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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55352
    작성자 : 곰탕한사발
    추천 : 17
    조회수 : 2122
    IP : 211.217.***.53
    댓글 : 8개
    등록시간 : 2013/08/09 14:18:22
    http://todayhumor.com/?panic_55352 모바일
    10년전 필리핀 어학연수 그리고 귀신...3
     
    그러고 보니...그간 경험으로 볼때 그 싸우는듯.. 무서운듯 비명지르는듯한 필리핀말은
     
    잠들기 직전에 살짝 몽롱한 상태에 들렸는데..
     
    종종 들리는 샤워 소리는 내방에서 나는거 처럼 생생했다는 것이 생각났다!!
     
    그리고 그날 밤..
     
    낮에 나눈 얘기 때문인지 먼가 찝찝해서 잠이 안온다..
     
    아무 필리핀 말도 들리지 않았다...
     
    아직 어떤 이상한 소리도 듣지 못했다.
     
    '이걸 좋아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새벽에 떠드는 사람이 없는 조용한 방이었다는 사실에 좋아해야 하나
     
    귀신소리 들리는 방에 사는걸 슬퍼해야하나.. '
     
    큭.. 별거희안한걸로 고민하고 있는 내가 웃겨서 큭큭 거렸다
     
    새벽 2시 5분.. 적막하리만치 조용한 방안
     
    '끼릭..끼릭..끼릭...' 샤~~~~~~
     
    응???
     
    분명히 내방 샤워기 돌아기는 소리
     
    심장이 출렁 내려 앉았다
     
    뭐지 저게 어떻게..
     
    이 건물은 오래된 건물이어서 샤워기도 아주 오래된 녹이 잔뜩 껴 있는 물건이었다.
     
    녹이 슬어서 오른쪽으로 힘줘서 돌려야 끼릭 끼릭 힘들어 하는 소리를 내면서 물을 풀어주는 그런..
     
    그게 지금 지멋대로 돌아서 물을 뿌리고 있는거다...
     
    이걸 어쩌야 하지
     
    화장실에 들어가서 확인할 용기따위는 없다.. 도망가야 할지도 애매하다..
     
    공포가 도를 지나쳤는지 살짝 멍해진다..
     
    어쩌지.. 어쩌지...
     
    노트북 바탕화면만 쳐다보고 있다..
     
    2시 20분
     
    '끼릭..끼릭..끼릭...'
     
    샤워기가 닫치는 소리..
     
    물소리가 사라졌다..
     
    물소리가 사라졌어도 화장실에 가서 정말 내방 샤워기가 돌아갔었는지 그래서 바닥이 젖어있는지 확인할 용기따윈 없다..
     
    그 다음날 부터 난 내방에서 자는걸 꺼리게 됐다..
     
    이방 저방 다른 방을 전전하며 살고.. 이런말 하긴 그렇지만.. 슬슬 필리핀 유흥에 젖어서
     
    그시간에 방에 잘 없는 시간도 늘어났었다.
     
    그러다 내방에서 잠들면.. 들리는 샤워소리에도 살짝 무감각해 지는 것도 느껴졌다.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이 얘기를 하주면 무서워하는 모습이 재미있어서
     
    그런데 어떻게 샤냐고 물어오는 뻔한 질문에
     
    '아 이제는 별거 아니야 '아 이년이 또 샤워하러 왔구나 생각하고 잔다고'
     
    호탕한척 웃어대곤 했다.. 병신처럼... 자기 방에선 잘 자지도 못하는 주제에..
     
     
     
    그러다 며칠후..
     
    친구 방에서 한잔 거하게 걸치고.. 새벽 무렵 내방에 와서 아무 생각 없이 화장실에 앉아 큰일을 보고
     
    있었다..
     
    아차!!
     
    그때 시계가 2시 5분을 가르친다..
     
    변기 옆에 세면대.. 그 옆에 샤워기.. 그 사이에 샤워커튼... 쭉 일자로 서있는 구조..
     
    난 변기에 앉아있다.. 젠장.. 어쩌지...
     
    그때...
     
    '끼릭..끼릭..끼릭...'
     
    내 옆으로 샤워기 돌아가는 소리가 난다...
     
    샤~~~~
     
    내 옆으로 물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미칠듯 무섭지만 미칠듯 궁금하다..
     
    눈을 살짝 돌린다...
     
    샤워 커튼 위로 샤워기에서 물이 떨어지는게 보이고
     
    커튼 넘어로 사람의 형태가 그림자 처럼 보이고..
     
    커튼 밑으로 물이 하수구로 들어가는게 보이고...
     
    그리곤 작은 소리로 사람 소리가 들린다..
     
    필리핀 말이었다..
     
    '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난 그 말을 들을수 있었고 외울수 있었다.
     
    그 지옥같은 15분이 지나고. 다시
     
    샤워기가 돌아간다.. 물이 멈춘다.....
     
     
     
    다음날 아침..
     
    투텨에게 물어왔다..
     
    '선생님 XXXXXX 이게 필린핀 말 맞죠?'
     
    그 지역의 방언이란다. 어디서 들었냐며 신기해 한다..
     
    그래서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뜨거워... 뜨거워... 뜨거워..."
     
    라고 했다...
     
     
    그날 난 방을 바꿨다...
     
     
    ==============================================================
    짧게 쓸라고 했는데 쓰다보니 주저리 주저리 길어졌습니다.
     
    그 어학원 아직도 엄연히 영업중이고 해서 혹시나 싶어서
     
    필리핀 어느 지역인지 조차도 글에 넣지 않았습니다.
     
    저 방언도 들으면 아시는 분이 계실거 같아서..
     
    XXX 표시했습니다..
     
    날더운데 조금 이나마 도움이 되셨다면 좋겠네요...
     
    그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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