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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못됐었네."
"너답지 않게 웬일로 뉘우치는 척을 하냐."
희연이는 웃으며 물어봤다. 하지만 나는 전혀 웃을 수 없었다.
"못됐었어. 그 날 정현이랑 같이 있는게 좋은게 아니었어."
"그럼?"
"단지 크리스마스에 여자랑 보내고 싶었던 거야. 내가 원하는 모습을 한 여자와 내가 원하던 곳에서, 내가 원하던 시나리오로. 그녀의 기분이나 느낌 따위는 필요 없었어. 사랑하는 이와 같이 있는 행복은 몰랐어. 그냥 꿈꾸던 모습을 실행하는게 나한테는 중요했어."
"누구나 자기중심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지. 물론 넌 심한게 문제지만. 그래도 너무 심하게 자책 하지마. 그걸 느끼고 있고 후회하고 있잖아."
"글쎄.. 근데 몇 시야?"
희연이는 시계를 보더니 대답했다.
"새벽 3시.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벌써? 너 집은?"
"계속 니 옆에 있었어 환자야! 내 크리스마스 어떻게 할 거야?"
"뭐 어쩔 수 없지. 고마워."
그녀는 눈길을 피한 채 소곤히 말했다.
"네가 정신을 잃은 동안 쳐다보면서 마지막 순간 이라는 걸 느꼈어. 널 걱정하며 단둘이 있을 수 있는.."
"왜 또. 만나면 되지."
"입 다물어. 역시 그냥 정신을 잃은 채로 있었던 게 낫어. 눈감고 잠이나 자."
그 말이 진심으로 느껴져 조용히 했다. 중간 중간 힐끗 그녀를 쳐다보니 사색을 하는 듯 했다. 얼마나 흘렀을까? 그녀는
"이제 첫차 다니겠다. 갈게."
"고마워."
"그래. 모든 기억을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땐 새우 까준 것도 기억해야 돼! 잘지내∼ 종종 연락하구."
희연이는 눈을 살짝 찡긋하면서 나갔다. 막상 그녀가 나가니 병실의 고요함에 혼자 있음을 확연히 느꼈다. 게다가 어둑한 새벽이었기에 깊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정현이와 함께한 재작년 크리스마스를 계속 회상해 보았다. 얼굴은 뜨거워졌으며 한참을 생각을 비운 상태로 그녀의 모습만을 상상했다.
눈물은 흐르지 않았지만 소리 내어 크게 울고 싶은 마음이 흘러 내렸다. 그녀를 너무 보고 싶은 마음과 미안함, 사랑 그 모든 것이 뒤엉켰다.
아무 것도 생각하기 싫었다. 그녀와 있었던 일, 했던 이야기 그리고 모습만을 계속 떠올려 보았다. 기억이 서서히 회복되고 있었다. 전부는 아니었지만 일부는 생각이 떠올랐다.
특히 생일에 관한 일이 떠오르면서 가슴이 물컹하였다. 그녀의 생일은 10월 10일이었다.
당시 사업의 내용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업 때문에 그녀의 생일에 잠깐만 같이 있었음이 분명히 기억났다.
"꼭 가야돼? 같이 있어줄 수 없니?"
"그래서 이렇게 바쁜데 케잌 들고 왔잖아. 딩이 선물주려고. 생일 축하해."
"선물 필요 없어. 같이 있어주라."
"지금 가장 바쁜 때 인거 뻔히 알면서 그러니. 오늘도 중요한 계약이 있어. 좀 있다 가봐야 되."
그녀는 슬픈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떨구었다.
"이번 일만 다 끝나면 되. 조금만 있으면 한가해지니까 기다려주라. 오빠가 딩이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알았어.. 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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