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에 가입하고 마침네 눈팅만 하다가 이렇게 기념비적으로 첫 글을 남겨 봅니다.
이제 그리 놀랍지도, 새롭지도 않은 대한민국에 노동시간에 대해서 썰을 한번 풀어보겠습니다.
대한민국이 노동시간이 높게 나오는 이유는
1. 불필요한 야근
2. 습관적인 야근
3. 업무상의 야근
네 당연해서 죄송한데 당연히 오래 일하니까 높게 나오는거겠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오래 일 할 수 밖에 없을까요 ?
재가 생각하는 첫번째 이유는 "법이 보장하는 추가수당"이 제대로 지불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상식적으로라면, 직원이 추가로 일해서 나오는 성과물과 추가로 투입되는 비용을 비교해서 성과물이 높을 경우에 추가근무 더 나아가 야근을 시키는게
합리적이겠지만, 추가근무수당이나 야근이 법대로 나가지 않아도 별 탈이 없으니 대부분 일을 많이 시킬 수록 성과가 난다고 생각(착각)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야근을 하고 근로시간이 높은 우리나라가 왜 노동시간이 우리의 절반 혹은 60~70% 수준인 유럽보다 어떻게 생산성이 낮을 수 있을 까요. 생산성은 그렇다고 칩시다. 도대체 걔네들은 어떻게 그렇게 일하고도 전반적인 생활이 우리보다 풍족할까요? 세금을 많이 걷어서 ?
이렇게 한 번 생각해 봅시다.
한국 중소기업 구매팀에서 일하는 김대리는 하루 10시간을 일 합니다.
독일 중소기업 구매팀에서 일하는 마테우스는 하루 7시간을 일 합니다.
김대리는 하루 3시간은 평균적으로 더 일함에도 불구하고, 마테우스보다 임금은 30% 이상 낮습니다.
3시간을 덜 일하는데도 불구하고, 임금을 30% 더 가져갈 수 있는 방법은 회사가 그 만큼 이득을 낼 때만 가능할 것입니다.
(사장님이 천사일 수도 있다는 가정은 버리고 생각합니다. )
잠깐....한국의 김대리는 독일의 마테우스보다 10시간을 일 하고도, 왜 생산성이 떨어질까요. 오래 일해서 집중력이 없어서 일까요?
거꾸로 독일의 마테우스는 7시간 동안 초집중력을 발휘해서 김대리는 상상도 못할 업무를 수행하고 멋있게 칼퇴하는 것일까요 ?
제가 제조업 지원팀에서 5년간 일하면서 구매-자재-수입을 하면서 느낀 결론은 바로 "아이템"의 차이 입니다.
제가 느낀 흔히 말하는 선진국가의 근로자도 다 같은 인간이고 사람이고, 회사일에 초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그렇게
까지 하고 싶어하는 것 같지도 않는 것 같았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선진국은 노동시간이 짧고 그러니까 집중을 해서 생산성이 더 높다 ?
이건 다소 이유는 될 수 있지만 큰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학 다닐 때는 반도체, 자동차, 선박 뭐 이런거 파는 우리나라 회사가 대단하구나 생각했지만, 회사를 다니면서 정말 상상도 못할 많은 분야에서
특히 산업에 반드시 필요한 기초분야에 독점적인 기술은 죄다 미국-일본-EU(라고 쓰고 독일) 것 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원천기술에서 직간접적으로 파생된 수 많은 아이템은 원가를 따지는게 무의미할정도로 비쌌습니다.
결국 우리의 김대리가 10시간 일해서(피티기게 경쟁해서) 파는 아이템의 가격의 순이익이 만원이라면, 독일의 마테우스가 7시간 일하면서 (거래처가 선불로 주고 사가는) 아이템의 순이익은 수십만원이니, 굳이 3시간씩 더 일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닐까요 ?
그런데 이 돈 되는 금싸라기 아이템은 어떻게 나왔을까요? 설계에 투자해서 ? 제품 디자인에 투자해서? 요즘 이 정도 안하는 회사도 있을까요?
이건 제 생각일 뿐이지만, 수학은 거녕 , 기초물리에도 투자를 안 하는 우리나라에서 결코 금싸라기 아이템은 나올 수 없을 것 입니다.
다시 추가근로시간과 법적수당으로 돌아가보곘습니다.
예전에 유럽도 지금의 한국처럼 노동자를 뽕 뽑듯이 일을 시켰다고 하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러한 걸 막는 법이 생기고, 철저하게 그 법을 지킬 수 있는 풍토가 마련되었습니다. 심지어 우리가 눈치보고 쓰는 연월차를 우리는 권리의 개념으로 보지만, 그들은 의무로 여긴다는 말도 있죠. 그런데 유럽이나 미국은 인권이 풍부한 나라라서 이러한 법이 어느 순간 갑툭틱 나왔을까요? 아니면 엄청난 노동자 봉기를 통해서 쟁취한걸까요?
물론 노동계급의 투쟁도 영향을 주었겠지만, 제가 알고 있는 현실적인 얘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직원의 야근 증가 → 직원의 스트레스 증가 → 가정에서의 스트레스 발산 → 가족의 해체 증가 → 회사의 노동력 상실
결국 쟤들도 근본적으로는 돌고 돌아 회사가 피해를 보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법을 만들고, 지키는 것이지, 아니라면 우리랑 다를바 없을 것 입니다.
추가근로수당과 야근수당이 법적으로 지급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점은 단순히 노동시간이 늘어나는 것 뿐 만이 아닙니다.
일단 제조업의 경우 항상 경기를 탑니다. 불과 2달전에 공장을 풀가동 하다가도 다음달부터는 당장 일이 없을 수 있습니다.
만약 2달전 풀가동을 했을 때 법적으로 추가근로수당과 야근수당이 지급이 되었다면, 그렇지 않을 경우 자연스럽게 그 비용은 줄어드는 꼴이 됩니다.
그런데 풀가동할 때나 안 할 떄나 딱히 큰 변화가 없으니 결국 경기가 조금만 불황이면 인력감축으로 갈 수 밖에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대체로 제조업은 우낀게 생산직은 주면서 사무직은 추가근로,야근수당을 안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히보면 임금이 덜 나가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더 큰 폐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재경팀에 홍대리가 있습니다. 출납업무와 세금계산서 정리를 담당하는 홍대리는 하루 평균 2시간은 더 일해야지 하루 업무를 마무리 지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원칙적으로라면 사장은 3가지 선택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1. 일을 나눌 수 있는 직원 한명을 더 뽑는다.
2. 2시간 더 일한 만큼에 추가 임금을 지급한다.
3. 홍대리를 자르고, 다른 사람을 뽑는다.
상식적으로, 아니 법대로라면 "2번" 추가 임금을 지급해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원의 업무 능력에 비해 일이 많다고 생각되면 "1번"을, 아니다 업무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3번"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렇지 않나요 ?
-사장 : 제 시간에 못했으니까 자기 일은 마무리 알아서 하세요.
-직원 : 어차피 내가 돈 더 받고 일 하는 것도 아니고, 안되면 내일 저녁까지 일 하면 마무리 되겠지.
21세기 무한경쟁사회에서 회사가 정말로 용수철 같이 경쟁에서 이길려면, 한 명이라도 더 능력있는 인재가 필요하다고 말들은 하지만, 실상 개인의
능력 평가를 근무시간이 아닌 업무와 비교해서 제대로 메길 수 있는 회사가 과연 얼마나 될까요 ?
쓰다보니 주저리주저리 썼지만 3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어설픈 자본주의
2. 기초과학의 부재
3. 호구 근로기준법
은근 많은 댓글 기다리면서
늦은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