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재보선 패배 직후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얻은 새 직함은 당 상임고문이다. 전직 당 대표에 대한 일종의 예우다.
18대 대선 전에는 안 교수로 불렸고, 국회에 들어와서는 안 의원, 안 대표를 거쳐 이제 안 고문이다. 지난해 4월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를 통해 초선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한 뒤
1년4개월 만에 당 대표를 거쳐 상임고문까지 하게 된 셈이다.
그러나 높아진 직함과는 반대로 안 고문의 정치적 위상은 한참 하향곡선이다. 당 대표 사퇴 후 20일 동안 안 고문은 이러한 '안철수의 미래'에 대해 성찰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고문은 재보선 이튿날 전격 사퇴한 뒤로 국회를 한 번도 찾지 않았다.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을 놓고 충돌했지만 재보선 책임론에 휩싸인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안 고문 측 관계자는 1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노원의 자택에 주로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동안 일들을 성찰하면서 향후 행보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정감사 등 국회의원 본연의 업무를 성실히 수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국감이나 9월 정기국회에 맞춰 안 고문이 정치활동을 재개할 것이라는 뜻이다.
안 고문이 전날 '김대중 대통령 서거 5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것을 공식활동 재개 신호로 받아들이는 시선도 많다.
추도식에 참석했던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주변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사퇴 직후 굳어 있던 표정과는 달랐다"며
"편안해 보였다"고 전했다.
사퇴 후 안 고문은 '칩거' 혹은 '두문불출'할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과는 달리 적지 않은 물밑행보를 했다고 한다. 두 차례 측근들을 불러 모아 다독였다. 지난 4일에는 당 대표 시절 함께했던 최고위원들과 오찬을 했고, 5일에는 의원실 보좌진과 점심을 먹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잘못된 것은 반성해야한다. 새로운 마음으로 계속 열심히 하자"고 독려했다고 한다.
자택에서 평소 미뤄둔 영화를 감상하거나 책도 읽었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휴식기를 가졌다는 표현이 더 적절한 셈이다.
우호적 관계에 있는 몇몇 새정치연합 의원들과는 따로 만나기도 했다. 일부 핵심측근과도 정치적 재기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투톱 체제'를 이뤘던 김한길 상임고문과는 따로 만나지는 않았다는 게 양측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안 고문의 한 측근은 "두 분이 별도로 만나지는 않았어도 전화 안부는 주고받지 않았겠느냐"고 귀띔했다.
구설에 한번 오르기도 했다.
안 고문은 지난 8일 박인복 홍보위원장의 모친상 빈소를 찾아 조문을 했다가 취재진으로부터 전날 여야 원내대표가 세월호 특별법을 13일에 처리키로 합의한 데 대한 의견을 질문받자 "어떻게 합의가 됐나요?"라고 반문했다.
세월호 특별법 문제에 무심하다는 인상을 줬기 때문에 향후 보다 세련된 화법으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사퇴 후 첫 정치적 발언은 지난 17일 트위터를 통해 나왔다. 자신의 트위터에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말씀하셨다"며 교황의 해외 언론 인터뷰 발언을 영문 그대로 소개했다.
그가 소개한 교황의 발언은 "정치는 사랑과 자비의 가장 고상한 형태다. 왜냐하면 정치가 우리를 공동선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능력이 있음에도 공동선을 위한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자는 이기적이며, 사익을 위해 정치를 이용하는 것은 부패"라는 내용이었다.
정치의 순기능과 공동선을 위한 노력을 강조한 발언이다.
이를 소개한 것은 초심으로 돌아가 자신을 향한 비판에 맞서 꿋꿋하게 정치를 재개하겠다는 다짐이 엿보인다.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도 대권 프로젝트를 위한 콘텐츠 개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 3월 신당 창당 때와 비교하면 상황은 나쁘다. 자신의 세력은 무너지다시피 했고, 대선주자 지지율은 한 자릿수다. 그의 측근 중 새정치연합에서 살아남은 주요 당직자는 박 홍보위원장, 이태규 당무혁신실장, 안희철 청년위원장 정도다.
당내외 소통과 스킨십 강화, 세력 재건, 뚜렷한 새정치의 지향점 제시 등 다시 시작하려는 안철수 앞에 놓인 과제가 만만치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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