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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movie_55094
    작성자 : 꽃보다륜미
    추천 : 3
    조회수 : 1002
    IP : 111.65.***.126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6/04/04 03:15:23
    http://todayhumor.com/?movie_55094 모바일
    아노말리사, Anomalisa
    movie_imageUHQ1KSHT.jpg
    (스포성 글이 있습니다.)




















    데이빗 듈리스, 제니퍼 제이슨 리가 출연하고
    찰리 카우프만, 듀크 존슨이 공동 연출한
    '아노말리사'를 보고 왔습니다.

    암전된 상태에서 여러 목소리가 겹쳐 나오며 시작하는
    이 이상한 영화는 도입부부터 궁금증을 자아내게 합니다.

    이 영화의 등급이 '청소년 관람불가'에서 암시하듯
    온전히 성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입니다.
    (성적인 묘사가 나와서 이기도 하지만
    내용 자체가 성인들을 위한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창의적이고 효율적으로 적용된 이 독특한 영화는
    그간 기발한 상상력을 냈던
    작가 '찰리 카우프만'의 재능 중 하나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것은 지극히 현대인들의 초상같은 작품이지요.
    주인공인 '마이클'은 자신의 결혼생활과 삶 자체가
    권태롭고 지루하며 고독하기 짝이 없는 인물입니다.

    비행기 안에서 부터 호텔까지 오는 장면을 보게되면
    '마이클'과 극중의 분위기를 그대로 요약해주지요.

    비행기 안에서는 '마이클'의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착륙할때 손을 잡게 되고
    신시내티에 도착하여 호텔을 가기 위해 택시를 잡아 가는도중
    쉴새없이 말을거는 택시기사 또한 단순한 대화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냥 지나가는 장면은 아닐 것입니다.
    (손을 잡고 말을 걸게 됨에따라 역설적으로
    '마이클'이 얼마나 고독한 인물인지 보여줍니다.)

    언뜻 고독과 권태에 면역 혹은 익숙해 태연한 척 보이나,
    중반까지 지나가면 전혀 그런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영화가 단지 '고독'과 '외로움'에만 머물렀다면
    지금 저의 마음보다 더 좋게 봤을지는 의문입니다.


    '아노말리사'는 다면층으로 겹겹이 쌓은
    감정의 틀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마치 '인사이드 아웃'의 계열을
    '셰임'의 분위기로 표현한 듯 합니다.)

    이것은 단일한 감정으로 표현할 수 없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호텔에 도착하게 된 '마이클'은
    옛 연인과 자신이 꿈꿔왔던 연인을 만나게 됩니다.

    '마이클' 이외에 다 똑같은 목소리로 들렸던
    극 중 인물들은 '리사'를 만나고 나서
    진정한 여성의 목소리가 나오게 됩니다.
    (형식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변곡점인데다
    '마이클'의 심리변화까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굉장히 중요한 대목처럼 보입니다.
    옛연인조차 목소리는 바뀌지 않았죠.)

    이전까지 계속 조용하던 극중 분위기가 호텔바에
    여성을 불러들이게 됨으로써 주위의 소음이
    '마이클' 마음의 고동처럼 느끼게 합니다.
    (혹은 어지러운 내면의 소음일수도 있겠지요.)

    리사와 바에 있을 때는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마이클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장면이면서
    심지어 '리사'가 직접 불러주게 되기도 하지요.

    권태롭고 고독한 인생에서 드디어 변화시켜 줄
    인생의 연인을 만났다고 확신한 '마이클'은
    '리사'를 향해 구애를 하게 됩니다.

    주위 사람들보다 그리고 같이온 친구보다
    더 못나고 얼굴에 상처까지 있는 본인을
    왜 좋아하는지 물어보는 '리사'를 향해
    '마이클'은 상세하게 설명을 못하지만
    어떤 '특별함'이 있다고 말을 합니다.
    그런 '마이클'과 '리사'는 하룻밤을 지내게 되죠.

    다음날 악몽을 꾼 '마이클'은 놀란 마음을 진정하고
    아침을 먹으며 '리사'에게 바로 고백을 합니다.
    (언뜻 예지몽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고백과 동시에 전날 택시기사와 오버랩되며
    그 특별함은 사라지고 여느 사람과 다를바 없는 모습으로
    바뀌어가는 상황에 '마이클'은 당황과 무력감을 느낍니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리사는 눈치를 채게 되죠.)

    보통의 목소리와 같이 오버랩되며
    카메라를 '마이클'의 뒤에서 잡아 '리사'의 얼굴은
    햇살에 가려진 채로 프레임을 잡은 구도는
    (뒷모습이 잡힌)마이클의 복잡한 심정과 함께
    마이클이 그간 봐온 사람들과 같게 표현됩니다.
    (마이클 입장에선 전날의 리사가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갑자기 다가온 이 이상한 심경에 어쩔줄 몰라하는
    표정이 카메라를 통해 그대로 다가오죠.
    알수없는 이 당혹감과 무력은 자신도 모르고
    설명도 되지 않기에 더욱 혼란스럽습니다.

    강연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게 된 마이클은
    가족과 친지들의 환영에도 방향을 잡지 못하고
    혼란만 가중되어 계단에 앉아 자신이 사온
    이상한 인형과 마주하게 되죠.


    그렇다면, '리사'의 입장은 어떠할까요.
    지난 8년동안 얼굴에 난 상처때문에 남자를 만나지도 못하고
    8년전에 만났던 연인도 60대에 애까지 있는 사람이었던
    '리사'는 자신의 팬이자 동경해온 '마이클'을 통해
    인생에서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마이클 책에서도 나오는 '아노말리'는 변칙의 의미이고,
    직접 지어주기도 했던 '아노말리사'라는 용어(혹은 이름)를
    받음으로써 그간 고독했던 본인 인생이 특별한 순간으로 바뀌는 순간이었을 것입니다.

    사실, '마이클'과 '리사'는 굉장히 유사한 인물이기도 하지요.
    두 인물 모두 자신의 삶이 외롭다고 느꼈을 것이지만
    서로를 만나 특별해지길 간절히 바랬을
    어떤 인물은 1박을 통해 특별함에서 무력감으로 바뀌었을 것이고
    어떤 인물은 1박을 통해 보잘것 없었던 삶이 인상적인 삶으로 바뀌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가 내비치는
    쓸쓸하고 공허한 분위기가 마냥 슬프지만은 않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며 떠오른 단어가 어째서인지 '애잔함' 이었습니다.)


    '아노말리사'는 '사랑'영화로도 볼 수 있습니다.
    흔히 사랑을 시작하게 되면 그 좋아하는 사람을 바라만 보아도 좋고
    좋아하는 것 자체가 그 사람과 함께 있어야 할 이유가 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단지 하루이지만 그 하루로 인해
    사랑의 시작과 끝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의미심장합니다.

    사랑을 해도 권태는 언제든 올 수 있게 되지요.
    어떤 사랑은 그 사랑이 식어서 헤어질수도 있지만
    왜 헤어졌는지도 모른채 끝날수도 있습니다.

    '마이클'의 옛연인이 그때 왜 헤어졌냐고 되물어보지만
    마이클은 명확한 답을 해줄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모르기 때문이죠.

    대사를 통해 마이클은 현장에서 도망쳤는지,
    현실에서 도망쳤는지, 사랑에서 도망쳤는지
    어찌됐든 도망쳤다고 이야기합니다.
    (11년만에 다시 만나서도 마이클은
    자신의 상황만 앞세우다 여자에게 다시 한번 상처를 주게됩니다.)

    '마이클'과 '리사'의 관계도 똑같습니다.
    그렇게 보면 옛연인과 헤어졌던 상황에서 도망쳤다는 것은
    사랑과 현실과 현장 모두 일수도 있습니다.
    ('리사'와 옛연인이 헤어졌던 상황이 똑같을 거라 짐작됩니다.)


    '마이클'은 영국출생이지만 직업적으로도 그렇고
    이리저리 돌아다닌다는 점에서 묘하게 다가오긴 합니다.
    (신시내티가 처음이 아니고 강연을 하러
    다닌다는 점에서 여러지역을 돌아다니겠죠.)

    '리사'와 LA, 오하이오 중 어디에 살거냐는 질문에서 보이듯
    이 사람은 한곳에 정착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인물로 보이기도 합니다.
    (정차가 필요한 사람이 정차할 수 없는 이유를 모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찰리 카우프만과 듀크 존슨의 연출은
    앞서 말했듯 창의적이며 효율적인 장면들을
    효과적으로 넣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게 합니다.

    언급한 내용들이 다 그러하지만,
    대표적으로 마이클이 악몽을 꾸는 도중
    하관이 떨어져 나가는 장면이 있는데 이것은 여타 다른 작품 같으면
    머리가 잘려나가든 피를 흘리든
    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스톱 애니메이션 답게 얼굴 하관부문만 딱 잘라서 표현한 것이
    굉장히 효율적이면서 그 상황을 충분히 설득시켜준다는 점이 무척이나 놀랍습니다.
    (이것은 시간대비 제작비를 생각했을때도 굉장히 좋습니다.)
    웃긴것은 떨어진 하관을 다시 붙힌다는 것이지요.

    목소리 또한 '마이클'과 '리사'를 제외하곤
    다 똑같다는 점에서 제작비를 당연히 줄임과 동시에
    연출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납득이 가며
    주인공의 이 이상한 심리상 목소리가 다 똑같이 들어간것이
    어떻게 보면 더 맞아떨어져 나간다는 점에서 놀랍습니다.
    (이것은 창작자나 창작자를 도와주는 입장에서 탁월한 생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상하게 보일수 있었던 설정을 독특한 창의성으로 탈바꿈한
    이 신선하고도 기발한 상상력은 '찰리 카우프만'의 빛을 더욱 발하게 합니다.



    찰리 카우프만과 듀크 존슨('아노말리사')을
    대변 하는 입장에서 조금 적어본다면
    어떤 사람들은 주인공 '마이클'의 행동을 보고 불편해 하거나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는 현실과 연계해서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창작자가 그런 감상을 느끼라고 만든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일부분을 가져와 영화적으로 표현것을 도덕적 지탄에 관해서만 이야기 하게 되면
    정작 영화가 말하고자(의도하고자)하는 바와 전혀 다르게 퇴색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위 사람들이나 전문가들 일부 평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오히려 저에겐 그런 행동들이 '마이클'의 이 이상심리를
    더욱 설득시켜준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다시말해, 도덕적 지탄을 하기위해 이 영화를 만든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실제로 '마이클'과 같은 행동을 현실에서 하게 된다면
    그 사람은 당연히 지탄을 받아야 겠지요.
    (엄밀히 말하면 '마이클'은 좋은 인물이 아닙니다.)



    '마이클'은 샤워를 하고 서리 낀 거울을 지워나가며
    자신의 얼굴을 보는 순간 이상하게 뒤틀리기 시작합니다.
    환청까지 듣게되자 옷을 입고 뛰쳐나와
    다른 방문객들의 문을 두드리며 아우성을 칩니다.

    뜬금없이 친구를 찾는다며 문을 일일이 열려고 하던
    '마이클'은 '리사'를 보고 친구를 찾지 않게 됩니다.

    일행이 마이클에게 친구를 찾지 않아도 되냐고 묻자
    '친구보다 아름다운 두 여인과 술을 마시는게 낫다'고 하지요.
    (정말 이상한 블랙 코미디이죠.)
    그렇다면, 아마 마이클은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켜줄 친구를 찾는 것은 아니었을까요.

    '천국에서 온 여신'이 자신의 인생을 구원해줄줄 알았던
    '마이클'은 구원받지 못하고
    결국은 '아노말리사'가 구원받게 되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으로 돌아와 오프닝에서 겹겹이 들려오던 알수없는 다양한 목소리들이
    영화를 보고난 후(수미상관 구조로)크레딧이 올라갈때 그 목소리들을 다시 듣게되면
    여전히 알수 없지만 복잡한 감정으로 극장문을 나오며 오랫동안 생각하게 됩니다.

    여러분 삶을 변화시켜줄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했던 사람을 떠올리며 말이죠.
    (이 작품의 존재 역시 그러할 것입니다.)
    출처 웃대 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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