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버지는 새누리당 지지자 입니다.
좀 더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반 민주당 쪽이시죠.
올해 70세가 되셨으니, 그 정도 연세의 분들이 그러하시듯,
가까이 하시는 언론과 친구분들 중 빨갱이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으시지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아버지의 생각을 돌리기 힘들 것 같습니다.
그것이 아무리 잘못 된 것이라 해도
저는 아버지의 의견을 존중 해 드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어릴 때에는 아버지가 이해가 되지 않기도 했습니다.
눈에 뻔히 보이는 한나라당(새누리당)의 거짓말에 아버지께선 놀아난다고 생각했죠..
오히려 제가 어리석었던 것일까요?
저희 아버지께선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으로 정년 퇴임을 하셨습니다.
나라가 IMF로 한창 힘들고,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되어 나가고,
한강에 사람들이 투신 한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 될 때, 저희 아버지께선 교장 선생님이 되셨습니다.
그리고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취임을 하였고, 국가 부도 사태를 막기 위해 칼을 빼 들었죠.
공무원 및 교사들의 정년 단축.
그 당시 전 대학교에 입학을 했습니다.
늦둥이죠.
아버지 나이 40세에 딸만 셋을 두었다가.. 막내로 본 아들이었습니다.
65세까지 교편을 잡으시면 막내 대학까진 공부 시킬 수 있겠다 생각하셨던 아버지께는
말 그대로 청천 벽력이었죠.
학교를 마치기 힘들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 전 학교를 자퇴하고 전문대로 재입학을 했습니다.
빨리 독립해서 집에 부담을 좀 덜어드리고 싶었거든요.
정년 단축은 2년일지 모르지만, 아버지께는 2년간의 급여 (대충 계산해 보아도 1억이 넘네요.. )와
막내 아들의 미래를 위한 공부에 대한 보장과, 충분히 준비되지 못한 노년이 한순간에 날아갔습니다.
아버지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싫어하시는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으로 정년 퇴임을 하면 훈장을 받습니다.
명예 훈장 같은거지요.
그 훈장을 2년이나 일찍 받아서 쫒겨나는 기분이 드는데...
그걸 노무현 전 대통령께 받으셨습니다.
저에겐 영광스런 훈장이지만, 아버지께선 그리 기분이 좋으실리 없는 훈장이죠.
ㅎㅎㅎ 지금 장농 구석에 있을껍니다.
물론 길게 본다면 그런 아버지 세대의 희생이 있어 지금 제가 이렇게 글을 쓰고 앉아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당시 아버지께는 엄청난 충격이었을 것입니다.
다른것이 눈에 들어오기 전에 가정에 직접 타격을 입은 것이지요.
비단 저희 아버지 뿐 아니라 그때의 버스 기사님들도 정년이 단축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때 버스 기사분들이 택시로 많이들 전향 하셨다고 한풀이 하시는 것을 택시에 타서 들었네요.
짧게 쓰려고 했는데.. 은근히 말이 길어지는군요.
재미도 없는 이야기인데... ㅎㅎㅎ
이제 저도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문재인 후보나, 안철수 후보 둘 다 지지합니다.
아직까지는 노선이 같아 보여서 말이죠.
지지의 이유는 한가지입니다.
보다 좋은 세상 만들어서 이제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22개월 짜리 아들에게
좀 더 행복한 삶을 살게 해 주고 싶다는 욕심이지요.
저희 아버지도 그랬으리라 생각합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써, 정치에, 정책에 피해자가 되셨습니다.
물론 정말 이해가 안되는 어른들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나름 이유가 있는 분들도 있는 것이죠..
얼마전 다음 뉴스에서 노인들은 투표권 빼앗고, 안락사를 시키느니... 하는
좀 극단적인 댓글을 봐서 한번 써 봤습니다.
새누리당이나, 박근혜를 지지한다고 너무 맹목적으로 욕하지는 말아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