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 ‘덕내’ 쩔어!
대통령 노무현의 덕후 기질은 그와 인연이 있는 기자나 측근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인지했지만,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건 2004년 무렵이었다. 청와대가 ‘발명의 날’을 맞아 “작년(2003년)에 대통령이 청와대 경내의 감나무에서 감 따는 장치를 발명했다”는 가십을 홈페이지에 소개했다. 많은 이들이 이 뜬금없는 일화에 어리둥절해하거나 재미있어했다. 하지만 청와대 통합업무관리 시스템인 ‘이지원’(e知園) 프로그램의 특허권자 중 한 명이 노무현 대통령인 게 알려지자 많은 사람이 깜짝 놀랐다. 그러곤 궁금해 하기 시작했다. “아니, 대통령이 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 거야?”
알고 보니 대한민국 16대 대통령인 이 남자, 그야말로 ‘덕내가 쩌는’ IT(정보기술) 덕후였다. 그는 1990년대 초반부터 IT 분야에 흥미를 갖기 시작해, 나중에는 독학으로 리눅스 프로그래밍을 배웠다. 1992년 14대 총선에서 미끄러진 노무현은 생애 첫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바로 ‘한라 1.0’이다. 사람 많이 만나야 하는 정치인을 위한 인맥관리 프로그램이었다. 그의 데이터베이스(DB)에 대한 집착은 이때부터 드러나기 시작한다. 훗날 ‘참여정부’의 문서기록 정리 작업이 건국 이후 최대 규모가 된 것은 다 노무현 때문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여러 번의 개선을 거치는데, 일종의 파생상품으로 ‘우리들’이라는 그룹웨어도 있다. ‘우리들’은 “정당, 중소기업에서 인트라넷 환경을 통해 조직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5일)이다. 한라 1.0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는 1998년 ‘노하우 2000’으로 환골탈태한다. 일정관리·연락처·메모·회계·메신저 기능까지 갖춘, 당시 아마추어가 만든 것이라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혁신적인 프로그램이었다. 퇴임 후 만든 정치 토론 사이트 ‘민주주의 2.0’도 그가 착안해 시스템 구축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법고시생 시절 직접 개발한 독서대.
필요한 것을 직접 만들어 쓰는 노무현의 자급자족 정신은 사실 옛날부터 싹수가 보였다. 사법고시생 시절 기존 독서대에 불만을 느껴 개량 독서대를 직접 만들어, 1974년 10월 실용신안과 의장등록까지 마쳤다. 독서대가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는지 고시생 신분으로 지인에게 목돈을 빌려 독서대 사업까지 벌였다. 하지만 금세 망하고 만다. 이 독서대는 오늘날의 독서대처럼 책상 위에 올리는 자그마한 게 아니라 좌식생활을 하는 수험생에 맞춘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책상만 한 크기로 꽤 부담스러운 독서대였다. 아무래도 그는 수완 좋은 사업가는 아닌 거 같다.
네티즌 사이에 한때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이른바 ‘노무현 밀덕’(밀리터리 덕후) 설도 흥미롭다. 그가 각종 군사장비와 무기에 정통해 역대 대통령 누구도 하지 못한 엄청난 규모로 신무기를 도입하려 했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절대 안 판다고 한 최첨단 정찰기 ‘글로벌 호크’ 4기를 도입하기 위한 집요한 시도, 세계 다섯 번째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을 진수하고 또다시 동급 이지스함 3대를 추가 확보하기로 한 결정, K1A1 전차를 191대에서 484대로 증강하기로 한 결정, 차세대 전차 K-2 예산을 2조9천억 원에서 3조4700억 원으로늘리기로 한 결정, E-737 공중조기경보통제기 도입 추진, 육군 신형공격헬리콥터 KAH 개발추진 등. 한마디로 밀덕들이 환장할 만한 아이템들만 골라 ‘강병정책’을 추진해왔다는 게 노무현 밀덕 설의 요지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57611.html 진짜 좀 쩌는듯 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