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면 과일을 먹기가 마땅치 않습니다.
좁은 방에 보관도 힘들고 조금씩 사면 왠지 비싸서 손해보는 느낌이고 어쩌다 맛있어 보이는 과일이
왕창 싸게 팔길래 홀려서 막 사온 후에 처치곤란인 경우도 적지 않져.
뭐 제가 그렇게 정신을 놓고 얼마 전에 천도복숭아를 만 원치 샀다는 건 아닙니다.
아무튼 과일을 보관하긴 힘들고 두고두고 먹고 싶을 때 좋은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조림으로 만드는 것이져. 인터넷에 콤포트, 컴포트라고 치면 다양한 과일로 만드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딸기나 사과나 블루베리나 자두나 기타 등등. 기본적으론 잼 만드는 거랑 약간 비슷한 느낌이지만 과육을 대부분 살린다는 점에서 잼하곤 다릅니다.
잼만큼 오랫동안 졸이지도 않구여. 취향에 따라 와인이나 시나몬 같은 향신료를 첨가해서 만들기도 합니다.
여하튼 만들어보도록 하졍.
기본적인 재료로 조림으로 만들고 싶은 과일, 설탕, 레몬즙을 썼습니다. 재료가 이게 다라니 정말 착한 음식인 것 같아여.
과일을 깨끗이 씻어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줍니다. 전 천도 복숭아는 껍질째 먹습니다. 벗겨 먹는 사람도 있나여? 맘대로 하시길.
참고로 어느 정도 단단한 친구가 좋습니다. 불에 익히면 어차피 부드러워지니까요. 그렇다고 너무 안 익은 친구는 맛이 없겠져.
자르면서 좀 몰캉하고 달달해진 부분은 여러분이 열심히 주워드시고 단단하고 탱탱한 친구들을 냄비에 넣어쥽시다.
설탕을 넣습니다. 보통 과일량의 20%정도 넣는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런거 모르겠고 눈대중으로 취향껏 넣읍시다.
전 자일로스 설탕을 넣고 싶었는데 집 앞 슈퍼에 안 팔아서 유기농 사탕수수 설탕으로 타협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삼십분 정도 설탕에 재웁니다. 그런데 이 과정 없이 그냥 바로 졸이는 분들도 계시더라구요.
전 그냥 재워두면 더 맛있을 것 같아서 재워여. 경우에 따라 물을 반 컵 정도 첨가하는 분들도 있고요.
복숭아 같은 경우엔 굳이 물을 첨가 하지 않아도 나중에 과즙으로 찰랑찰랑해져여...
중간-약불 정도로 시작해서 점차 낮춰가며 뭉근히 끓입니다. 레몬즙을 넣어줘요. 풍미가 돌고 저장성이 높아진다네여.
이것도 그냥 알아서 적당히 첨가하는 분위기네여. 전 저기 나무 숟갈로 한 숟갈 쯤 넣었습니다.
요새는 드물지만 간혹 레몬이나 레몬즙을 산 넘고 물 건너 저 먼 타국에 있는 이름 모를 허브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계신데
마트 가서 에어컨 바람도 쐬고 바깥 세상 구경도 좀 하세여. 구하기 쉬워여.
에펠탑을 바라보는 프랑스인의 기분을 즐기고 싶다는 분들은 와인도 좀 넣으시등가... 전 그런 거 없어서...
15~20분 정도 끓여주면 우리가 흔히들 보는 복숭아 통조림의 그 질감이 느껴지실 겁니다.
30분 넘게 끓이면 맛이 별로라던가 과육이 별로라던가 뭐 그런 글을 봤던 것 같기도 하네여.
한 김 식힌 후 밀폐 용기에 담아서 냉장보관 하면 끝! 밥 먹고 식후 간식으로 이거 한 두 조각씩 꺼내먹으면 꿀맛이 따로 없져!
실물로 보면 정말 맛깔나게 생겼는데 폰카라 한계가 느껴지네여. 흑흑.
개인적으로 시중에 파는 복숭아 통조림은 너무 단맛이 강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건 적당히 새콤달콤해서 아쥬 좋답니다.
화학첨가물 따위도 없져. 물론 통조림만한 저장력은 없지만여. 식감도 통조림하고는 미묘하게 다르다능.
그냥 먹는 것도 맛있지만 핫케이크에 얹어먹거나 플레인 요구르트와 섞어 먹는 것도 좋아요. 다양한 과일로 자유롭게 응용해봐여!
그럼 모두 우리 존재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