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해결하고 전체 공익을 추구하기 위한 인류가 생각해낸 가장 합리적인 장치이다. 그렇기 때문에 법을 지키는 것은 매우 소중하고 중요한 것이다.
우리가 지켜야 하는 법에는 헌법과 법률 같은 실정법 외에도 폭넓게는 자연법까지 포함된다. 여기서 자연법까지 언급해야 하는 이유는 국민주권주의의 박탈과 같이 그 누가 생각해도 정의롭지 못한 내용을 실정법에 집어넣고 실정법을 악용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역시 군사독재시절에 헌법을 제멋대로 고쳐서 민주주의를 교란하고 헌정질서를 문란하게 한 역사가 있다.
법에 의하여 특정인의 권리를 다소 제한하더라도 그로부터 얻는 전체 공익이 더 크다면 특정인의 권리를 다소 제한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즉 법이 전체의 공익을 위하여 특정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토바이는 고속도로를 다닐 수 없다는 법률은 오토바이를 타고 고속도로를 나가고 싶은 사람들의 자유권을 제한하는 것이지만 그것을 제한하는 것이 공공복리에 더 부합하므로 제한을 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 37조 2항도 이점을 명확하게 하고 있다.
헌법 37조 2항 :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법률로서 제한할 수 있다. 단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측면을 침해할 수 없다.
그런데 그 기본권의 제한이 자기 마음에 안든다고 즉 법이 자기 입맛에 안 맞는다고 그런 법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너도 나도 자신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은 지킬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사법부 판결도 무시한다면 이 사회는 결코 제대로 된 사회가 될 수 없을 것이다. 2008년의 숭례문 방화 사건이나 2014년의 도곡역 방화 미수 사건도 역시 법이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사법부 판단에 불복하였기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 아닌가?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기본권이 제한은 무수히 많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바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이다. 공무원 중에서도 군인, 교사, 사법부는 그 업무의 특성상 더 엄격한 정치적 중립의 의무가 부여된다. 다만 정치 자체가 존재 목적인 정무직 공무원(대통령, 국회의원, 시도지사 등)은 정치적 중립 의무가 부여될 수가 없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해서 공무원에게는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기본권 제약 아니라 특권도 부여되고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지하자. 그렇다면 공무원은 왜 정치적 중립이 필요하고 정치적 중립을 위하여 부여되는 특권과 기본권 제약은 무엇이 있을까?
어떤 조직이던지 고객의 신뢰를 잃지 않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그 조직이 존재하는 기본 가치 중에 하나이다. 그런데 공무원의 고객은 바로 국민이다. 즉 공무원은 국민의 신뢰를 잃지 말아야 한다. 특정한 개별 공무원과 정치적 견해를 같이 하는 국민이든 그렇지 않은 국민이든 모두 공무원의 고객인 것이다.
따라서 개개의 공무원이 정치적 활동을 하게 되면 그 공무원과 정치적 견해를 같이 하는 국민의 지지를 얻을지는 몰라도 그렇지 않은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리게 된다.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리는 것은 바로 공무원 조직이 존재해야 하는 기본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무원 조직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정치적 중립의 의무를 지켜야 한다. 즉 공무원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정치적 견해를 피력하고 정치적 활동을 하거나 정책에 대한 비판 및 저지를 위한 집단활동을 해도 된다. 하지만 공무원은 공무원이기 때문에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공무원에게는 공무원으로서 평생 일할 수 있는 신분보장이라는 특권이 부여된다. 왜냐하면 특정 정치활동을 하지 않으면 퇴직시키겠다는 상부나 외부 세력의 부당한 압박에 굴해서 정치적 중립 의무를 훼손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 공무원 개개인이 스스로 특정한 정치활동을 함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기본권 제약 항목들이 있다. 우리의 법률과 헌법은 이점을 명확하게 하고 있으며 특히 교사와 군인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하게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다.
헌법 7조 2항 :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국가공무원법 65조 1항~4항 (요약) : 공무원은 정당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의 결성에 관여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없고 공무원은 선거에서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 또는 반대하기 위한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 외에 공무원의 정치적 행위의 금지에 관한 한계는 국회규칙, 대법원규칙, 헌법재판소규칙,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국가공무원법 66조 (요약) : 공무원은 공무목적 이외의 집단행위를 금지한다.
교원노조법 2조 (요약) : 교원노조는 일체의 정치적 활동과 정치적 목적의 집단행위가 금지된다.
대법원 판례(2012년 4월 19일, 전원합의체 판결) : 전교조의 시국선언은 국가공무원법이 금지하는 정치활동을 한 것이며 헌법에 의해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공무원 및 교원 지위의 특수성을 각별히 고려해야 함
헌법재판소 판례(2014년 8월 28일) : 교원노조법 2조가 규정한 교원노조의 일체 정치 활동 금지와 국가공무원법 66조가 규정한 공무원의 공무 외 집단행위 금지 조항은 합헌. 일체의 정치활동 금지라는 법문의 과잉 주장에 대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선언한 헌법과 교육기본법, 교원노조 인정 취지 등을 고려할 때 교육 정책에 대한 일정 범위의 개인적 의견 표명이 허용되지만, 조직력을 이용해 정부의 정책 결정이나 집행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목적으로 하는 행위는 정치활동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며 특히 시국선언처럼 교육 현장 바깥에서 정치적 표현을 하더라도 학생 인격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교육 현장과 사회에 미칠 파급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전교조가 시끄럽다. 전교조와 정치적 성향이 같은 일부 언론은 “청와대에 정부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고 잡아가는 비정상적인 세상”이라는 제목까지 달았다. 청와대에 정부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고 잡아가는 세상은 분명 비정상적인 세상이 맞다. 그런데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서 평생 신분까지 보장해준 국가 공무원이 실정법을 어기고 청와대에 정부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고 잡아가는 세상”은 정상적인 세상인 것인 것을 어찌할꼬?
어떤 사람은 미국의 교사들은 폭넓게 노조 활동과 정치적 활동이 보장되는데 우리는 왜 그렇지 않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미국의 교사들은 우리와 달리 신분이 보장되지 않고 학생들이 무능력한 교사를 짤라낼 수 도 있는 그런 사회라는 것은 왜 생각하지 않는 것인지? 미국의 교사는 신분이 보장되지 않으니 당연히 노조활동이나 정치적 활동이 활발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교사들도 정치적 활동 금지라는 기본권 제약이 싫다면 동시에 신분보장이라는 특혜도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이미 전교조는 많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 이렇게 신뢰를 잃어도 꼬박꼬박 월급이 나올 수 있는 것이 공무원 집단과 사기업의 차이다. 사기업은 고객의 신뢰를 잃는 순간 모든 것이 끝이다. 전교조는 왜 국민들로부터 “전교조 다 짤라라. 임용시험 준비하는 유능한 교사 준비생 많다.”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가?
많은 학부모들이 전교조 교사를 싫어한다. 많은 학부모들이 전교조 교사가 담임이 되면 학생들 교육에는 관심이 없고 투쟁에만 관심이 있을까 우려한다. 그래서 그들은 전교조 교사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하고 그 교사로부터 수업을 받지 않고 싶어한다.
그래서 모 국회의원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 전교조 명단을 공개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 후 전교조는 전교조에 가입한 교사들의 개개인의 정치적 성향이 드러나 노조활동의 제약을 받게 되었다며 법원에 그 국회의원을 고소했다. 우습게도 전교조 스스로가 정치적 집단임을 시인한 셈이었지만 법원은 국민의 알권리보다 전교조 명단 공개로 인한 노조활동의 위축으로 입는 손해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 즉 법원은 분명 우리의 알권리를 제한하였다. 하지만 우리의 알권리보다 공공복리를 중시한 법원의 판단이니 받아 들여야 하도 나 역시 그래서 이번 판결에 수긍한다.
그런데 전교조 위원장이라는 사람은 실정법을 어겨놓고도 “악법은 지키는 것이 아니라 깨부셔야 한다”고 발언했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발언이다. “자기들에게 유리하면 법대로, 불리하면 악법“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에게 준법정신을 가르친다는 것일까?
1980년대 전교조가 군사독재 반대를 하는 것, 정말 칭찬할 만한 행위다. 헌정 질서 문란에 대해 누구보다도 법을 지켜야 하고 준법정신을 고수해야 하는 교사들의 정당한 저항권 행사였으니까....
또 9시 등교 문제라던가 자사고 지정 문제 등에 찬반 의견을 내는 것도 전교조의 권리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는 있지만 교육을 하는 교사로서 참교육 실천을 위한 노력의 한 과정이니까...
하지만 지금의 전교조는 어떤가? 세월호 참사를 빌미삼아서 국민이 뽑아준 대통령 퇴진 운동하는 것이 도대체 정치적 활동이 아니면 무엇이 정치적 활동이라는 말인가? 생각해보니 전교조는 과거에도 그랬다. 한미 FTA 반대라던가 각종 정부 정책 반대 운동을 했던 전교조... 과연 이것이 국가공무원으로서의 할 일인가?
전교조의 조퇴투쟁은 정당했는가? 조퇴란 몸이 아프거나 가족이 다치는 등 피치못한 경우에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기업에서 정책반대집회를 위해서 나 조퇴할테니 내 업무는 옆에 동료에게 맡겨주세요라고 한다면 이것은 정당한가?
전교조 교사들도 교사 임용을 준비하면서 신분보장과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다는 것은 알았을 것이다. 혹시 임용을 준비하면서 신분보장만 눈에 보이고 정치적 중립 의무는 눈에 안들어왔다는 것일까?
국민이라면 얼마든지 정치적 견해를 피력하고 정치적 활동을 하거나 정책에 대한 비판 및 저지를 위한 집단활동을 해도 된다. 다만 공무원이라면 그렇지 않다. 전교조 교사들은 국민이 고객인 국가 공무원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