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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tarcraft2_54722
    작성자 : Yesjam
    추천 : 11
    조회수 : 1491
    IP : 59.22.***.91
    댓글 : 15개
    등록시간 : 2015/10/18 20:2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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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크래프트와 LOL 게임속 노동자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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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크래프트와 LOL, 게임 속 노동자의 삶
    기사입력 2015-10-13 11:30 |최종수정 2015-10-14 11:40
    '게임'만큼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문화는 없을 것이다. 7, 80년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신자유주의’와 맞물려 시작된 게임의 역사는 태생부터 자본의 논리를 담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게임이 바라본 세상은 달랐다. 자본가의 논리보다 노동자의 현실을 직시했다.노동 개념은 게임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부각됐다.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게임 캐릭터도 ‘노동자’ 출신이고, 노동의 가치에 따라 게임장르까지 바뀌곤 했다.

    심지어 온라인게임에선 게임 플레이 자체가 노동으로 환산된다. 게임 속 노동의 가치는 어떤 형태로 변해왔을까. 1981년 세상을 발칵 뒤집은 한 명의 노동자 캐릭터부터 만나보자. 

    빅토르위고.jpg

    “노동은 생명이며, 사상이자, 광명이다”
    -빅토르 위고(레미제라블 저자)-

    게임의 전성기를 가져온 노동계급 영웅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게임 캐릭터는 노동자 출신이다. 직업은 배관공. 노동자계급 중 가장 험한 일은 하는 직종이다. 처음엔 이름도 없었다. 그냥 무명의 노동자였다. 1980년 닌텐도는 회심의 역작 ‘동키콩’을 개발했다. 미국의 인기 캐릭터 ‘뽀빠이’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고 싶었으나 판권을 사지 못해 무산됐다.

    할 수 없이 닌텐도는 이름 없는 캐릭터를 땜빵용으로 만들어 등장시켰다. 붉은 모자에 멜빵바지, 촌스러운 콧수염의 동네 아저씨. 직업은 배관공이다. 멋진 기사나 영웅 캐릭터도 많은데 왜 하필 전문직 출신 노동자 출신인가. 강력한 고릴라 동키콩에 맞서기엔 부족해 보이는 신분이다.

    동키콩.jpg<닌텐도의 회심의 역작 동키콩. 내놓은 게임마다 번번히 죽을 쒔던 닌텐도는 동키콩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었다> 

    게임 속 주인공은 죽도록 고생만 한다. 화면 밑에서 위로 올라가 공주를 구해야 한다.그럴싸한 무기도 없고 이렇다 할 능력도 없다. 다가오는 장애물을 피해 점프하는 스킬 정도.계단을 하나하나 오르며 살기 위해 바동거려야 한다.

    장애물에 걸리면 밑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어쩌다 망치를 구하면 편하게 진행 할 수 있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고생 끝에 최상층에 도달하면 갇혀 있는 공주를 구할 수 있다. 인생역전의 찰라! 성난 고릴라는 공주를 빼앗아 도망가 버린다. 그리고 다음 스테이지가 시작된다. 배관공은 최하층에서 다시 올라가야 한다.

    재미있게도 게임은 노동자들의 삶을 반영한다. 그들도 게임처럼 가진 것 하나 없이 인생의 사다리를 올라가야 한다. 여기저기 설치된 장애물들은 노동자들을 좌절하게 만드는 사회시스템을 상징한다.열심히 다닌 직장에서 잘리면,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한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한숨 돌릴 틈도 없이 다음 단계로 진입해야 한다. 

    ‘동키콩’은 닌텐도에게 엄청난 흥행을 가져다 줬다. 내놓은 게임마다 번번이 실패만 했던 닌텐도는 ‘동키콩’의 성공으로 게임사업의 기틀을 마련했다. 무엇보다 성공의 일등공신은 무명의 배관공 캐릭터였다. 이 캐릭터가 없었다면 지금의 닌텐도도 없었을 것이다.

    img02.jpg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 캐릭터 '슈퍼 마리오'는 노동계급의 영웅이다>

    닌텐도는 이 노동자 캐릭터에게 근사한 이름을 지어주었다. 뽀빠이 대신 급조된 무명의 노동자 캐릭터의 이름은 ‘마리오’다. 1985년 그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슈퍼마리오’는 전 세계적으로 천만 장 이상 팔리며, 역대 최고의 게임으로 올랐다.

    마리오는 디즈니의 ‘미키마우스’를 제치고,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캐릭터로 등극했다. 역설적이지만 자본주의의 산물인 게임에서 노동계급의 영웅이 탄생한 것이다. 이후 노동의 가치는 게임에서 중요한 콘텐츠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야~ 야근이다!”
    -스타크래프트2 SCV 대사 중-

    IMF와 스타크래프트 노동자들
    1997년, 한국은 IMF 사태를 맞았다. 한국의 노동시장은 얼어붙었다. 정부의 잘못과 기업의 무능으로 빚어진 IMF 위기는 수많은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았다. 지독한 구조조정과 정리해고가 따랐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노동자들이 좌절하는 이때, 게임산업은 전에 없는 전성기를 맞았다.

    1998년 ‘스타크래프트’가 출시됐다. 스타는 국내에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RTS) 붐을 일으켰다. 게임 안에는 생산과 분배, 전략과 전술 등 전쟁게임이 갖춰야할 모든 것이 들어있다. 스타에서도 노동자들의 일상이 묘사되어 있다.

    http___media_blizzard_com_sc2_media_wallpapers_wall042_wall042-large.jpg
    <스타크래프트2 SCV. 자원을 채취하는 일꾼유닛은 게임의 가장 기본적인 노동자 계층이다>

    스타에서 노동의 가치는 중요하다. 이 게임은 전투만큼 생산도 중요하다. 생산과 분배의 벨런싱을 얼마나 잘 맞추느냐가 승리의 관건이다. 게이머는 자원을 채취하고, 적절한 유닛을 생산한 후 적 기지를 파괴해야 한다. 상대를 효과적으로 공격하려면 그만큼 생산라인에서 받쳐줘야 한다.

    자원이 많아야 좋은 유닛을 만들고 기술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다. 생산라인의 기본유닛은 일뿐 캐릭터다. 테란의 ‘SCV’, 저그의 ‘드론’, 프로토스의 ‘프로브’가 있다. 이들은 미네랄 50의 가치로 환산되는 게임 속 노동자들이다.

    스타 속 노동자들의 삶은 고단하다. 커맨드센터와 미네랄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광물을 캐어 날라야 한다. 건물을 짓고 수리하는 일도 일꾼의 몫이다. 다른 곳에 자원이 발견되면 목숨 걸고 멀티기지를 세워야 한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일꾼유닛들이 죽어나간다.

    scv3.jpg
    <SCV는 미네랄 50의 가치로 환산되는 게임 속 노동자들이다. 게이머는 기업주의 입장에서 이들을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저들은 이들의 죽음에서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어차피 미네랄 50만 있으면 얼마든지 새 일꾼을 뽑을 수 있으니까. 플레이어는 기업주의 입장에서 게임을 내려다본다. 일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유닛을 용납하지 않는다. 혹여나 놀고 있는 유닛이 없을까 화면을 끊임없이 비추며 이들을 감시한다.

    일꾼이 없으면 기지는 존속 할 수 없다. 아무리 화려한 컨트롤도 후방의 지원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하지만 일꾼 캐릭터는 그 역할에 비해 대우가 박하다. 승리의 영광은 늘 전방의 전투유닛들의 몫이다. 상대방이 GG를 치는 순간에도 일꾼유닛들은 후방에서 묵묵히 자원을 캐고 건물을 수리할 뿐이다. 테란의 일꾼유닛 SCV를 클릭하면, 노동자들의 씁쓸한 현실을 담아낸 대사가 나온다.

    “And now I gotta put up with this too (이번에도 또 참아야 하나?)”

    scv.jpg
    <SCV 안에는 피곤에 찌든 노동자들이 타고 있다. SCV 클릭하면 가끔 '이야, 야근이다!' 같은 노동자들의 애환이 담긴 대사들이 나온다> 

    이렇게 홀대받는 일꾼유닛이 유일하게 인정받는 순간은 조직이 ‘위기’에 처했을 때다. 기지가 전멸위기에 처하면 플레이어는 일꾼부터 안전지대로 대피시킨다. 배틀크루저 열대보다, SCV 한 대를 살리는 쪽이 더 유리하다. 배틀크루저는 파괴되면 그만이지반, 일꾼유닛은 또 다른 기지를 생산할 수 있다.

    게임 속 노동자는 위기 때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하지만 현실은 게임만 못하다. 위기 때마다 한국기업은 노동자들부터 정리했다. 무능한 경영자는 살아남고, 현장의 노동자부터 거리로 내몰렸다. 노동자가 절망하는 사회는 회생의 조짐이 없다. 경제위기 이후청년 실업문제, 비정규직 문제 등 우리의 노동현실은 여전히 암울하다.그런 점에서 위기 때마다 노동자부터 잘랐던 한국의 기업들보다, 스타크래프트 경영방식이 더 현명하다.     

    노동자 없는 LOL, 냉혹한 생존경쟁
    그렇다면 노동자가 없는 게임은 어떤 모습일까. 스타크래프트는 거의 10년 이상 한국 게임시장에 군림했다. 그런데 ‘리그오브레전드(LOL)’가 나오면서 견고했던 아성이 깨졌다. 지금은 LOL이 스타를 넘어선지 오래다. LOL은 여러모로 스타와 다른 게임이다. 가장 큰 차이는 생산개념을 배제한 것이다. 노동자들이 없어진 것이다.

    노동자의 지원이 없는 전쟁터는 훨씬 냉혹하고 살벌하다.LOL은 플레이어의 컨트롤과 팀웍으로 승부가 가려진다. 다른 요소는 끼어들 틈이 없다. 스타처럼 안전하게 뒤를 받쳐주는 일꾼들도 없다. 넥서스가 파괴되면 다시 지을 수도 없다. 그냥 그걸로 끝이다.

    리그오브레전드.jpg
    <노동자들의 생산개념이 없어진  LOL의 게임룰은 스타보다 훨씬 냉혹하고 살벌하다>

    스타는 열세의 상황에서도 생산라인만 견고하면 역전 할 수 있다. 컨트롤이 약해도 물량으로 밀어붙이면 된다.하지만 LOL의 전투는 다르다. 팀의 모든 캐릭터가 '생산자'이자 '전사'의 역할을 해야 한다. 보급도 힘들다. 맵 상에 존재하는 NPC들을 잡아서 보충해야 하는데, 적이 먼저 먹으면 그걸로 끝이다.

    플레이어는 철저히 자신의 컨트롤 실력으로 승부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팀에 누를 끼치는 사람은 살아남을 수가 없다. 차포 다 때고 맨몸으로 겨루는 살벌한 아레나다.그러다보니 한 번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 팀플레이에서 누가 실수했는지 명확하게 드러난다는 것도 스타와 다른 점이다.

    스타는 노동자가 받쳐주는 게임이다. 게임을 잘하려면 생산력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테크트리를 타야 한다.장기전이 펼쳐지면 나중에 살아남는 쪽은 자원이 많은 쪽이다. 노동자가 없는 LOL은 스타보다 살벌한다. 후방의 지원 없기 때문에 한가롭게 생각할 여유가 없다. 본능적인 타이밍과 컨트롤로 승부하는,그야말로 캐릭터 간에 진검승부가 벌어진다.

    넥서스.jpg
    <LOL의 룰은 스타보다 냉혹하다. 플레이어는 후방의 생산지원 없이 맨몸으로 넥서스를 지켜내야 한다.>

    곳곳에서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기상천외한 전술이 난무한다. 안정적인 플레이보다 쉴세없이 모험을 감수하는 쪽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외부의 적과 함께 내부의 동료들과도 보이지 않는 경쟁도 해야 한다.

    스타와 LOL을 보면 몇몇 한국의 기업주들이 떠오른다. 그들은 회사 노동자들을 자신의 도구쯤으로 치부하고 함부로 대한다.땅콩회항 사태 같은 갑을문화의 폐해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툭하면 노동자 탓으로 돌리는 한국의 기업들이 LOL 같은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확실한 건 유저들은 스타의 안정적인 경영방식보다 LOL의 살벌한 경쟁을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스타의 시대는 가고, 지금은 확실한 LOL의 전성기다.

    "한국의 온라인 게임 사용자들은 소위 '솔로잉(soloing)'이라고 부르는 1인 단독 플레이를 하면서 운명의 불평등함을 있는 그대로 경험하기를 원한다. (중략) 그것이 자기 성장을 위한 과정이라면 '노가다'라고 폄하되는 단순 반복 행위일지라도 기꺼이 감수한다."

    -이인화 교수(한국형 디지털스토리텔링 중에서)-

    한국형 온라인게임과 노동문제
    온라인게임으로 접어들면서 노동은 플레이어의 숙명이 됐다. ‘울티마 온라인’에서 유저들은 노동자의 입장에서 게임을 시작한다. 유저가 선택할 수 있는 직업부터 '광부', '요리사', '대장장이' 같은 노동자 계층들이다.

    자신의 직종에서 최고가 되면 ‘장인’이 되고, 각 분야의 노동자들이 모여 만든 집단을 ‘길드’라고 한다.길드는 이들 노동자들이 서로의 수확물을 공유하는 모임에서 시작했다. '노동행위'는 온라인게임을 규정짓은 중요한 개념이다.

    ultima-online.jpg
    <울티마 온라인, 기본적으로 캐릭터는 자신의 직업을 가진 노동자 계급에서 시작한다> 

    한국형 온라인게임에서는 게임을 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노동행위’다. 반복플레이만 강요하는 일명 ‘레벨노가다’는 한국 온라인 게임을 대표하는 코드다. ‘놀이’와 ‘노동’알 분간할 수 없는 단계까지 온 것이다. '리니지'가 대표적인 레벨노가다 게임이다. 

    리니지는 게임의 흥행만큼이나 중독성 강한 게임으로 유명하다. 만화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었지만, 게임에선 원작의 스토리를 찾을 수 없다. 똑같은 곳을 반복적으로 돌며 플레이하는 ‘레벨노가다’가 게임 플레이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캐릭터를 키우려면 같은 사냥을 수없이 반복해야 한다. 빈약한 콘텐츠를 숨기고, 유저를 더 오래 붙잡아 놓기 위한 장치다. 리니지에서 생겨난 노가다 시스템은 이후 한국형 온라인게임에서 하나의 장르처럼 보편화됐다. 이즘 되면 유저는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가 아니라, 게임에 종속된 노동자로 전락한다.

    로한.jpg
    <로한의 오토와의 전쟁 광고. 대부분 한국 온라인게임은 정당한 노동행위를 방해하는 자동사냥 플레이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게임 본연의 재미는 사라지고 편법과 속임수가 난무했다. 정당한 노동행위를 방해하는 편법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쉽게 캐릭터를 키우기 위해 아이템 현금거래와 작업장이 생겨났다. 아이템 현거래 중계사이트는 게임사를 능가할 정도의 매출을 올렸고, 작업장은 값싼 인력을 고용해 유저의 노동행위를 대신해 주었다.

    반복 플레이가 특성이다 보니 컴퓨터가 자동으로 대신해주는 오토프로그램도 문제가 됐다. 대부분 정당한 노동행위를 방해하는 편법들이다. 빈부격차, 불로소득, 빈익빈부익부, 독과점 등의 현실의 노동문제가 게임에서 똑같이 재현됐다.

    게임사들도 비정상적인 노동행위를 철저히 제재하고 있다. 오토를 근절하기 위해 수만 명의 계정을 삭제하는 고육책을 쓰는 것도 이런 이유때문이다.하지만 레벨노가다는 노동시장이 획일화 된 한국과 중국 등에서만 통하는 방식이다.반복 플레이에 익숙지 않은 서양 게이머들은 여전히 한국형 온라인게임을 이해하지 못한다.

    한국의 전통 노동문화 도입 
    한국형 온라인게임에서 노동의 개념은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 왔다.마비노기는 특별한 노동문화가 등장한다. 이 게임은 캐릭터의 레벨은 중요치 않다. 환생이란 독특한 시스템 때문에 일정 레벨이 오르면 초기화되기 때문이다.

    대신 캐릭터의 재능을 올리는 게 중요하다. 재능은 수련을 통해 올릴 수 있다. 한때 대장장이 스킬이 높았던 유저가 서버의 경제권을 쥐락펴락한 적도 있다. 한 마디로 전문직에 종사하는 장인들이 우대받는 세상이다.

    마비노기.png
    <마비노기는 한국의 전통 노동문화인 '품앗이'를 도입했다>

    채집, 수렵, 제작부터 아르바이트까지 노동을 통해 성장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 특히 캐릭터 상호간의 협동이 노동행위의 필수조건이다. 예를 들어 옷을 한 벌 만들려면 재료를 구하고, 천을 제작하는 등 여러 캐릭터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 한국 전통 노동문화인 ‘품앗이’와 비슷한 개념이다.

    물론 전투레벨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애초부터 권력 지향형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성전 같은 세력다툼이 없다. 길드전은 있지만 참여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 자신의 재능을 자랑하고 공유하면서 게임을 즐긴다. ‘품앗이’를 통해 친목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노동환경을 제시한 게임이다.

    온라인게임 속 노동쟁의
    노동은 한국형 온라인게임 스토리텔링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아키에이지에서 발생한 노동자 반란이 대표적인 예다. 아키에이지에선 무력을 앞세운 권력자 집단과 기술을 내세운 노동자 계층이 공존한다. 노동은 전투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무 심기와 광물 캐기 같은 노동 행위만으로 캐릭터의 레벨을 올릴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노동자들은 자신들만의 집단을 만들어 권력행사에 나서기 시작했다. 나무 심는 조경가 집단, 집을 지어주는 건축가 집단, 광물을 캐는 광부 등 노동행위만 전문적으로 하는 집단도 생겨났다. 현실로 따지면 노동조합 개념이다.그런데 권력자와 노동자 간의 갈등이 심화되어 대규모 전쟁이 발생했다. 5차 CBT 때 벌어진 ‘드라이어드 사건’이다.

    아키에이지.jpg
    <아키에이지. 노동자들도 자신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집단을 결성했다. 일종의 노동조합 개념이다>

    테스트 초반엔 권력자 집단(CK 원정대)과 노동조합(드라이어드 원정대)이 협동해 국가를 다스렸다. 권력자는 나라를 지키고, 노동자는 그들에게 협조했다. 그런데 권력자가 노동자 집단을 탄압하면서, 같은 편끼리 싸우기 시작했다. 결국 힘에서 밀린 노동자 집단이 제 3의 세력을 끌어들이면서 전쟁을 키웠다. 노동자들의 반란이 벌어진 것이다.

    당시 이 사건은 아키에이지 유저들 간의 뜨거운 논쟁거리가 됐다. 이들의 행위를 놓고 '어쩔 수 없는 선택냐, 국가에 대한 배신행위냐'로 의견이 나뉘었다. 권력자를 옹호하는 쪽은 “일정 규모 이상 조직을 꾸려놨으면 지킬 힘도 있어야 한다. 같은 편끼리 다퉜다고 무작정 다른 세력을 끌어들이는 건 비겁하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노동자 측은 “노동의 대가를 힘 있는 세력에게 약탈당할 때의 참담함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우리의 행위는 배신이 아니라 저항이다”고 맞섰다. 이 갈등의 원인은 게임에서 조차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서버의 패권은 권력자의 '칼'로 얻는 것이지, 노동자의 '삽'으로 얻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온라인 게임 속 노동쟁의는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만들며, 한국게임에 새로운 영감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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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게임 최초의 노동쟁의로 불리는 아키에이지 '드라이어드 사건'은 당시 게임 게시판을 씨끌벅적하게 했다>

    칼보다 삽을 든 캐릭터!
    최근 게임에선 '칼'보다 '삽'의 가치가 중요해 졌다. 노동자도 권력의 주체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최근 파이널 테스트를 마친 '문명온라인'은 노동자가 주인공이다.
    ‘아키에이지’에서 영감을 받은 엑스엘게임즈는 아예 노동자들이 만들어가는 게임세상을 구현했다. 게임에선 노동의 가치가 중요하다. 누가 빨리 건물을 짓고 문명을 발전시키느냐가 승패의 관건이다.

    유저들은 ‘노동자’이면서 ‘군인’이자 ‘시민’이다. ‘자발적’으로 노동에 참여하면서 게임을 즐긴다. 열심히 삽질을 하다가 적이 침략해 오면 일제히 무기를 들고 맞서야 한다. 새벽 2시에도 방어건물을 짓기 위해 캐릭터들 모여든다.

    게임은 권력자와 노동자간의 계급구분을 없애버렸다. 권력을 놓고같은 편끼리 싸웠다가는 공멸하는 길이다. 파이널 CBT 때 유력한 우승후보였던 로마는 구성원간의 내분으로 패배했다. 반대로 약체로 평가 받았던 이집트는 노동자들의 단결된 힘으로 문화승리를 달성했다.문명온라인은 게임 속 노동에 대한 또 다른 실험이다.

    게임 속 노동자들은 핍박받고 보잘 것 없는 존재였지만, 지금은 엄연한 주인공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칼’보다 ‘삽’을 든 캐릭터들이 더 존중 받는 날도 멀지 않았다. 
     
    피라미드.jpg
    <문명온라인 파이널테스트, 문화승리를 달성한 이집트 노동자들. 노동자들도 권력의 주체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글중 댓글
     
    제목 없음.png
     
     
     

    출처 http://sports.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e_sports&ctg=news&mod=read&office_id=495&article_id=000000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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