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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상의 보수우익, 소위 ‘넷우익’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두 개. 바로 ‘혐오’와 ‘열등감’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는 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넷우익이 혐오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 좌파와 여자, 그리고 외노자(외국인 노동자)다. 넷우익이 이들을 혐오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그들이 이 사회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 해악이기 때문이다. 가령 좌파는 김대중부터 노무현까지 10년 동안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대한민국을 망쳐온 주범이며 나라를 북한에 통째로 갖다 바치려 했던 ‘빨갱이’들이고, 여자는 직장에서는 힘든 일 마다하고 연애에서는 더치페이 거부하며 주둥이로만 남녀평등 주장하는 ‘꼴페미 된장 보,슬아치’다. 외노자는 성폭력을 즐기고 에이즈를 퍼뜨리며 해외에 인육을 공급하는 ‘범죄의 온상’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대외적인 이유. 넷우익이 이들을 혐오하는 진짜 이유는 ‘박탈감’ 때문이다. ‘너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되었다’는 박탈감, 그것이야말로 넷우익으로 하여금 상대를 극렬하게 혐오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가령 이런 식이다. 좌파정부 10년 동안 햇볕정책, 대북지원이라는 미명 하에 금강산 사업, 개성공단 등 북한에 있는 대로 다 퍼주고 피폐한 남한 경제는 돌보지 않았다. 그 탓에 서민 경제 박살나고 실업률 올라갔으며 나는 인터넷에서 이러고 앉아 있다. 그런데 퍼준 보람도 없이 북한은 남한 도발하고 핵 가져야겠다고 아우성이니, 이게 대체 무슨 생쑈인가.
그런데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은 무섭게 늘어나 기존 남성의 파이를 살금살금 갉아먹는다. 그나마 유일하게 버팀목이 되어 줬던 군가산점은 벌써 한참 전에 형장 위의 이슬로 사라지고 여권은 무럭무럭 성장해 이제 남녀평등이 충분히 이루어졌건만 꼴페미들은 아직도 대한민국은 남녀차별 사회라고 부르짖는다. 거기에 더해 학창시절 신데렐라 드라마만 보고 자란 김치녀들은 보,슬 짓거리까지 하고 다니며 남자 골을 빼먹는다.
뿐인가. 해외에서 들어온 냄새나는 외노자들은 내국인에 비해 훨씬 싼 돈을 받으며 일하니 점점 내국인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그들이 있었던 공장에는 하나둘 외노자들이 자리를 잡는다. 가뜩이나 실업난이다 뭐다 일자리는 부족해 죽겠는데 이젠 외노자들까지 덤벼드니 당해낼 재간이 없다.
박탈감에서 비롯된 분노를 표출할 상대, 공간을 찾으며 인터넷을 전전하던 이들이 정착한 곳이 바로 보수우익 사이트. 그리하여 그들은 보수우익의 논리를 받아들이고 넷우익으로 변신하기에 이른다. 이른바 ‘일베게이’의 탄생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째서 보수우익의 논리를 받아들였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쉽고 편하기 때문이다. 보수우익의 논리에는 어려운 것도, 불편한 것도 없다.
그들은 김대중과 노무현을 ‘좌파’라고 부른다. 그들이 좌파인 이유는 오직 하나, 북한과 가깝게 지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좌와 우를 나누는 기준은 오로지 ‘북한’이다. 군사정권 시절의 반공이데올로기를 그대로 답습한 이들의 논리 토대 속에 국민의 정부 시절 신자유주의 드라이브로 삼성 공화국의 기틀을 마련하고 참여정부 시절 국방비 증가율이 MB 정부의 그것보다 높았다는 사실은 없다. 넷우익의 머릿속에 있는 잣대는 오직 하나. “어? 이 새끼 북한이란 친하네? 좌파! 탕! 탕! 탕!”
김대중이 대통령 시절 뭘 했고 노무현이 뭘 했는지 일일이 책을 뒤적이고 인터넷 뉴스 기사를 검색해가며 찾을 필요가 없다.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노동…… 여러 분야에서 어떤 정책을 펼쳤고 그게 한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결과적으로 나에게 도움이 되었는지 안 되었는지 판단할 수고를 할 이유가 없다. 알아야 할 건 오직 하나 북한과의 관계. 퍼줬으면 좌좀 빨갱이고 강경하게 나갔으면 애국보수 대통령인 것이다. 세상에 이렇게 쉽고 간결한 논리가 또 어디 있겠는가.
머리로 이해가 빨리 되는데다 속까지 편하다. 내 현실이 시궁창인 이유는 온전히 ‘너희들’ 때문이니, 내 잘못이 있을 리 없다. 내가 대학을 못 가고 재수, 삼수를 하고 있는 것도 다 교육정책 탓이요, 내가 취업을 못하고 빌빌대고 있는 것도 다 정부정책 탓이요, 내가 여자친구를 못 사귀고 야동 보며 딸딸이나 치는 것은 다 꼴페미 된장 보,슬아치 탓이다. 그나마 눈높이를 맞춰 중소기업이나 공장에 취직하려 해도 그런 곳엔 이미 외노자들이 가득하니 빌어먹을 대체 내가 뭘 어떡해야 하는 거냐? 에라이 빌어먹을 것들 이게 다 너희들 때문이니 욕이나 실컷 해주자. 아, 속 시원하다.
그렇게 하나둘 모이기 시작한 넷우익은 어느새 일정한 세력을 형성하기에 이르는데, 이 시점이 되면 그들은 묘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바로 ‘산업화’가 그것이다. 자신들이 한정된 공간에서 분노를 표출하고 욕구를 배설하다 주변을 둘러보니까 인터넷 세상에는 아직도 이 사회의 부조리를 깨닫지 못하고 속고만 사는 무지렁이들이 너무 많은 거라. 좌좀 빨갱이들한테 선동 당해 5.18은 민주화 운동이고 미국산 쇠고기 먹으면 광우병 걸려 죽으며 천안함 사건은 정부조작 임을 굳건히 믿는 멍청이들이 태반이니, 이것들을 어떻게 해서든 정신 차리게 해줘야 겠다는 생각. 산업화의 시작이다.
그렇게 해서 스멀스멀 자신들의 영역 밖으로 나온 그들은 사이트 내에서만 돌아다니던 여러 자료들을 인터넷 공간 사방팔방 뿌려대며 소위 산업화를 시작했다. 좌좀들의 격렬한 저항을 받으면 즉시 본진으로 달려가 “일게이 형들, 산업화가 만만찮네. 도와줘. ㅠㅠ”라고 칭얼대며 원군을 요청하고, 그렇게 도착한 원군들은 전면에 나서거나 혹은 일반인 코스프레를 하며 측면지원에 가담한다. 그들이 이렇게 산업화에 열을 올리는 이유 또한 열등감과 연관이 있는데, 현실세계에선 찌질대던 내가 넷상에선 누군가를 깨우치는 역할을 한다는 착각에서 오는 쾌감이 잠시나마 열등감을 잊게 만든다.
물론 넷우익이 현실에서 찌질거리게 된 것이 전적으로 그들 탓만은 아닐 것이다. 그들이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를 욕하는 것에도 일정부분 일리는 있다. 김영삼이 터를 닦고 김대중이 포문을 열어 노무현이 엑셀러레이터를 밟은 신자유주의 소용돌이 속에서 비정규직은 양산됐고 쓸 만한 일자리는 줄어들었으며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분명 힘들어졌다. 그 부분에 대한 비판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그 모든 게 햇볕정책, 북한 퍼주기 때문이라는 식은 곤란하며 그것이 비판도 비난도 아닌 원색적인 욕설 일색일 때는 더더욱 그러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확한 원인 분석과 건전한 비판이지 철지난 반공이데올로기와 냄새나는 배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찌질거리는 현실이 그들 탓만이 아닌 것은 분명하나 그렇다고 전적으로 게임의 룰을 만든 그 어떤 세력의 책임만도 아니다. 그 어떤 모종의 세력이 멋대로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게임의 룰을 만들 수 있게 뽑아준 건 찌질거리는 그들을 포함한 우리 모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어 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이 중요하다. 누가 북한에 얼마를 퍼주겠다더라, 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가 찌질거리는 수많은 일베게이들을 위한 정책을 내놓을지 그것에 대한 정확한 공부가 필요할 때다. 그러기 위해서 넷우익들은 일단 지금 자신들이 죽치고 있는 그곳을 빠져나올 필요가 있다.
내년, 내후년에도 계속 하루 종일 일베에 죽치고 앉아 “문죄인, 간철수는 뭐했盧?”를 끄적이며 자위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그러나 그게 아니라면, 그만 크롬창의 x를 클릭하는 게 좋을 것이다.
출처: 오르비스 옵티무스
제목: 일베게이들에 대한 단상...
작성자: 동사서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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