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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v 슈퍼맨을 직접 보니까, 썩토라던가 그런 평가가 얼마나 주관적인지 다시 느끼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직접 보니까 정말 재미있었어요.
물론, 아쉬운 점도 적다고 하긴 어렵긴 합니다만 보고 나와서 망했다던가, 시간이나 돈을 버렸다라는 느낌을 받을 영화는 아니라고 봐요. 개인적으로 어벤저스2 보다는 훨씬 괜찮은 작품이었습니다.
먼저 아쉬운 점부터 적어보자면 아이맥스까지 동원해 찍은 화면 연출인데 극단적인 인물 클로즈업이 지나쳐 영웅물이 아니라 인물 연대기 느낌이 강합니다. DC는 서사물이 아닌데.
두 번째, 웨인의 부모사망 트라우마는 반복적으로 보여주지 않아도 그가 정상인의 삶을 버리고 배트맨이 되는 직접적인 원인입니다. 기존 팬은 물론, 설정만 읽어보고 들어오는 팬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거에요. 이걸 강조해서 슬로우모션으로 3번씩이나 보여주는 건 감정이 조금만 넘쳐도 싫어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관객에게 조차 피로할 수 밖에 없네요. 이건 정말 너무 심했어요.
대신 웨인의 부모가 고담을 어떻게 생각했고 무엇을 기여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죽어야 했는지를 짧고 담백하게 보여줬더라면 훨 낫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이 진합니다.
세 번째, ‘마샤’라는 "이름" 대신에 ‘어머니’라는 공통 키워드가 서로의 이해가 만나는 지점이었으면 아주 자연스럽고 납득 할 만 했을거에요. 웨인이 배트맨이 된 원인이 부모의 죽음이었고, 슈퍼맨이 외계인이 아니라 지구의 영웅인 것은 그에게 어머니와 루이스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사는 세상은 함께 지켜야 할 세상이니까.
잭 슈나이더 감독의 가장 큰 실수는, 단언컨대 사심 넘치게도 ‘어머니’라는 키워드 대신 ‘마샤’라는 이름에 집착했던 겁니다. 배트맨도 슈퍼맨도 모두 어머니(또는 부모)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에 서로 공통된 가치관, 함께 지켜야 할 대상을 일치시킬 수 있는거에요. 그런데 ‘마샤’라는 이름을 부각시키기 위해 앞에 계속 불필요한 장면들을 배치했고, ‘어머니’ 대신에 ‘마샤’라는 이름을 공통 키워드로 썼기 때문에 지켜야 할 요소가 ‘어머니’라는 존재와 그 사회가 아닌 “올~, 우리 엄마들 이름이 같네!!”라는 뜬금없는 공감대를 강요하는 얼척없는 모양새가 된겁니다.
이 연출 하나가 두 시간을 함께 달려오며 배트맨과 슈퍼맨의 쌈박질을 이해하려던 관객의 뒷통수를 강하게 때린 큰 구멍입니다.(야구로 치면 히 드립드롭 더 볼~~) 어머니가 아니라 마샤를 강조한 이 연출로 앞으로 잭 슈나이더라는 이름 뒤에는 사심연출, 공감불가 코드라는 꼬리표를 달 수 밖에 없어졌습니다.
네 번째, 떡밥을 너무 성의 없이 뿌렸어요. 이건 모르긴 해도 잭 슈나이더 감독의 결정이라기 보다는 “자본”의 개입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플래시가 루이스를 언급하는 장면도, 다른 메타휴먼의 정보를 루터를 통해 털어주는 장면도 모두 이 영화 속 어떤 연출보다도 친절하고, 자세합니다. DC 팬이라면 궁금할 게 남지 않았을 정도. 이건 극을 쓰는 사람이나 감독의 스타일에서도 완전히 벗어난, 누군가 희망하는 떡밥을 단순하게 끼워 넣은 장면에 지나지 않아요. 돈을 댄 사람의 조급증이 영화의 격을 더 낮춘 케이스겠지요. 비유하자면 같은 한 필체의 글속에 한두 문장만 필력과 필체가 다른 글이 들어가 있는 느낌?
마지막 단점은 영화 자체가 아니라 번역에 대한 아쉬움이에요. 오역이 결정적인 장면에 영향을 그리 미치는 건 아니니까 오역 자체보다는 작품 이해도가 없는 사람이 번역을 했다라는 속상함입니다. 예를 들자면 렉스의 스몰빌 언급을 그냥 시골마을 정도로 번역한 건 이전에 슈퍼맨 세계관 드라마인 스몰빌과의 연계를, 그 고마운 배경을 걷어차버린 일이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트맨 v 슈퍼맨에는 외면할 수 없는 매력이 가득합니다.
캐릭터간의 개연성이 많이 지적되던데 캐릭터간 단절로 보이는 연출은 오히려 장점이라고 봅니다.
이 작품에서 루터와 배트맨과 슈퍼맨은 서로 다른 동기에 의해 서로의 판단만으로 움직입니다. 그러니 서로 움직이는 동선에 개연성이 있을 리 없어요. 그냥 단순하게 보여주는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그냥 배트맨은 이렇게, 슈퍼맨은 저렇게, 루터는 그렇게.
세 캐릭터가 서로 다른 목적으로, 서로 다른 정의를 가지고 각각의 방향으로 설쳐대는데 그 시퀀스에 인과관계의 개연성을 넣으면 오히려 마블식 전개가 됩니다. 마블식 전개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DC 방식이 아니라는 겁니다. 악당에겐 악당의 방식과 정의가, 히어로에겐 히어로만의 대처 방식이 있는 게 DC 방식이거든요. 이번 배트맨의 연출은 DC 방식이 가장 잘 표현된 연출이었습니다. 비록 배트맨의 불살 원칙은 버렸지만, 지독하게 DC 방식이었어요. 낙인을 찍건 말건, 죽을 만큼 후드려 패던 말던 니캉 내캉 어짜피 범죄자니까 그냥 내 방식으로 할래.
개인적으로는 맨오브스틸도 재미있게 봤지만 액션이 좀 과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런 드래곤볼 같은 액션도 절제되어 표현되니 훨씬 격이 높다는 평가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맨오브스틸에서 손오공과 베지터가 연상되는 액션이 좀 안타까웠거든요.
배트맨의 액션은 누가 뭐래도 어두운 곳에서 자신이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게 기절하고 공중에 매달리는 은밀하고 알기 어려운 게 매력 아니겠어요? 왜? 그는 배트맨이니까. 오히려 이번 작에서는 너무 화려하다는 느낌이 살짝 아쉬웠습니다.
루이스가 민폐 캐릭터라는 평에도 이의를 제기해봅니다. 오히려 자기 캐릭터대로 달린거에요. 애인이 뭐라하던 저널리스트로써의 활동은 죽으면 죽었지 안 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거든요. 뭐, 그래서 슈퍼맨이 신경을 항상 쓰고 있을 수 밖에 없지만, 애인이라면 그 정도야….
루이스는 자신의 취재를 했고, 그 방법으로 애인을 돕고자 합니다. 저널리스트에게 따라붙은 위험을 훈장 정도로 생각하는, 그런 퓰리처리스트. 그런 여성답게 고민보다 행동이 빨라요. 애인을 해할 수 있는 무기를 재빨리 치워버렸고, 다시 필요해지니 뒤 생각할 것 없이 다시 버렸던 물로 뛰어듭니다. 루이스 다운, 지극히 루이스다운… 이라는 거죠. 자기 애인이 내가 위험한데, 저 정도도 안해주면 속상하지 않겠어요? 특히 배우 나이가 많다라는 비판은 참... 에이미 아담스와 비슷한 연배 DC팬의 속상함을 증폭시켜주네요. 리브옹이 사랑했던 루이스가 환생한 듯한 이미지가 에이미 아담스에겐 있습니다. 그깟 나이따위....
렉스 루터는 기존의 이미지와 많이 다르지만, 광기의 캐릭터를 앞으로 잘 표현할 수 있는 그런 인물이라고 봅니다. 너무 조커스럽다 라는 평이 있습니다만, 그 조커를 다시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이 역을 맡았다는 게 앞으로의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눈을 씻고 찾아봐요. 히스레저를 연상시키는 광인 역을 할 수 있는 배우가 얼마나 되는지. 게다가 렉스루터라는 캐릭터가 완력이나 파워 계통이 아니라 철저히 두뇌플레이니까, 어떤 면에서는 광인,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라는 편이 어울릴지도 모릅니다.
엄청난 기대감을 가졌다가 평을 보고 그 기대를 놓고 영화를 접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나쁘지 않았어요. 아니, 기대 이상으로 괜찮았어요. 그 다크한 느낌도 좋고. 더더더 많이 다크해질 세계관이 기대가 됩니다.
P.S 1 : 배트맨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P.S 2 : 원더우먼은 예고편이 다가 아니던데요? 난 임팩트 넘치는 액션만 좋아... 라면 몰라도.
P.S 3 : 내가 보고 있는 배우가 벤 애플렉인지 조지 클루니인지 가끔 착각이 들…
P.S 4 : 이봐, 잭감독님, 홀리헌터를 그렇게 쓴 건 너무하셨소.
P.S 5 : 고담의 악은 배트맨이 응징하고, 배트맨은 알프레드가 응징합니다. 뭐야 이 집사 무서워!!!
P.S 6 : 루이스가 위험한 것만 신경쓰고 엄마의 위기는 모르기 때문에, 클락은 지구의 아들내미 맞습니다. ㅋ
P.S 7 :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고 액션 넘치는 블럭버스터를 기대하는 분들은 앞으로도 DC는 안보시는 편이 좋을거 같네요. DC의 꽃은 어둡고 무거운 드라마입니다.
출처 | 음... 판교 아이맥스 3D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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