진한 선수에 대한 비난을 자신이 대신 다 받아주면서 끝까지 고집하다가도 그 비난을 일단 자신이 다 뒤집어 쓴 다음 팬들의 요구를 느즈막히 들어줄 줄도 압니다. (최형우 배영섭의 늦은 2군행은 그런점에서 참 교묘했다고 봅니다. 쟤네 좀 빼라, 2군 보내라 팬들이 요구할때 바로 내려버렸더라면 감독은 욕을 안 먹고 해당 선수들만 고스란히 비난을 뒤집어 썼겠죠. 헌데 그 비난을 본인이 대신 다 받아내고 나서야 2군으로 내렸습니다. 과정이야 어땠는지 몰라도 결과적으로는 선수들에 대한 비난을 감독이 대신 다 받아준 격이 되었죠. 선수들 입장에선 감독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안 생길래야 안 생길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봅니다) 프론트의 요구, 팬들의 요구, 자신의 소신, 선수들과 코치들의 의견을 중간에서 적절히 조율하며 균형을 맞추는 감각이 올시즌은 무척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5.시즌을 길게 보고 조급하지 않게 느긋한 운영을 할 줄 안다.
선발을 길게 던지게끔 하는 것이라던가 성적이 좋지 않을때도 이런저런 극단적인 처방보다 침착하고 느긋한 대응으로 뒷일을 준비한다거나 하는 노련함이 돋보였습니다. 이 점은 전임 선동열 감독이 무척 잘 했던 점인데요, 선 감독은 이점이 오히려 지나쳐 팬들로부터 '경기를 일찍 포기한다'는 오해를 사기도 했었죠. (선 감독의 삼성시절 경기 운영 방식은 버릴 경기는 확실히 버리고 잡을 경기는 총력을 다하는 극효율적 운영이었으나... 돈내고 경기 보러 간 팬들 입장에서 그날 경기가 '버릴 경기'가 되어버리면 실망하는게 당연한 일이니..) 류중일 감독 역시 이런식으로 1승1패에 연연하기 보다 시즌 전체를 길게 내다보는 운영을 했습니다. 다만 '버리는 경기'라는 것을 따로 두지 않고, 지고 있는 경기에서도 너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충분히 최선을 다하는 경기력을 보여줬었죠. 이 점이 효율적인 경기 운영을 하면서도 팬들을 딱히 실망시키지 않은 요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류중일 감독은 한해 한해 성적에 따라 하루살이 목숨을 살고 있는 한국 프로야구 감독 답지 않게 무척 느긋하고 부드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특이한 감독입니다. 팀 전체를 장악하려 들지도 않고, 당장의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조급함에 주변인들을 다그치려 들지도 않죠. 물론 수년간의 노력으로 탄탄하게 갖춰진 삼성라이온스의 선수육성 시스템이 뒷받침 되어주고 있기 때문이긴 하지만, 이런 느긋한 여유로운 모습으로 선수와 코치와 프런트와 팬들을 두루두루 만족시킬 줄 아는 절묘한 균형감각을 지닌 감독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또한 각 분야 전문가들인 코치들의 능력을 특화 시킬수 있게 밀어주고, 시즌을 긴 호흡으로 이끌 수 있는 효율적인 프로페셔널한 모습도 가지고 있죠. 선수들이 각자 열심히 노력하기만 한다면 좀 부진하더라도 자신이 방패막이가 되어 뒤를 책임져주는 든든한 모습으로 선수들의 마음을 사는 것도 훌륭하구요.
개념있는 프론트와 재능있는 선수들, 훌륭한 코치진과 탄탄하게 갖춰진 육성 시스템과 더불어 한국 야구계에서 신선하고 새로운 방식의 조화로운 리더쉽을 보여줌으로써 통합우승 2연패를 이뤄낼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지금 삼성에게도 류감독은 정말 적절한 감독이고, 류중일 감독에게도 삼성은 정말 적절한 팀이 잘 만나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고 봅니다. 일단 뭐 내년도 새 투수코치만 잘 데려오면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문제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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