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ilzu님이 퍼오시던거 뒤에 부분이 너무 궁금해서 찾아보고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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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이라구? 그...그건 나도 생각 못했던건데..."
나의 물음에 전상병은 적잖게 당황하는 것 같았다.
멍하니 나를 주시하더니 계속 무언가 머릿속에서 기억을 떠올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뭔가가 떠올랐는지 갑자기 두 눈을 부릅뜨고는 나에게 가느다란 숨소리로 외쳤다.
"이럴수가!!!!!!!! 왜 미처 그 생각을 못했지?"
전상병은 놀랍다는 듯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그의 행동을 바라보며 나 또한 놀라고 있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와....씨발 이런 반전이 있었네..."
갑자기 전상병이 초소 뒷편에 놓아두었던 소총을 챙겨들었다.
비록 실탄이 장전되어 있지 않지만, 실탄이 들어 있는 탄창이 끼워져있기 때문에 노리쇠만 후퇴전진시키면 언제든 총을 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지금까지 들었던 얘기보다 나는 지금의 전상병이 더 무서웠다.
"도대체..왜 그러십니까?"
전상병은 대답을 회피한 채 계속해서 뭔가 무슨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그 순간 근무 교대 시간이 되었는지 저 멀리서 작은 손전등 불빛이 다가오고 있었다.
"너...오늘 한 얘기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아라"
"......?"
"아무에게도 이 얘기하지마. 절대로 입 열지마라."
나는 묵언의 약속으로 고개만 끄덕거렸다.
그러나 내 머릿속에서는 또 다시 욕설이 튀어나왔다.
'아..씨발놈. 그럼 왜 처음부터 말을 꺼낸거야?'
취사병 도우미는 좋은 점이 하나 있다. 공식적인 훈련 외에 부대 자체 훈련과 작업에서 모두 열외된다.
그러한 좋은 점이 있음에도 나는 김병장과 함께 하는 일주일의 시간이 하루빨리 지나가기를 소원했다.
아침 배식이 끝나고 가스조리기를 열심히 닦고 있는 나에게 김병장이 말을 걸었다.
"니 나한테 할 말 있냐?"
김병장은 내가 힐끔거리며 자신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것 같았다.
김병장은 나에게 시선을 두지 않은 채, 옆에서 과도를 돌리며 사과 하나를 깍아내고 있었다.
유난히 그 과도가 눈에 크게 들어왔다.
"없습니다."
"그런데 왜 내 눈치를 자꾸 보냐?"
"눈치 보는 것 아닙니다."
김병장은 껍질을 벗겨낸 사과를 과도로 한조각 잘라내더니 입 속으로 집어넣었다.
우걱거리며 사과를 몇 번 씹더니 눈을 치켜 뜨며 나에게 다시 물었다.
"너 어젯밤 어디 근무였냐?"
"..5초소였습니다."
"누구하고 섰어?"
"전대웅 상병입니다."
"전대웅?"
"예. 그렇습니다."
"그 자식이 무슨 얘기 안하든?"
"무슨 얘기 말입니까?"
갑자기 우걱거리는 소리가 멈추었다.
그와 동시에 나의 수세미질도 멈추었다.
"나에 대해서 무슨 얘기 한 적 없냐고?"
순간 등골을 따라 식은 땀이 한줄기가 흘러내렸다.
"아..아무 얘기 없었습니다."
김병장이 얼마나 칼을 다루는 솜씨가 능숙한지를 지금도 알아챌 수 있었다.
지금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 순간에도 그의 손에 들려진 과도는 손가락 사이를 셀수없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김병장은 나를 떠보는것 같았다.
왜 전상병을 의식하는지는 모르지만, 뭔가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는게 분명했다.
그러나 전상병으로부터 들은 얘기만으로도 나는 지금 김병장의 많은 것을 알고 있는게 사실이다.
"너 어제부터 전대웅하고 같은 근무조에 들어간거냐?"
김병장은 다시 한번 사과 한조각을 입에 처넣더니 우걱거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내 수세미질도 다시 시작되었다.
"예....그렇습니다."
"당분간 전대웅하고 근무 계속 같이 서겠네."
"......."
"전대웅이 사단장 빽이다. 너무 많은 말 하지 마라."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전대웅 그 자식, 사단장의 먼 조카뻘되는 사이랜다. 말 조심하라고."
처음 들은 사실이다. 전상병이 그런 사람이었다니...그런데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하는걸까?
이런 저런 복잡한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을 때 김병장이 입을 열었다.
"니 오늘 나하고 할 일이 하나 있다."
"무슨 일 말입니까?"
"고양이 좀 잡자."
헉....난 순간 숨이 턱 막혀왔다. 올 것이 온 것 같았다.
".......고..고양이 말입니까?"
"왜? 싫으냐?"
"그..그게 아니라..."
"넌 그냥 고양이를 잡아. 뒷처리는 내가 할테니까"
"그...그런데 고양이를 왜 자꾸 죽이시는겁니까?"
순간 다시한번 김병장의 사과 씹는 소리가 멈추었다.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다.
김병장의 오른손에서 시퍼렇게 날이선 칼이 춤을 추듯 돌고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후회스러움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김병장은 나즈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곧 장마철이다. 게다가 오늘 밤에 비가 온다고 했다. 지금 잡지 않으면 밤에 취사장까지 몰려 들어와.
게다가 장마철 내내 고양이 울음소리에 시달려야 돼. 너 산속에서 비오는 날 고양이 울음소리 들어봤냐?"
"......."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애기 울음 소리하고 똑같지. 응애응애거리며 울어. 정말 똑같다니까.
비오는 날 새벽에 홀로 취사장에 나와 그 소리를 듣고 있으면 미쳐버릴 것 같다.
모두 다 잡아내서 국물을 내버리고 싶어진다니까...."
이미 국물을 냈을지도 모른다. 전상병의 얘기가 사실이라면 충분히 그러거도 남을 상황이다.
어쩌면 부대원들은 김병장이 만든 특이한 식재료의 국물맛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자 새벽 근무때처럼 다시 한번 속이 울렁거렸다.
"그럼 제가 뭘하면 됩니까?"
"잔밥통으로 드나드는 개구멍 몇개 있지?"
"예"
"거기에 철사줄로 올가미를 열개 정도 만들어서 설치해놔."
"그냥 약을 놓으면 되지 않습니까?"
"안돼. 약을 놓았다가 약묻은 입으로 우리가 먹는 음식이라도 건드리는 날엔 우리가 거품물고 쓰러지는 수가 있어."
나는 그것보다도 김병장이 얼마나 고양이를 잔인한 방법으로 죽일까하는 걱정이 먼저 앞섰다.
점심 배식이 끝나고 식당 청소를 마친 후 나는 바로 올가미 작업에 들어갔다.
오늘도 역시나 대여섯마리의 고양이들이 콘크리트로 만든 잔밥통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간혹 몇 마리는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감시하듯 지켜보고 있었다.
이 올가미가 곧 자신들의 사형도구가 될거라는 것을 알기나 하는지 태연스럽게 나의 작업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고양이가 잔밥통으로 드나드는 군데군데 분포한 개구멍에 작은 철사 올가미를 설치했다.
밤 사이에 고양이 몇마리가 걸려들것이다.
좋지 않은 예감이 온 몸을 감쌌다.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저 멀리서 불길한 구름떼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저녁에 들어서자 하늘이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비가 곧 쏟아질 것 같아 야간 근무자들은 판초우의를 챙기기 시작했다.
점호시간이 끝남과 동시에 약속이나 한 듯이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대지에 쌀알이 쏟아지는 듯한 소리가 여기저기서 넘쳐 흘렀다.
12시 근무인 전상병과 나는 말없이 5초소 근무지를 향했다.
"도대체 저기 5초소가 왜 있는겁니까?"
"알고 싶냐?"
"어젯밤 저에게 말을 꺼내지 않으셨습니까?"
"................."
전상병은 우의속에 감춰진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채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굵은 빗줄기가 멈추지 않고 쏟아지자 우의를 뒤집어쓴 몸에 습기가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정한수란 일병이 누굽니까?"
전상병은 여전히 우의 속에 얼굴을 감춘 채 조용히 입을 열었다.
"우리 부대에 없어."
"전출갔습니까? 아니면 의가사제대라도..."
"....죽었어.."
"예?"
"죽었다구...."
"어..어떻게 죽었습니까?"
"자살했어."
나는 놀라움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왜..자살했습니까?"
"부적을 누가 훔쳐갔어."
"누가 말입니까?"
"그거야 나도 모르지. 그걸 알았으면 정한수가 죽게 내버려두지 않았을테니까."
"그깟 부적이 없어졌다고 자살을 한 겁니까?"
"쏟아져 나온 귀신이 어디에 붙었겠냐? 지 입으로도 자기는 귀신이 잘 붙는 몸이라고 했는데.
미친놈처럼 하루종일 찾아 헤맸지. 그런데 어느 날 밤 사이에 정한수가 없어졌어.
인원 점검을 하던 내무반 불침번이 밤 사이에 정한수가 없어진 것을 보고 보고했지.
한밤에 전 부대원들이 일어나 정한수를 찾아나섰어. 그러다 결국 목매단 시체로 발견되었어."
나는 설마하는 마음에 내 생각이 맞지 않기를 바라며 전상병에게 물었다.
"어...어디서 죽었습니까?"
나의 물음에 전상병이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잠시 나를 응시하던 머리를 움직여 어딘가를 가리켰다.
내 예상대로 5초소였다.
순간 나도 모르게 다리가 후달렸다.
나는 잠시 마른 침을 삼켰다.
"귀신이 쏟아져 나왔다는데....그것도 사람이 자살한 자리에 왜 초소를 만든겁니까?"
"근무 시간 늦는다. 빨리 가자."
전상병은 대답을 회피한 채 아무 일도 아니란 듯 걸음을 재촉했다.
5초소가 십수미터까지 다가오자 이전 근무자의 수하소리가 들려왔다.
"손들어..움직이면 쏜다. 벽돌!!"
"......."
그런데 왠일인지 전상병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서서 암구호에 응답하지 않았다.
"벽돌!!"
"전상병님..."
"벽돌!!"
나는 급한 마음에 대신 암구호에 응답했다.
"하늘!!"
수하에 불만이 있었는지 전 근무자 사수가 손전등을 비추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우리 또한 그에게 손전등을 비추었다.
전대웅 상병 동기인 박상병이었다.
"대답 빨리 안하냐?"
박상병의 질책에도 전상병은 아무런 응대를 하지 않았다.
전상병의 응답이 없자 박상병은 나에게 시선을 돌려 물었다.
"취사장 쪽에서 움직이던 것 너희들이냐?"
"무슨 말씀이십니까?"
"뭔지는 잘 모르겠는데 누군가 돌아다니고 있어."
"누...누가 말입니까?"
"씨발..나도 모르니까 물어본 것 아냐!!"
두려움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로 화가 나서인지 모르게 박상병은 짜증을 냈다.
박상병의 부사수인 조이병은 이미 알지 못하는 어떤 공포에 시달린듯한 표정이었다.
초소 천장을 뚫어버릴 기세로 빗줄기가 멈추지 않고 쏟아졌다.
조금전부터 내 뒷편에 앉아 아무 말없이 입을 닫고 있는 전상병이 너무나도 부담스러웠다.
"전상병님....어디 아프십니까?"
내 말은 듣고 있었는지 그가 입을 열었다.
"다들 알고 있는데 모른척 할뿐이지."
"뭐...뭐가 말입니까?"
"이맘때쯤이면 비오는 밤마다 돌아다니는 그 정체가 뭔지를...."
난 전상병이 말하지 않아도 그가 말하는 그 정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싸늘한 한기가 내 온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그 놈을 잡기 위해 이 5초소가 생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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