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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출근하는데 아파트 현관 앞에 손가락 세 마디만한 새가 웅크리고 있더라구요.
저희 아파트 현관은 24시간 햇빛이 안 들고 많이 추워요. 요 며칠 아침저녁이 쌀쌀하더니, 추워서 못 날아갔나? 싶어서
조심조심 손가락으로 집었더니 얌전히 잡히더라구요.
( 못난 손 사진이 첨부되어 부끄럽네요; )
그대로 양손으로 감싸서 입김으로 호호 불면서 일단 햇빛 나는 데로 나와서 고민을 시작했어요.
회사에 데려가서 회사 앞에 있는 동물병원에 맡겨야 하나? 이대로 두면 얼어죽지 않을까?
그런데 또 얘를 데리고 버스를 타려니 난감하기도 하고;; 우선 날려보려고 손을 편 채 위아래로 흔드는데
가느다란 발톱으로 제 손바닥을 움키고 안 날려고 하길래 또 놀랐어요. 혹시 애완용 새인가? 그런 새들은 멀리 못 나는 새도 있다던데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럼 오히려 여기 놔두면 죽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그때 마침 옆에서 보던 고등학생 아가씨들이 새가 안 날아가냐고 해서, 출근해야 하는데 큰일이라고 했더니 고맙게도
맡기고 가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주워놓고 끝까지 책임지지 못해 미안했지만( 변명이지만 집에는 개만 한마리 있는데 사냥은 못하지만 본능은 투철하고, 새장으로 쓸만한 것도 딱히 생각이 안 나서 집에 데려다 놓기가 어려웠어요) 여고생 분들에게 맡기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다시 한 아가씨 손바닥에 올려놓았는데, 몸을 부르르 떨더니 그 순간 쏜살같이 날아가더라구요.
잘 날아서 다행이기도 하고, 이렇게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더불어 얌전히 사진까지 찍혀줘서) 해줘서 고맙기도 했어요.
이젠 생각나는 대로 집에서 쌀 한줌씩 퍼다 뿌려 놓으려구요.
회사 와서 검색해보니까 아마 저 새는 '상모솔새' 라는 종인 거 같아요. 원래 겨울철새라 날씨 때문에는 아닌 거 같고
탈진해서 종종 눈에 띄는 새라고 하네요. 그래도 추위에 강한 거 같아 다행입니다. 가끔 얼어죽은 새들을 봐서 안쓰러웠거든요.
건강하게 잘 살다가 다음에 또 보면 좋겠네요. 아파트 뒤가 산이라, 먹을것도 잘 구했으면 좋겠습니다.
으하하. 말로만 듣던 새줍새줍을 해 봤네요.
( 상모솔새 수컷은 머리에 붉은 털이 있다고 해서, 아마 저 새도 남자새인 거 같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친한 언니가 너는 동물이나 새는 수컷을 줍는데 왜 남자사람은 못 줍냐고... 저는 오유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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