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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푸풋한 새내기로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물론 그전까진 모쏠 이었구요..
저희 학교는 오티 가기전날 학교에서 예비오티라구 해서 모여서 학교 구경하고 선배들이랑 인사하고
끝나면 다같이 모여 맛없는 부대찌게에 쏘주만 들이키는 전통이 있었습니다.
풋풋한 동기들과 세련된 여선배들을 보니 나도 모르게 분위기가 업되서 미친듯이 소주를 들이 부었고
얼마후 저는 옆에있던 선배에게 옆에 앉아있는 여자애들이랑 합석을 시켜달라고 한 후 합석하자 마자
바닥에 빈대떡을 부치고 선배 2명에게 실려 과방에서 과 깃발을 덮고 자게 되었습니다......
다음날 새벽 오티 출발해야 한다고 날 깨우던 선배님의 눈빛...올해도 술쓰레기 하나가 들어왓구나...
하는 그 눈빛을 온몸으로 느끼며 오티가는 버스에 올랐지요..
가는 내내 전날일이 떠올라 학교관두고 재수할까 하는 생각이 대뇌 전두엽을 압박했지만
몇명밖에 기억하지 못할거라는 막연한 ....아주 막연한 기대를 품었습니다.
숙소에 도착해서 게임을 하기위해 편을 짜는데 여기저기 선후배 할것없이 저를 보며 수근수근.....
'아...망했다... 대학에 와서도 모태솔로는 벗어날 수가 없는거구나...담임샘이 말했던 것들은 다 뻥이었구나.. 내 잔디밭..내 CC'
라고 생각하며 체념하고, 2인 3각 게임을 하기위해 제 짝이된 여자애를 본순간
진짜 빛이 나더군요,,,,,*.*
귀여운 외모, 부산 사투리, 넣놓고 아무 말도 못한채 한참을 쳐다 보고 있는데 그아이가 그러더군요
"야 뭐하는데 빨리 발 무끄라"
"발 무끄야 댄다 아이가"
",,,,?"
"에이 바보가?" 하면서 발에 끈을 묶더군요
그때까지도 '무슨 말을 해야될까?'....'내가 말을 하면 이아이가 날 싫어하지 않을까?', '어제 내 추한꼴 다 본거 아냐?'
하는 생각에 우물쭈물 하고 있을때 그아이가
"우린 무조건 1등 해야된데이 알았나?"
그소리에 정신이 들어 1등이라는 말밖에 생각이 안났습니다.
진짜 죽을힘을다해 1등을 하고 그애가 발에 묶인 끈을 풀러 주면서
"니 달리기 잘하네 잘했다 ㅋㅋ" 라고 말할때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습니다.
"니 말 못하나? 바보 맞는갑네? 또보자"
신나서 자기 조로 뛰어가는 그아이를 보며 그제서야 한마디도 못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멍청이멍청이멍청이'를 수백번 속으로 외치며 우리조로 돌아 와서도 계속 그아이에게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다음게임은 의자앉기
역시나 그아이랑 같이 게임을 하게 되었고 저는 또한번 죽기 살기로 그 아이 옆에서 그아이와 내자리를 사수했지요
마지막 3명이 남았을때 전 그아이에게 내 자리를 양보하며 말했습니다.
"여기 앉아"
"어? 니 말할 줄 아네? ㅎㅎ 내가 꼭 1등해서 선물 니 줄께 ㅋㅋ"
결국 그 아이는 1등을 했고 1등 선물로 나온 양주를 저에게 주더군요
"어제보니 술 엄청 묵드만 이거두 니 다묵으라"
'역시...봤구나....' 하늘이 무너지고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기분...ㅜㅜ
저녁을 먹고 각 조의 방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술을 먹는 시간
전 그아이를 찾기위해 이방 저방 돌아다녔지만 계속 길이 엇갈리는지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그날 저녁도 만취하여 잠이들고...
다음날 본 그녀는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더군요 주위에 죄다 남자들로만
용기가 없어서 그 많은 남자들을 뚫고 다가갈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다시 저녁때 그 아이와 단둘의 시간을 가지리라 다짐했지만 선배들에게 끌려 이방저방 다니다 보니
또 만취..ㅜ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도 돌아 와서도 그녀의 연락처를 물어볼 엄두가 나질 않고
결국 그렇게 오티는 끝났습니다.
며칠 후 집에 있는데 한 선배에게서 전화가 오더군요
"너 집 학교 근처지? 오늘 과방 청소있으니까 와라 끝나고 술도 한잔 할거야"
할 일도 없고 술도 땡기길래 전화 받지마자 학교로 향했고
과방에 들어가자 저랑 같은 조였던 (지금은 가장 친한 친구인) 여자애가 쇼파를 닦고 인사를 했습니다.
"신입생은 우리 둘이 다야?"
"아니 남자는 두명 더있고 여자애 하나 더 있어"
"그래?"
잠시후 들어온 그아이...분명히 집이 부산이라 기숙사가 열기전엔 못 볼줄 알았던 그아이
전 너무나 기뻣지만 티를 안내기 위해 다른 방을 청소하러 자리를 피했습니다..ㅜㅜ (모태솔로였던 이유가...)
청소가 거의 끝나 갈때쯤 그아이가 오더니 자전거를 타다 다쳤다며 손을 보여주더군요
"내 자전거 타다 넘어졌다...여기봐라 빨개졌네"
전혀 멀쩡 하더군요...ㅡㅡ
"괜찮아? 많이 안다쳤네 조심하지..." 이말만 남기고 전 또 부끄러워서 다른방으로 도망을...
청소가 끝나고 저녁겸 술자리로 이동해서
자리에 앉는데 전 그애 옆에 앉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며 움직였고
그결과 자리를 쟁취 할 수 있었습니다! 그 자리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그애가 화장실을 가거나 전화를 받으러 갈때
티안나게 따라나가 같이 들어오는 방법으로 1시간 가량을 계속 그 애 옆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대화는 없었지만..ㅜㅜ
그 후로 술이 조금 올라 오면서 조금씩 빈말을 주고 받기 시작했고 신기한게
제가 참다 참다 못참아서 눈물을 머금고 화장실을 갔다 와도 항상 그아이가 옆에 있었습니다.
술도 들어가고 알딸딸 한 김에
"야 아이스 크림 먹으러 갈래?" 라고 물었고 그애도 흔쾌히 그러자고 하더군요
둘이 아이스 크림 먹으면서 어떤 얘기를 했는지는 잘 기억은 안나고 다만 지금 친척집이 수원인데 수원에 살고있다
라고 말했던 것은 기억이 납니다.
다시 자리로 돌아와 술을 먹는데 이아이가 술을 안먹길래 물었습니다.
"넌 왜 술 안먹어?"
"낸 술 잘 못먹어서 술먹으면 집에 못간다 계속살던 집도 아이고, 못찾아 가문 니가 책임 질래?"
"그래? 그럼 내가 집에 대려다 줄께 먹어 ㅎㅎ"
"진짜~? 니 약속 했다?"
라고 하더니 술을 먹더군요..
역시 술은 사람을 용기있게 만듭니다.ㅡㅡ 어디서 저런 말을 할 용기가 났는지..ㅎㅎ
어느정도 술도 먹었고 시간도 늦어갈때 얘가 집에 가자고 하더라 구요 데려다 달라고..
그래서 선배들한테 인사하고 나오는데 경쟁자가 한명도 아니고 두명이 붙었습니다...ㅜㅜ
집에 데려다 준다고..하아...근데 그때 이 아이가
"아니예요 오늘 A(저)가 데려다 준다고 했어요 A랑 같이가면 되요" 라고 말하는 순간...세상을 다가진 기분...
그렇게 그아이와 함께 그 아이의 집으로 가는길 그아이가 자기 다다음주에 부산에 내려갔다 와야 된다고 하더군요
'무슨뜻이지? 왜 이 이야기를 나한테 하는거지? 응? 뭘 원하는거야?'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내 머릿 속에서는 바로 말이 나오더군요..
아...퇴근 시간이네요.. 나머진 집에가서....(요즘 이게 유행인가봐요..ㅎㅎ 전 진짜 퇴근! 묻히면 그냥 재미없는 거라 생각할 게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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