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가 본 미국과 한국의 차이점 [2008-06-24 ]
[법치주의가 마비된 자유민주주의는 결코 바람직한 사회가 아니다]
2007년 처음으로 미국 땅을 밟았다. 초청행사로 인해 미국 갈 기회가 생긴 것이다. 앨라배마 주 조지아 주, 테네시 주, 버지니아 주, 캘리포니아 주, 워싱턴, 메릴랜드, 베니어, 델라웨어, 뉴욕, 뉴저지, 인디아나주 등 많은 곳들을 돌아다녔다.
북한에 있을 당시 어릴 적 교육은 미국의 한자어는 米 國 (쌀미, 나라 국) 자를 썼다. 즉 쌀이 많은 나라라는 뜻이라고 선생님이 가르쳐 주셨다.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알게 된 미국의 한자어는 美國(아름다울 미, 나라 국) 자를 써서 아름다운 나라라고 했다.
내가 본 미국 땅은 정말로 아름다운 나라, 국민 모두가 알아서 사회 질서를 지키는 예의지국 이였다. 한국에서 느꼈던 것보다 분명히 뭔가 다른 자본주의국가였고, 넓고 푸른 대지(大地)와 아름다운 자연을 가진 나라였다. 사람들 스스로가 자기가 살고 있는 나라의 모든 자연과 생물을 아끼고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몸으로 느끼게 해준 나라였다.
우리를 인도해 주던 한 재미동포는 내가 궁금해 하는 모든 것들을 설명해 주었다. LA공항에 도착해서 숙소로 이동하던 중 첫 궁금증이 생겼는데, 그것은 매 교차로, 차로 마다 거지 한, 두 명은 꼭 있는 것이다.
“아니 무슨 거지가 한국보다 더 많아? 잘 사는 나라라면서... ” 그보다 더 의문스러웠던 것은 자가용차 운전기사들이 그들 앞을 지나가면서 손 내밀고 있는 거지들에게 의무적인 마냥 몇 달러 정도를 쥐어주고 지나갔다. 우리 차 운전기사 역시 지나가면서 2달러(2천 원 정도)를 쥐어주고 지나갔다.
의문스러워 하는 나에게 안내원(재미동포)은 미국 거지들에게는 일반시민들이 생각하는 상상 외로 돈이 많은데 그 돈들을 죽으면서 전부 국가에 바치고 죽는다고 했다. 죽으면서 국가에 바치는 돈들은 어느 정도라도 보탬이 되기 때문에 거지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고 했다. 국가에 바칠 거면 왜 빌어먹고 다니는지 역시 궁금했지만, 거지도 “애국”한다는 말에, 그들을 보는 나의 입장은 처음보다 분명히 달라졌다. 한마디로 거지도 “인권”이 있단다.
몇일 후, 관계자의 초대로 우리는 아름다운 사막 로스엔젤리스 의 어느 한 시내를 달리고 있었다. 한창 달리고 있는데 경찰차가 먼 곳에서 부터 사이렌을 울리며 건너편 차선으로 오고 있었다. 그때 중앙선이쪽과 저쪽 차선에서 오고가던 모든 차들이 서서히 멎기 시작하더니 경찰차가 지나갈 때엔 모든 차들이 정지했다가 지나간 다음에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난 또 의문스러웠다. 안내원아저씨는 미국 모든 곳에서는 급한 공무집행 경찰차나 구급차 들이 지나 갈 때에는 양쪽차선에 있는 차량모두가 반드시 잠깐 정지했다가 다시 이동한다고 했다. 그때 정지하지 않고 달리는 차는 범죄차량으로 인정하여 경찰들은 실탄을 발사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속도위반이나, 신호위반, 범죄 등으로 경찰차에 단속되어 차를 세웠을 때에는 차안에 앉아있던 운전자, 동반자 모두 그 어떤 행동도 할 수 없다고 한다. 일단 차를 세웠으면 두 손을 뒤 머리에 깍지 낀 자세로 올린 채 앉은 상태에서 앞만 바라보며 경찰이 다가올 때까지 있어야 하며 조금이라도 고개 돌려선 안 된다고 한다. 만에 하나 차 밖으로 손을 내민다거나, 얼굴을 내 밀 때에는 경찰이 총을 발사 할 자격과 권리가 모두 주어진다고 했다.
이처럼 법치주의에 한해서는 양보가 없다는 말이다. 이는 지금 남한의 공권력이 촛불집회와 같은 불법시위에 대한 무력함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미국에서 공무집행을 하는 경찰한테 그 어떤 욕설이나, 행동을 한다는 건 자기가 죽겠다는 것 밖에 안 된다고 한다. 공권력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 라는 생각도 잠깐 들었지만 그렇게 해야만 국가의 사회질서와 흐름이 유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한국은 분명 자유민주주의사회이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핵심은 법치주의다. 하지만 한국정부나, 공권력의 권위가 너무 실추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라는 것은 헌법 제 1조에도 나와 있다. 그렇다고 해서 폭력시위와 같은 부정적 행동을 보호한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이를 볼모로 일부 국민이 국가의 법률을 흔들려고 한다면, 이는 오리려 법치주의를 허물어뜨린다.
국가(國家)는 대 가정이다. 예를 들어 국가원수인 대통령은 아버지 구실을 해야 하고 국회는 국가정책을 집행하기 위한 대책을 심사한다. 이렇게 보면 국회가 어머니의 구실을 해야 한다. 교양 있는 집안의 자식들은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부당하게 대들지 못한다.
우리가정도 교양 있는 집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부모에게 부정적으로 반항을 한다거나 말을 안 들으면 욕을 먹거나 심하면 엉덩이나, 종아리를 걷고 매를 맞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무조건 부모님들의 말에 머리 숙이지 만은 않는다. 부모님의 요구가 나의 의견과 다를 때에는 내가 생각하고 있는 의견을 겸손히 말씀드린다.
그러면 부모님은 내가 있는 앞에서 바로 내 의견을 들어주지는 않지만, 그날 저녁이나, 아니면 다음날 아침 학교가기 전에 내가 제기한 의견이 옳기 때문에 들어 주시든지, 아니면 내가 생각하고 있는 부분은 이런 점에서 타당성이 없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알려주시면서 그렇게 하라고 하신다. 그러면 나는 어르신들의 말씀이기 때문에, 난 아직 어리기 때문에, 자식이기 때문에, 내가 미처 모르고 있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 말씀에 순응한다.
그것이 가정이고 올바른 上下 관계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윗사람은 아래 사람에게 옳은 길로 인도한다. 만약에 내가 아버지나 어머니를 무시하고 그 분들을 쥐락펴락 하고 버릇없이 굴게 되면 다른 가정들에서는 우리 집안을 아주 무시해 버리거나, 혀를 찰것이다. 그러면서 나의 부모님을 바깥에서 만나면 속으로 비웃으면서 하찮게 대한다. 왜냐면 우리집안이 위와 아래도 없는 그런 예의 없는 집안이기 때문에 같이 놀러가지도 않을 것이고, 도와달라면 업신여기면서 잘 도와주지도 않는 것이다. 가정이라해도 민주주의적으로 가정이 운영되면 주위 사람들의 대우를 받게 된다는 말이다.
앞서 말했지만 국가(國家)는 대 가(大家)이다.
물론 부모님이 잘못 할 수도 있다. 그래도 아버지가 좀 잘못을 했다고 해서 자식이 아버지에게 부모자리를 내놓고 새 엄마 아빠를 들여 놓겠다는 것은 그 집안에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신사망신 코 딱지가 시킨다.”는 옛 속담처럼 한국의 이미지와 자존심을 자식인 국민들이 시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부모의 얼굴에 먹칠하는 꼴이 된다.
자식은 부모한테 건의할 순 있지만 반항해서는 안 된다. 이번 촛불집회를 보면서 한국정부의 권위가 너무 없고, 위 아래도 모르고 덤비는 자식한테 너무 쩔쩔 맨다는 생각이 든다. 국민이 자기국가를 무시하는데 그 나라의 말을 들어줄 나라가 어디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니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해짐을 느낀다. 부모의 이미지를 내가 다 망쳐 놓은 것 같은 느낌과 꼭 같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다.
미국 산 쇠고기를 수입하던, 어떤 나라와의 교류를 어떻게 하든, 국민이 대통령에게 어느 정도의 조언이 아니라 아예 반항과 항쟁을 해 버렸다.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들의 방식은 조금씩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자식이 잘되길 바라는 게 부모의 마음이지 자식이 못되길 바라고, 죽길 바라는 부모는 결코 없다. 물론 남한의 현대사에 김대중-노무현과 같이 김정일 독재자에게 비굴함으로써 국민들의 자존심을 심히 꾸겨놓은 사례를 제외하고 말이다.
우리 손으로 대통령을 세웠을 때에는 뒤에서 밀어 주고 지켜봐 주는 것이 우리가 할 역할이지, 대통령으로 세운지 몇 개월도 안 되서 정부를 무너뜨리려고 깎아내리고, 부수고, 항의하고, 반항하는 것은 자식 된 도리가 아니다. “믿던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속담도 있지만 믿어보지도 않고 처음부터 의심 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처사라는 것쯤은 나도 안다.
나는 대한민국의 한 사람에 불과하지만. 내 나라에서 살고 계시는 모든 국민들이 이것만은 꼭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믿는 곳엔 반드시 뜻이 있고, 길이 있기에 내 부모를, 내 아버지를 일단 믿고, 받들어줘야 다른 나라들도 우리를 허술하게 보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나라 사람들이 문화나 생활들은 힙합이나 랩, 외래어를 써가며 선진국을 따라 가면서 그들의 사고방식은 왜 따라 배우지 않는 것인지?
미국의 강대함은 대통령의 노력이 20%이고 나머지 80%는 국민들 스스로 자기 나라의 권위를 세워주고, 스스로 사회질서를 지키기 때문에 나라가 그토록 강대국으로 나가고 있다는 것을 여러분들은 조금이라도 알고 느꼈으면 좋겠다.
우리는 지금 누워서 침 뱉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탈북자 한정숙(2003년 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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