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개인작으로 웹 만화 하나를 그리려고 스토리를 짜고 있는데..
경상도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저는 수원 사람이고 경상도 사투리를 잘 몰라요..ㅠ
근데 남자 주인공을 경상도(부산)사람으로 설정해놔서 사투리를 쓰는게 어설픈거 같습니다.
도와주시는분께는 소정의 사랑을 드리며(.) 만화 완성하고 나서 밥 한끼라도 사드릴게요?ㅜㅜ
지금까지 써 놓은 내용인데.. 어, 되게 스압이지만 그냥 눈에 띄는 부분에서 '이건 부산에서 안써!' 하는 어투가 있다면 꼭 찝어서 지적좀 해주셔요 ㅠㅠ 부탁드릴게요..
집 안. 일요일 아침. 햇빛이 반짝반짝거리며 집 내부를 비친다.
평화로운 화면으로 집 전체를 훑는다.(일반적인 1층 양옥집)
이윽고 소미,사랑 두 모녀의 큰 목소리가 집을 뒤흔들듯이 터져나온다.
소미: 산토끼!(요리하며)
사랑: 예이!
그 큰 목소리에 쫒기듯이, 부스스한 얼굴로 방문을 열고 엉덩이를 긁으며 나오는 혁민.
혁민은 부스스하고 떡이 된 얼굴로 느릿하게 걷는다.
그 주변에서 소미, 사랑 두 모녀가 빙글빙글 돌면서 산토끼 놀이를 계속한다.
혁민: 씨끄랍다, 옆집서 민원 날아온다 안카나.
소미: 에이, 또 그 소리. 이 주변 아주머니들하고 친해서 괜찮아.
뭐가 괜찮냐. 중얼거리며 혁민이 허리에 양 손을 대고 몸을 뒤로 젖히며 스트레칭한다.
우득거리는 소리. 혁민은 스트레칭을 마치고 아쉬운 일요일 아침을 시작한다.
혁민: 근데 와 산토끼고? 집토끼는 싫나, 사랑아?
사랑: 산토끼가 좋아. 혁민이 아빠도 들어봤잖아. 산~ 토끼 토끼야.
혁민:(억지로 후렴을 이어간다)어~ 디를 가느냐.
사랑: 그치요?
혁민은 뭐가 그리 좋은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식탁에 앉는다.
식탁은 아침밥이 준비되던 도중이다.
소미: 가서 씼고오면 안돼나?
혁민: 내 귀찬다. 걍 뭇자.
소미: 사랑이가 배운단 말야.
혁민, 사랑이 배운단 소리에 끙, 소리와 함께 일어나 화장실로 향한다.
천천히 혁민이 화장실로 걸어가다, 고개를 돌려 소미와 사랑을 쳐다본다.
(나레이션)
혁민: 두 사람이 우리 집에 온 지도 벌써 두 달이 되어간다. 앞치마를 어설프게 두르고
탕탕거리는 소리로 부엌칼을 만지고 있는 여자가 바로, 내 소꿉친구이자 이웃사촌 진소미.
그리고 이 쪼마난 아가가, 소미의 딸. 사랑이다. 얼덜결에 동거하게 된 이후로, 우린 나름 잘 지내고 있다.
혁민: 아침은 뭐고?
소미: 된장국에 계란말이.
혁민: 후딱 싯꼬 오께.
혁민은, 자신이 좋아하는 된장국과 계란지짐이 준비된단 말에 밝은 표정이 된다.
그리고 아직 씻지 않았는지 혁민을 쫄래쫄래 따라가는 사랑.
혁민은 치약을 칫솔에 짜서 사랑이의 손에 들리고, 자신도 칫솔을 입에 문다.
둘은 똑같은 타이밍과 움직임으로 칫솔질을 시작한다.
간혹 틀릴 만 하면, 사랑은 옆의 현민의 움직임을 힐끗거리며 따라한다.
살며시 사타구니에 가서 옷 위를 긁는 것도 눈으로 힐끔힐끔 보면서 따라한다.
이윽고 아침 세수를 마치고 혁민과 사랑이 화장실을 나오자 구수한 냄새의 음식이 기다린다.
사랑이 한참 식탁을 바라보다 혁민을 보고 우물쭈물한다. 혁민은 귀엽다는 얼굴로 사랑에게 묻는다.
혁민: 사랑이, 와?
사랑: ....아니에요.
혁민: 말해라, 와그라는데? 내가 소망이 해달라는거 해 주꾸마.
사랑: ....진짜 말해도 되나, 혁민이 아빠.
혁민: 개안타! 말해라.
사랑은 계속 우물쭈물거리다가 각오를 다졌는지 말한다.
사랑: ...나 된장국 시른데.
소미: 음식 가리면 안되요!
혁민: 개안타, 치뿌라. 딴거 묵자.
사랑: 그래도 돼요?
혁민: 개안타 개안타. 사랑이 뭇고 싶은 거 말해래이.
사랑: 나 계란후라이!
소미: ...사랑아, 계란말이 있잖아.
혁민: 에이, 하나 해 주라. 아가 뭇고 싶어하는데.
혁민은 기꺼운 표정이다.
(나레이션)
혁민: 사랑이가 자신의 주장을 말하는 것은 너무나 오래 걸린 일이다. 나와 만나기 전은 모르겠지만,
우리 집에 와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는 된장국을...
혁민, 침을 꿀꺽 삼키며 된장국을 바라본다. 그리고 고개를 흔들어 잡념을 떨쳐버리고 나레이션 계속.
혁민: ...좋아하지만, 그래도 사랑이가 원한다면야.
혁민, 자리에 앉는다. 사랑이는 혁민의 옆자리에 가서 자신의 키보다는 조금 높은 의자에 기어오르듯 앉는다.
혁민과 사랑이 그 모습을 힐끗 쳐다보며 미소짓는다.
혁민의 나레이션이 이어진다.
(나레이션이 이어지는 부분은 즐겁게 식사하는 모습들.
간간히 소미와 사랑이 먹을 것으로 장난을 친다. 주로 소미가 장난치면 사랑이 말리는 모습.)
산토끼! 로고.
봄철 대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혁민.
혁민은 무거운 가방을 들고 끙끙거리면서 거리를 걸어 내려온다. 주변에서 친구들이 장난을 친다.
친구1: 아 은지한테 아직도 고백 못한거야?
친구2: 군대가기 전에는 고백 해야지! 어떻게 하려고?
친구3: 냅둬, 이녀석은 평생 여자 손 못잡아보고 죽을걸?
혁민: 뭐라 씨부리쌌노!! 으, 은지랑 내랑 머! 뭐!
친구3: 인마, 니가 은지 좋아하는건 은지만 빼고 이 학교 애들 전체가 다 안다니까?
친구3, 혁민의 어께에 팔을 두르고 낄낄거린다.
혁민은 기분나쁜듯이 쳐다보지만 그 손을 내치지는 않는다.
친구4: 근데 은지랑 니랑, 우예할낀데? 내 보기에, 니 말고, 은지도 니 좋아하는거 가튼데?
혁민이 그 소리 진짜냐는 듯이 친구4를 바라본다. 친구4는 그냥 실실 웃으며 혁민을 쳐다본다.
그러는 와중에 혁민이 자취하는 집이 나온다.
집 앞에서 우물쭈물거리는 여인과 여인의 동생으로 보이는 어린 아이가 보인다.
혁민은 그것을 보지 못한 체, 친구들과 술마실 이야기를 떠벌떠벌거린다.
(아웃포커싱. 혁민과 친구들의 모습은 흐리고, 여인과 여인의 동생으로 보이는 아이에 시선이 맞춰진다.
여인은 긴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고, 미피 옷을 입고있다.
옆에 여인의 손을 잡은 아이는 목에 스커프를 두른 체 멍하니 서 있다.)
혁민: 그니까, 치킨 배달해 묵짜고. 언제 마트에 갔다 올 끼고.
친구1: 혁민아. 나도 치킨에 맥주 좋아하는데, 살 돈이 어디있냐고.
혁민: 다 모아 내 봐라. 다 모아뿌면 몬시키나?
혁민이 떠들거리는 사이 여인이 혁민을 향해 척척 다가온다. 이윽고 혁민의 등 뒤에 떡하니 서있는다.
친구들, 혁민의 바로 뒤에 척하고 선 여자를 보고 수근거린다.
혁민, 조용히 수근거리는 친구들을 보고 궁금해져 묻는다.
혁민: 와그라노?
친구4: ...혁민아, 저 여자애... 아는 애야?
혁민: ...뭐? 여자?
친구4, 혁민의 바로 뒤를 가르킨다. 혁민, 고개가 뒤로 돌아간다.
여인, 혁민의 고개를 따라 빙글 돈다.(혁민이 보지 못하게)
혁민: ....내 뒤에 뭐?
친구2: 니 뒤에 있잖아.
친구2, 땀을 흘린다. 친구들 모두 황당해한다. 혁민의 고개가 빙글빙글 돈다.
여인은 혁민의 시선을 피하며 계속 혁민의 등 뒤에 붙는다.
혁민: 장난하나!
멀리서 꼬마 여자아이가 도도도 달려오며 소리친다.
사랑: 엄마, 장난치지마!
친구들, 얼굴이 굳는다. 여자의 얼굴을 보니 이제 갓 20대가 된 여자다.
여자는 친구들을 힐끗 보면서 검지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대며 쉬잇, 하고 장난끼 어린 얼굴을 보인다.
혁민, 친구들의 얼굴을 보고 대뜸 훽 몸을 돌린다. 그제야 시선에 여인이 보인다.
혁민: ....에? 누, 누구세요오?
소미, 채념한 얼굴. 재미있는 것을 놓친 아쉬운 모습으로 살짝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한다.
그런 소미를 바라보며 사랑이 뛰어와 바짓가랑이를 당긴다.
사랑: 엄마, 이런 장난 이제 졸업할 때 안 됬어?
혁민: 어엄마아? 에? 이, 뭐꼬? 누, 누구세요?
소미는 피식, 웃더니 허리에 두 손을 얹고 음하하, 호탕하게 웃는다.
소미: 기억 안나?
혁민: 에? 누구신데예? 지송한데, 지는 잘 기억이 안나는데예.
소미: 강충초등학교 6학년 2반 진소미. 기억 안나? 난 너 보자마자 기억났는데 혁민아?
혁민, 놀란 얼굴이다.
친구들, 수근거리며 혁민을 바라본다.
소미: 나, 돌아왔어 혁민아! 히히히히.
소미가 웃는 얼굴을 보고, 사랑이 조금 꽉. 소미의 바짓춤을 강하게 움켜쥔다.
집 안으로 장소를 옮긴다. 친구들은 다 돌아갔다.
소미는 옷짐을 들고 혁민이 살고 있는 집을 두리번두리번 돌아본다. 사랑은 겨우겨우 힐끗힐끗, 불안한듯 시선을 가끔 돌아본다.
소미: 에헤헤, 이 집은 그대로네?
혁민: 머 바뀔게 있겠노. 인자 사투리 안쓰네?
소미: 으, 응. 뭐 십년 가깝게 타지에 있다 보니까... 입에서 떨어지더라구.
혁민: ...그렇나. 마 그건 두꼬. 여는 언제왔노? 아저씨는? 아줌마는? 잘 지내시나?
혁민이 말하자 소미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사랑이 어두워진 소미의 얼굴을 보고 영문도 모르고 같이 얼굴이 어두워진다.
혁민: 내, 내가 몬할말 했나?! 도, 돌아가싰나?
소미: ...아냐, 그냥. 아냐.
혁민: 그, 저, 뭐라노. 아 내가 잘 몰랏다. 미안타.
소미: 헤헤헤. 미안해?
혁민, 멍한 얼굴로 소미를 바라본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굳어져 있던 소미의 얼굴은 어느세 밝다. 기분전환이 빠른 건지, 아니면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것인지 당췌 이해를 할 수가 없다.
혁민은 주제를 돌리기 위해 소미의 옆에 꼭 붙어있는 여자아이를 가르키며 묻는다.
혁민: 이 아는 누꼬? 장난치지 말고.
소미: 응? 뭐가 장난?
사랑이 똘망똘망한 눈으로 혁민을 노려본다. 소미의 옷자락을 꼬옥 쥔다.
혁민: 진짜 니 아가? 장난치지 말고.
혁민은 조금 웃으며 말한다. 자신이 잘못된 대답을 한 건지 걱정은 되는 얼굴이지만 한편으로는 설마, 하는 기분이다.
소미는 잠시 사랑을 바라보더니 혁민을 진지하게 쳐다보며 말한다.
소미: 응! 내 애야. 진짜.
혁민, 놀라서 소미를 바라본다.
혁민: 지, 진짜 니 아라고?
소미: 유전자 검사 해볼까?
혁민: 아, 아이다. 아이다. 내가 말 잘몬했다. 조금 놀라서 그랬다. 미안하데이.
소미: 나 말고 사랑이한테 사과해. 히히. 혁민이가 잘못했어요~. 하고. 응?
혁민, 당황한 얼굴로 옆에 여자아이를 바라본다. 소미를 닮아 예쁘게 생겼다. 나이에 비해 똘망똘망해 보인다.
혁민: 니 이름이 사랑이가? 사랑아. 내가 잘몬했데이. 미안타. 내가 눈치가 없따. 용서해도.
사랑: ...괜찮아요. 많이 듣던 이야기에요. 그것보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사랑은 고개를 꾸벅 숙이면서, 얼굴은 살짝 싫은 티가 보인다.
혁민은 첫 인상이 잘못되었나 하고 당황한 웃음을 짓는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면서 소미는 자신의 짐을 손으로 가르킨다.
소미: 음, 인사는 이정도로 해 두고. 혁민아, 짐 어디다 둘까?
혁민: 지, 짐? 무슨 짐?
소미: 저기, 우리 짐.
혁민은 힐끗 손가락을 따라간다. 소미가 지고 온 옷짐이 보인다. 한짐이다. 살림세간을 다 들고 온 느낌이다.
혁민: 저, 저게 뭔데? 다시 이사온 거 아이가?
소미: 응. 앞으로 니가 우리 셋방 주인.
혁민: 으잉? 부동산에 세 낸적 없는데? 니, 니 사기당한거 아이가?
소미: 아냐아냐. 너 우리 사랑이랑 나한테 방금 잘못했지?
혁민: ...응? 거야 잘 몰라서...
소미: 잘못을 만회할 기회를 줄게! 그 방법은, 나랑 사랑이에게 공짜로 셋방을 내 주는 거야!
소미, 황당해하는 혁민의 얼굴을 바라보며 히히히 웃는다. 혁민은 무의식적으로 사랑이에게 고개를 돌린다.
사랑은 혁민과 눈이 마주치자, 감사하다며 고개를 꾸뻑 숙인다.
혁민이 헛웃음을 짓는다.
혁민: 진담이가? 나, 나나 남자라꼬, 나!
소미: 응. 너 남잔데 뭐.
혁민: 니, 남자랑 동거하는게 겁도 안나나?
소미: 내가 왜 겁을 먹어야 하는데?
혁민, 속으로 '애까지 딸린 애가 그걸 모르냐'고 생각한다.
혁민: 어쨋든, 안된다. 니는 아도 있고. 우예 여기서 살라꼬. 안된다.
소미: 아이잉, 고향 소꿉친구 좋다는게 뭐야. 좀 나좀 살려주라. 응, 응?
소미, 애교 부리며 혁민을 설득한다. 혁민은 황당한 표정으로 소미를 바라본다.
화면은 잠시 전환되며 저녁식탁.
식탁에는 따듯한 된장찌게와 무침 등이 가득 차려져 있다.
혁민: ...일단 저녁은 묵자. 뭇고 이야기하제이.
소미: 흐흐흐. 응. 먹어, 먹어. 맛있어. 내 일생의 역작이야. 된장국 진짜 잘 됬어.
소미, 숫가락을 들어 된장국을 한 숫갈 떠서 아, 하며 혁민의 입으로 가져간다.
혁민은 당황한 얼굴로 숫가락을 피한다.
혁민: 내, 내도 손 있다! 니 무레이.
소미: 에잉, 기껏 떠줬더니.
소미는 태연한 얼굴로 숫가락을 입으로 가져간다.
사랑은 조금 못마땅한 얼굴로 된장국을 살짝 바라보다 한숫가락 떠서 후후 불어 먹는다.
혁민도 된장국을 입 안으로 넣는다. 생각보다 맛이 괜찮다.
혁민: 니 요리학원 다녔나? 맛 직이네.
소미: 아니이. 반찬가게 다녔지.
혁민, 순간 뭔가 자신이 잘못 생각한 것은 아닌가 멍한 얼굴이다.
어린 나이에 반찬가게를 다녔다니 이게 무슨 소린가 벙쪄있다.
혁민: 니, 설마..
소미: 응. 다 설명하는건 복잡하고... 일단 먹어. 사랑이 재우고 설명해줄게.
혁민, 소미를 묘한 눈길로 바라본다. 먹는둥 마는둥 식사가 끝나고, 화면 전환.
소미는 남은 방(안방)에서 이부자리를 펴놓고 눈 감고 자고있는 사랑이의 몸을 토닥이며 자장가를 부른다.
이상하게도, 자는 사랑의 목에는 아직도 스커프가 감겨있다.
그 모습을 혁민이 바라본다.
이윽고 사랑이가 잔 것이 확실해지자 소미가 일어나 혁민을 집 밖으로 이끈다.
아직 추운 3월 초, 저녁에 살며시 입김이 나온다.
혁민은 슬며시, 집에 만들어 둔 철봉으로 뛰어올라 매달린다.
그런 혁민을 보며 소미는 혁민의 바로 옆에 서 있다.
소미: 음. 어디서부터 설명해줘야 할까?
혁민: ...다 해봐라. 나 늦게 잔다.
소미: 히, 하긴 넌 되게 늦게 잤었어.
소미는 혁민의 바로 옆 집을 바라본다. 혁민, 소미의 시선을 따라간다. 소미가 살던 옛 집이다.
소미는 떨리는 눈으로 혁민을 바라보지 않고 설명을 시작한다.
소미: ...나, 아빠랑 엄마랑... 음... 연락 못한지 꽤 됬어.
혁민: 뭐, 뭔소리고?
소미: 아빠랑 엄마랑 산 거. 초등학교 6학년이 마지막 한 해였어.
너 그때 기억나? 항상 너랑 나랑 같이 학교 다녔잖아..
혁민: ...그랬제. 코앞에 니 집이니 나와 만나가 같이 다녔지.
소미: 응. 그때가 내 좋은 기억의 마지막이야.
소미, 조금 서글픈 웃음을 짓는다. 혁민, 당황한다.
소미: 나, 그때 임신했어. 6학년때 담임 기억나?
혁민: ...강충제, 아이가. 휙하니 전근가가 기억난다.
소미, 혁민을 겨우 바라보며 눈을 맞추며 이야기한다.
소미: 응. 그때, 나. 그 사람한테 끌려갔었어.
혁민,당황한다. 끌려갔다니. 이게 무슨 소린가?
얼떨떨해하는 혁민을 바라보며 소미가 피식 웃는다.
소미: 응. 그 사람이 사랑이 아빠야.
혁민, 대충 모든 것을 이해한 얼굴이 되어 굳어진다. 말이 떨려 나온다.
혁민: ....그, 그... 그건 개새끼 아이가! 니, 설마.
소미: 응. 그때는 잘 몰랐지만, 납치에 유괴를 당한 거지. 나, 그때 임신했었어. 그래서 데려간 거야.
혁민: ...그 시발새끼!
혁민,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 격해진다. 소꿉친구가 유괴당하고 강간당해 아이를 낳은 사정을 모른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진다.
소미가 도리어 혁민의 등을 두들긴다.
소미: 그, 뭐냐. 너무 화내지 마. 그래도 사랑이를 얻었는걸.
혁민, 감정을 못 이기고 소리지른다.
혁민: 니 개안나! 그걸로 개안나! 니는 그걸로 개안나! 그 씨발 새끼 어디고, 어디있노!
소미: ....난 괜찮아.
소미 웃는다. 밤하늘 별 사이로 소미와 혁민의 모습이 보인다.
혁민의 눈가로 소미의 눈이 보인다. 소미의 눈은 진심이다.
혁민: ...그래. 그카믄 됬다. 내가 뭐라칼끼고. 대신 니 서방 내한테 보이면 디질줄 알라케라.
소미: 서방 아냐. 그 사람...하고 같이 지낸거, 1년도 안 돼.
혁민: 그라믄, 니 버리고 갔다는 소리가!
소미: 아냐, 내가 그 사람에게서 도망친 거지.
혁민, 더이상 말을 이을 자신이 없다. 등을 돌린다.
집으로 혁민이 터벅터벅 걸어간다.
혁민: ....한달.
소미: ....응?
혁민: ...일단 한달만 지내라. 난 잘 모르겠다.
쾅 소리와 함께, 혁민은 집 안으로 들어간다.
소미, 아련한 눈빛으로 혁민이 들어간 문을 바라보며 서 있다.
아직 이른 아침이다. 큰 목소리로 산토끼 노래가 들린다.
소미: 사아아안 토끼이 토끼야아~.
사랑: 어어어 디를 가느냐아아아~.
소미: 깡, 충. 깡, 충. 뛰. 면. 서어.
사랑: 어, 디를 가.느.냐아.
혁민, 배개를 움켜쥐고 얼굴과 귀를 막는다. 그러나 산토끼 노래는 귀속으로 계속 들어온다.
그 짧은 노래의 반복이 새벽부터 계속된다.
혁민, 더 이상은 버티지 못하겠는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방 밖으로 나선다.
소미: 어, 일어났어 혁민아? 산 토끼 토끼 토끼. 산토끼.
사랑: 일어나셨어요.
혁민, 더이상은 못 참겠다는 듯이 말한다.
혁민: 으아, 그 산토끼 노래좀 그만 몬하나? 자기 전에도, 깨어난 후에도. 죄에에에엥일 산토끼 산토끼 산토끼!
소미: 으으으응, 근데 산토끼 좋잖아. 산토끼이.
혁민: 난 싫다꼬!
소미: 그럼 지금부터 좋아해 봐. 산토끼 이쁘고, 귀엽고, 용감하고.
혁민: ...니 말이다.
소미: 그 전에 바지부터 입어줄래? 사랑이한테 아직 남자가 팬티바람으로 나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데.
혁민, 그제야 자신이 떡진 머리에 팬티바람으로 튀어나온 것을 깨닫고 후닥닥 방 안으로 들어간다.
방 밖으로 낄낄거리며 웃는 소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산토끼 노래가 계속된다.
혁민: ...으아악. 뭐꼬 쟤..!
서둘러 바지를 입고, 혁민은 씻기 위해서 화장실에 들어간다.- 분노의 양치질.
(나레이션)
혁민: 벌써 이주일 째. 매일 산토끼 노래를 듣는다. 산토끼 중독증이라도 있는 건가. 소미와 그녀의 딸 사랑이는 산토끼를 입에 달고 산다.
대체 무슨 짓인지 이해할수 없다. 그러고 보면 그 모녀의 옷도 전부 미피라던가, 토끼용품 투성이다.
옷정리 할때 얼마나 놀랐는지. 맨 처음에는 아이가 토끼를 좋아해서 그런가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도리어 광적으로 토끼를 원하는 것은 사랑이가 아니라 소미였다.
혁민, 칫솔을 입에 문 체로 좌절한 자세.
혁민: .....쫌!
장면전환, 혁민은 옷을 챙겨입고 학교를 향한다.
학교는 걸어서 십 오분 거리. 굳이 버스를 타지 않고, 혁민은 터벅터벅 걷는다. 이윽고 학교 안.
친구 4인방이 혁민을 바라보고 반갑게 손을 흔들다가 흠칫 놀란다.
혁민은 친구들의 눈치를 보고 묻는다.
혁민: ..뭐꼬?
친구3: ...혁민아, 너 뒤에.
혁민: 응?
혁민은 놀라서 뒤를 돌아본다. 바로 등 뒤에 혁민을 쫄래쫄래 따라온 사랑이가 있다.
친구2: 사, 사랑아 안녕.
사랑: 안녕하세요오.
사랑이. 예의바르게 꾸먹 인사한다.
혁민은 질린 눈빛으로 사랑이를 바라본다.
혁민: 사랑아, 여 왜 왔노? 우예 왔노?
사랑: 혁민 아빠 따라 왔어요. 집에서는 엄마 청소하고, 별로 난 할것두 없고. 티비도 재미없고.
혁민: ...그, 그랬나? 그래도 이 오빠야하고도 놀 거 없는데?
사랑: 적어도 집에서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재미있을 거 같아요. 집에는 정말 할 것도 없거든요. 책도 없구, 놀 것도 없구.
사랑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혁민을 쳐다본다.
사랑: 아니면 혁민아빠는, 내가 따라온 게 싫어요?
혁민: 아아아, 아이다. 아이다...
혁민, 뒤돌아서 축 쳐진다.
(나래이션)
혁민: 어쩐지 모르게, 사랑이는 나를 보고 '혁민 아빠'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나름 그 아이에게는 나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직 총각인 나는 그 호칭이 매우 부담스럽기 그지없다.
차라리 아빠가 아니라 '아저씨'였다면 부담같은건 없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빠라. 하긴, 사랑이는 지금 아빠가 필요할 나이다.
혁민과 친구들, 수업이 시작되기 전까지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사랑이를 챙겨준다.
혁민에게서 어느 정도의 자초지정을 들은 친구들은 사랑이를 동정하고 있는 것 같다.
친구2, 사랑이에게 과자나 사탕. 아이스크림을 사 주며 잘 대해준다.
그러나 사랑은 물건을 받기는 받으면서도, 탐탁치 않은 표정.
혁민: 와 그래 표정이 안좋나 사랑이?
사랑: ...별 건 아닌데요.
사랑, 친구2에게 눈맞추며 말한다.
사랑: 저, 이런 거 굳이 필요하지 않아요. 안 사주셔도 되요.
친구2, 들고있던 과자봉지를 멍하니 쳐다본다.
친구들도 생각보다 냉랭한 사랑이의 반응을 생각치 못했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이거나 딴청을 피운다.
혁민: 그래도 일단 받은 거니까. 감사합니다, 하고 가져가자 사랑아.
사랑: 예. 받은 거니까요.
사랑, 고개를 숙인다.
장면전환.
혁민, 사랑, 친구들. 캠퍼스를 걷는다. 간간히 친구2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이 사랑이를 쳐다보다가 넘어간다.
혁민: ...그래서 여가 우리가 맨날 오는 곳이다. 수업은 지루하고, 우리도 놀 데도 없데이?
사랑: 생각보다 대학생이라는 것도 재미없는 거네요?
혁민: 뭐 그라체. 그래도 대한민국에서 살므는 대학교 함 와바야 되는거 아이가.
혁민 사랑을 달래듯 토닥거린다.
사랑: 근데, 엄마는 왜 못 왔어요?
혁민: ...어, 그게. 다는 못 올수도 있다.
혁민, 마치 그것을 생각하지 못했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인다.
친구들도 소미가 대학을 못 다녔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는 듯이 무안한 얼굴이 된다.
다행스럽게도 사랑은 더 깊게 이야기 하지 않고 혁민의 손을 잡고 걷는다.
이윽고 운동장 근처.
사람들이 농구나 축구를 하고 있다. 혹은 책들 들고 이야기하며 돌아다닌다.
그 사이에 은지가 친구와 혁민 일행을 향해 걸어온다.
혁민,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사랑에게 이곳저곳에 대해 설명한다.
그 모습을 보고 은지, 혁민에게 인사한다.
은지: 혁민씨 안녕?
혁민: 그러니까 여기에서는 다들 시간을... 어, 은지씨. 안녕?
혁민, 조금은 얼떨떨한 모습. 그 사이로 사랑이 더욱 혁민의 손을 꽉 잡는다.
친구들, 살짝 곤란해하는 혁민의 눈치를 살핀다. 이 상황을 즐기는 모습.
혁민: 아, 그니까. 은지씨 수업 끝났는갑네?
은지: 응, 집에 가야지. 혁민씨는?
혁민: 아, 아하하. 나는 안즉 한참 남았제.
혁민, 쑥스러운 듯이 웃는다. 그런 혁민의 모습을 보면서 은지가 피식 웃는다.
은지: 저기, 아직 수업 시작 시간 남았으면. 옆에 있는 애도 좀 소계시켜줄래?
혁민: 응? 아. 이 아 말이가? 이 아는..
사랑: 혁민 아빠. 엄마가 모르는 사람하고는 말하지 말랬어요.
순간 정적. 혁민과 은지가 입을 쩍 벌리고 있다.
뒤에 친구들도 붕어처럼 입을 뻐끔거릴 뿐이다. 은지 바로 옆에 친구도 입을 틀어막고 기가 막히다는 표정이다.
은지: 으, 응? 뭐라고? 내가 잘못 들었나...?
사랑: 뭘요? 혁민 아빠라고 한 거요? 제대로 들으신거 맞아요.
사랑. 혁민의 손을 더욱 꽉 잡는다. 혁민이 정신을 차리고 은지를 향해 고개를 설래설래 저어 그게 아니라고 하소연한다.
혁민: 아, 아이다. 뭐, 자... 장난 치믄 안된다! 뭐라카는기고, 사랑아?
사랑: 아빠, 엄마가 오늘은 저녁밥 집에서 먹자고 했어요. 친구들이랑 술마시러 가지 말라고.
혁민: 사랑아! 아, 아이다 은지씨. 이, 이 아는 말이다!
혁민, 당황한 눈빛으로 은지를 바라보며 설래설래 고개를 젖는다.
설명을 하려는 혁민을 죽일 놈 쳐다보듯 바라보며 뛰어가는 은지.
그리고 은지의 친구가 은지를 잠시 바라보다 혁민을 향해 입을 연다.
은지의 친구: 나쁜 새끼.
혁민: 아, 아이라니까!
두 사람이 떠나버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멍하니 사랑과 혁민을 바라본다.
바람이 불어, 그들 사이를 가르듯 스쳐 지나간다.
혁민: ...아이라니까..
혁민, 사랑을 바라보며 화를 내려가 가라앉고. 뭔가 퍼부을 듯 한 표정이다가 한숨을 내 쉬길 반복한다.
사랑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멍하니 서 있다.
(과거회상)
소미: (몇몇 아이돌 가수들의 노래를 산토끼를 넣은 노래로 개사해서 부르고 있다.)
혁민: 그니까네, 사랑아. 나는 니...
사랑: 안 되요?
사랑은 똘망한 눈으로 혁민을 바라본다. 굳게 다물어진 입에서 고집이 느껴진다.
소미는 그런 사랑을 곤란한 얼굴로 바라보다가 다시 산토끼 산토끼 거리면서 딴짓을 시작한다.
혁민: ...그러니까
네, 안된다기 보다.
사랑: 그럼 된다는 거에요?
혁민: 아, 소미야 니도 한 마디 해 봐라! 내 혼자 뭐 하라는 기고!
소미는 뜨끔한 표정으로 산토끼, 산토끼. 노래를 부르며 부엌으로 도망간다.
사랑은 그런 소미를 바라보고 한숨을 쉬고 다시 혁민을 바라본다.
사랑: 안 된다면 안 된다고 해 주세요.
혁민: ...우야꼬. 차라리 아저씨는 안되겠나?
사랑: 싫어요.
혁민: 아이고오 두야.
혁민 한참을 고심한다. 부엌에서 소미는 음식 제료를 다듬다 뒤를 힐끗힐끗 바라보며 난처하면서도 애처롭게 혁민을 바라본다.
혁민, 결국 고개를 숙인다.
혁민: 아니 이게 무슨 소리요. 내가, 내가 아빠라니.
사랑: 선생, 선생은 앞으로 총각일 수가 없어요.
혁민: 얘가 정말!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워서는!
사랑: 한마디로, 내 아빠가 되었다. 이 말입니다.
혁민: 이보시오, 나 이러고 있을 수 없소! 전화좀 가져다 주시오!
사랑: 왜요?
혁민: ...거기까지는 모르나 보네. 됬다마. 불러라.
사랑이 한편으로는 놀라면서도 기꺼운 눈빛이다. 혁민은 채념한 얼굴이다.
뒤쪽 부엌에서 산토끼 노래가 흥겨워진다.
(회상 끝)
장면전환-술집.
사랑은 집에 데려다 준 듯 사내들끼리만 모여 맥주가 나온다.
혁민: 으아 이게 뭔 일이고!
친구1: 니가 자초한 일이지.
친구3: 암.
친구4: ...그라게, 니가 제대로 처신 안 하니까 안 이라나? 니가 미친놈이지.
혁민: 그래. 미친놈이다. 내가 미칬다!(맥주를 벌컥거린다)
술 몇잔을 마시고 다들 얼굴이 빨개져 있다.
혁민, 대충 자리를 정리하고 주저앉아 친구들과 낄낄거린다.
혁민: 그러니까네, 이번엔 롯데가...
친구1: 꼴데가?
혁민: 디질래?
(헛소리 몇 마디)
장면묘사- 측면에서 바라보는 시점.
1. 혁민과 떠들거리는 친구들.
2. 서서히 지쳐가는 친구들. 말짱하게 떠드는 혁민.
3. 친구1,3 넉다운.
4. 친구 4 넉다운.
5. 혁민 혼자 중얼거린다.
혁민: 롤코만 잘하면 좋을텐데에, 아 다 디비 눕지 말고 인나라!
혁민, 친구들을 툭툭 발로 찬다. 종업원이 찡그린 눈으로 혁민을 바라본다.
포기하고 계산서와 함께 일어나는 혁민.
장면전환-길가.
혁민은 친구들을 어께에 들쳐매고 길가에서 비틀거리며 걷는다.
혁민: 아, 인나라! 나 죽는다!
죽는 표정으로 끙끙거리며 친구들을 억지로 택시에 태우고 자신도 탄다.
혁민: 하이고, 죽겠다. 아제, OO골목 사거리요.
택시기사: 아이고 학생 뭐 그리 술을 쳐뭇나. 술냄새 봐라.
혁민: 아하하하.
택시 안에서 팔을 괴고 혁민, 나레이션.
혁민: 죽겠다. 아저씨 운전, 너무 과격하네.
(이니셜D패러디)
혁민: 으악, 아제!
택시기사: 들어올때는 마음대로 들어왔지만 나갈때는 아니란다.
택시기사: (커브길이)찰지구나!
혁민: 살려!!!
집 도착. 혁민의 친구들은 비틀거리며 정신을 차릴 수 없다. 택시에 타서 돌아다닌게 더 독이 된 표정.
택시기사: 8700원.
혁민: ...아제요, 안전운전하이소.
택시 문이 닫치고, 혁민의 혼잣말. '하이고, 사람 잡네.'
혁민이 주머니에서 키를 찾다가 놓쳐 떨어트린다. 키를 주으려다 도미노처럼 넘어지는 친구들과 혁민.
혁민: ...여러모로 오늘 사람 하나 죽네. 아이구, 이 새끼들아 퍼뜩 인나라! 아프다!
친구3: ...으으, 여기 어디냐?
혁민: 내 몸 위다. 와? 편해서 일나기 싫나?
친구1: 우읍, 으으으읍...!
혁민: 아 인나라! 오바이트 쏟으면 지기삔다!
혁민은 골치아픈듯한 얼굴로 키를 움켜잡는다. 친구들을 밀쳐내고 일어나려는 찰나 소미, 문을 열고 나온다.
그녀는 웃는 얼굴로 살벌하게 말한다.
소미: 내가 보는게 잘못 된 게 아니라면 말이지. 다들 취한 거 같은데?
혁민: 아아아아, 맞네. 안녕 소미야아. 술좀 마시뿟따.
소미: ....지, 진상.
혁민: 뭐라노. 나 좀 살려 도.
소미: 으이구우우.
소미, 혁민을 일으키고 혁민은 친구들을 들쳐맨다.
집에 들어가니 사랑이 소파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다가 깬다.
사랑: 아, 혁민아빠 왔어요?
혁민: ...으, 응. 사랑이 왜 안 잤나?
사랑: 아빠 와야 자죠.
소미, 복잡한 얼굴로 둘의 대화를 지켜본다. 혁민은 웅얼웅얼 사랑의 대화를 회피하고 친구들을 자신의 방 안에 밀어넣고 나온다.
사랑이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본다.
혁민: 아이구, 원수들. 사랑아 인자 자라. 안 졸리나?
사랑: ...왜 밥먹으러 안 들어왔어요?
혁민: 아니.
사랑: 엄마 밥 안먹고 기달렸단 말이에요.
혁민, 당황한 얼굴로 소미를 쳐다본다.
혁민: ...와? 뭇제?
소미: 아니, 우리 둘만 먹기도 뭐하고. 그냥 너도 안먹고 들어올까 싶어서.
혁민: 안즉 안 뭇나? 미안네...
소미: 됐어. 내일 먹지 뭐.
혁민: 앞으로 나 기달리지 말구 무라. 개안타. 늦게 들오면, 밖에서 뭇고 오는기다.
소미는 묘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혁민: ...자라. 사랑이도 자야제?
사랑: 혁민아빠. 내가 뭐 잘못했어요?
사랑이 혁민의 분위기를 읽고 말한다. 혁민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우물쭈물한다.
잘못한 것도 아닌데, 잘못한 사람처럼.
사랑: 내가 '아빠'라고 부르는 거, 나쁜 거에요?
혁민: 그게, 사랑아...
사랑: 그것만 말해주시면 되요. 다른 건 안 물어볼게요.
소미: ...사랑아, 가서 자자.
소미, 사랑을 안고 일으켜 방으로 데려간다.
혁민은 한숨을 내 쉬고 소파에 앉는다.
(나래이션)
혁민: 사랑이의 마음은 심리학을 겉껍대기만 훑어본 나라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마침 아빠가 필요한 나이다. 부모라는 것은 한 쪽만 있어서는 아이를 충족시킬 수 없다.
태어나서 8 년간, 아빠가 없었을 아이다. 아버지의 정이라는 것은 받아보지 못했을 아이인데.
그러나, 그렇지만. 아빠라는 사람은 그 어떤 단순한 조건으로 만들어질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 아이를 죽도록 사랑해서, 보살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아버지의 자격은 무엇일까?
그리고, 내가 사랑이에게 '아빠'라는 말을 들을 자격이 있는 사람일까?
나는 아직 혼란스럽다. 나는 아직 어리다.
그리고, 나는 그 아이를 보살필수 있는 능력도. 사랑도 부족하다.
내가 그 아이를 행복하게 해줄 자격이 있다고 해도, 나는 그것을 거부하고 싶다.
소미는 일어나 미피가 그려진 앞치마를 두른다.
소미: ...피곤하네.
피로가 쌓이고 쌓인 듯이 눈빛이 영 탁하다.
새벽 하늘이 창 밖으로 보인다. 탁한 회색에 인디고를 섞어넣은 듯한 하늘에, 낮게 가라앉은 먼지냄새.
소미: 산토끼 토끼야. 어디를 가느냐.
소미, 노래는 부르지 않고 다만 중얼거린다.
호박 써는 소리.(사랑이 누워있는 방 안쪽 문 사이 틈으로 보이는 컷)
사랑은 쥐죽은 듯이 누워있다. 눈은 떠져 있지만 움직이지 않는다.
이윽고 재료 준비를 마친 소미, 사랑이 있는 방으로 들어간다.
소미: 진사랑, 사랑아. 일어나야지.
사랑: 응. 일어나 있어요.
소미: 가서 씻고 와.
사랑: 씻고 올게요.
소미는 사랑과 단 두마디를 나누고 바로 부엌으로 향한다.
사랑은 주섬주섬 이불을 걷고, 다시 정리하고 일어난다. 긴 머리를 틀어올리고 머리삔으로 정리한 다음, 화장실로 향한다.
화장실로 향하던 도중 잠시 멈춰 혁민의 방을 슬그머니 바라보는 사랑.
그리고 그 사랑을 곁눈질하는 소미.
소미: 씻어.
사랑: 씻으러 가고 있어요.
사랑, 멈추었던 발걸음을 옮겨 화장실로 향한다. 화장실 안에 설치된 세안대를 흘낏 바라보고,
고개를 저은 다음 바닥에 놔 둔 새숫대야에 물을 넣는다.
혁민이 설정해둔 핸드폰 알람 소리가 울린다. 요리하던 소미의 움직임이 잠시 굳더니, 이윽고 큰 소리로 산토끼 산토끼 노래를 부른다.
세수를 마치고 수건을 목에 두른 체로, 사랑 또한 산토끼 노래.(조금 침울한 표정)
혁민: ...으하아암! 으으, 만날 이 뭔..
소미: 혁민아, 잘 잤어?
혁민: 치아라. 아침나절부터 와이리 산토끼~ 산토끼.
혁민은 투덜거린다. 조금 퉁명스런 얼굴.
혁민, 당황한다. 쓰러진 사랑을 들고, 재빨리 침대에 눕힌 뒤 열을 재 본다.
혁민: ...뜨겁다.
소미: 어? 어?? 뭐라고? 어떻다고? 사랑이 어떻게 해? 사랑이 괜찮아?
혁민: 가스나야! 이마가 불덩이라고 안카나! 119! 119에 전화해라! 빨리!
혁민, 처음으로 소미에게 화를 낸다.
소미는 당황하며 전화기를 들고 중얼거린다.
소미: 119가 전화번호가 뭐였지? 119가 전화번호, 119 전화번호가 뭐지?
혁민: 119! 빨리! 뭐하나!
소미: 아 가만히 있어봐! 지금 전화번호 생각이 안난단 말야!
혁민: 119라고!
혁민, 소미에게서 전화기를 빼앗아 들어 재빨리 119에 전화를 건다.
전화기에서 예, 말씀하세요. 소리가 들린다.
혁민: 아가 죽을거 같아예! 가청동 삼지거리 55번 골목 양옥집요! 빨리 오이소! 빨리요!
혁민은 전화기를 내려놓고 당황해서 아무것도 못하는 소미를 재치고 냉장고 문을 열어 얼음을 꺼낸다.
혁민: 가스나야! 사랑이가 죽나! 인나라! 아 퍼뜩! 니가 정신 안 챙기면 우야노! 인나라!
소미: 사랑이가, 내가... 사랑이, 사랑이가 아파. 내가 잘못한거야. 사랑아..
혁민: 아 쫌!
혁민은 재빨리 얼음봉지를 만들어 사랑이의 이마에 얹는다. 그리고 수건에 물을 적셔 가져온다.
혁민: 가스나야! 사랑이 몸은 닦아줘야 할거 아이가! 우얄라고! 우얄라고 넋을 빼고 앉았나! 인나라!
소미: 사랑이, 사랑이가 죽으면 어떻게 해. 나, 나한테는 사랑이밖에 없는데..
혁민: 아... 이 미련한 가스나야!
혁민,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소미의 뺨을 때린다.
남자의 손바닥에, 세차게 돌아간 소미의 얼굴이 잠시 동안 움직이질 못한다.
혁민: 니가 정신 안 챙기면 우얄라꼬! 니가 사랑이 엄니 맞나? 니가 그러고도 엄니가!
소미: 니가 대체 뭘 알아! 니가!
혁민: 내가 딴건 모린다. 내가 우예 니 둘 사정을 다 알겠노. 근데 이건 안다!
혁민,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한 동안 숨을 몰아쉰다.
소미는 빨게진 뺨을 움켜잡고 시뻘개진 눈으로 혁민을 노려본다.
혁민: 니가 정신 안챙기면, 소미는 누가 챙기나! 나 혼자 챙길까? 그게 말 되나? 내가 그캉 사랑이 챙기면, 니 안 불안나?
소미: ....
혁민: 됬다마! 비키라! 치뿌라!
혁민, 소미를 재껴버리고 방으로 들어간다. 쾅, 하고 문이 닫친다. 문 밖으로, 화난 혁민의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혁민: 이딴 엄니 필요 없다 사랑아! 필요 없다꼬! 차라리 내가 다 챙겨주꾸마!
잠시 흐느끼는 소리.(소미)
혁민: 그니까네, 정신 놓지 말그라. 사랑아.
거실에 혼자 남은 소미, 천천히 허물어진다.
소미의 이마에서 땀이 흐르고, 두 눈에서는 눈물이 흐른다.
소미: ...사랑아.
이윽고 사이렌 소리가 울린다.
장면전환. 병원 진찰실이다. 의사가 차트를 바라보며 진단을 내린다.
의사: 괜찮아요. 그냥 독감증세입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될겁니다.
혁민, 겨우 여유를 찾은 듯 한숨을 푹 내쉰다. 온몸이 땀에 절어있다.
옆에 있는 소미는 얼굴색이 조금 나아져 있다.
의사: 뭐, 그건 그렇고. 저 아이, 예방접종을 한 게 거의 없더군요. 아이 예방접종은 필수입니다.
소미가 의사를 바라보고 입을 조금 때고 뭐라고 하려다 다시 입을 다물고 고개를 푹 숙인다.
소미의 그 얼굴을 보고 혁민은 목 어림과 가슴에 뭔가 얹힌 느낌이다.
혁민은 슬며시, 옆에 앉아있는 소미의 손을 잡으려다 멈추고 손을 내린다.
의사: 뭐, 앞으로 잘 하시면 되니까요. 아이가 체력이 좋았던 게 컸습니다.
한 이틀 정도 정양하면 될 겁니다. 오늘은 늦었으니, 여기서 재우고 내일 안정되면 데리고 가세요.
혁민: 고맙십니데이.
의사: 별 말씀을요.
혁민과 소미, 방에서 나온다. 혁민은 차분히 소미의 뺨을 바라본다.
아직 조금 부어있다. 빨간 손자국이 남아있다.
혁민과 소미는 천천히 사랑이가 입실한 방으로 향한다.
긴 침묵을 견디다 못해 혁민이 입을 연다.
혁민: ...미안타.
소미: 아냐, 나야말로 고맙지.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어.
혁민: 아 엄마쯤 되니까 더 정신 없었겠지. 내가 너무 심했다.
소미는 고개를 푹 숙인다.
소미: ...아냐, 나 엄마 자격 없어.
혁민: 그게 뭔 소리고. 너 좋은 엄마다.
혁민이 문을 열고 누어서 색색거리며 간신히 자고 있는 사랑이 누운 침대 바로 옆에 접이식 의자를 펼친다.
그리고 소미도 앉으라는 듯이 옆에 접이식 의자를 편다.
혁민: ...사랑이 이만츰 키운것만 해도 어디 가서 자랑해도 된다. 그건 내가 보장한다.
아 안 키우고 버리는 사람이 얼만츰 많은데.
혁민, 의자에 앉아 사랑을 바라본다.
소미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앉을 생각을 하지 못한다.
이윽고 색색거리던 사랑이 다시 끙끙거린다. 열이 다시 오르는 것 같다.
혁민: ...의사 불러 오께.
소미: 아냐, 내가 다녀올래. 그게 맘이 더 편할 거 같아. 사랑이좀 지켜봐줘.
혁민: 응. 갔다 와.
소미, 이윽고 의사를 불러온다. 의사는 잠시 사랑을 살펴보더니 씩 웃으며 혁민을 안심시키는 말을 꺼낸다.
의사: 잠시 열이 오른 겁니다. 그렇게 큰 이상은 없어요. 해열제도 먹었으니 한시간 안으로 체온이 다시 내려갈 겁니다. 땀에 젖은 사랑이 몸 좀 닦아 주세요. 그렇게 안 하면 감기가 악화될 수도 있으니까요.
의사는 다행이라는 듯이 웃더니 방을 나간다. 밖에서 소미는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사랑은 열 때문에 끙끙거리다가 정신이 든 듯이 의식을 차린다.
끙끙거리며 팔을 간신히 휘젓는 사랑에게 혁민이 말을 건다.
혁민: 사랑아! 개안타. 병원이다.
사랑: 혁민아빠? 혁민아빠죠? 나 진짜 아파요. 아파요. 너무 아파요. 나 죽어요?
혁민: 그런소리 하믄 못쓴다! 안죽는다! 의사선생님께서 전맹키로 쌩쌩해진다 캤다.
사랑: ...흑, 근데. 너무 아파요. 혁민아빠. 죽을거 같아요.
사랑. 흐느끼다 기운이 빠진 듯이 잠이 든다. 혁민은 그런 사랑을 안쓰럽게 쳐다본다.
소미는 문 틈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혁민과 사랑을 쳐다본다.
혁민이 그것을 눈치채고 소미를 부른다.
혁민: 소미야. 들어와라. 니 뭐하나?
소미: ...응.
혁민: 사랑이 잠들었다. 의사선생님이 해열제도 먹었고, 주사도 맞았는데 금방 개안아 진다꼬...
소미: ...응, 들었어.
혁민: 와 그리 기운이 없노? 니도 아프나? 진찰 함 받아 볼래?
소미: 아냐, 그런거...
소미는 한숨을 푹 쉬고, 혁민이 앉은 의자의 옆에 앉는다. 혁민이 펴 둔 의자다.
소미는 사랑이를 애절하게 바라보다 입을 연다.
소미: 나 참 나쁜 여자야.
혁민: ...씁! 아이라니까?
소미: 아냐, 나 나쁜여자 맞아. 아무런 상관 없는, 너도 이렇게 고생시키고...
혁민: 뭐 그런 말이 있나? 나 니 친구 아이가?
소미,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소미: ...그렇지. 친구지.
소미는 적신 물수건으로 사랑이의 이마에 올라온 땀들을 닦아내며 말을 잇는다.
소미: 사실, 나. 사랑이가 이렇게 클 줄은 상상도 못했어.
혁민: ...하기사, 너 혼자 아 키우면서 고생도 많코..
소미: 그런 말이 아냐.
소미는 정색하고 혁민을 바라본다. 싸늘한 분위기가 지나간다.
소미: 나, 사랑이가 태어났을때. 너무 무섭고, 사랑이가 너무 더러워 보였어.
소미는 자신의 아래춤에 두 손을 모았다가 얼굴로 들어올린다.
마치 아기를 받아 가슴으로 들어올리는 모습이 연상된다.
소미: 내 안에서, 저런 게 나왔구나. 부정한 게 나왔구나. 내가 나쁜 여자가 되었구나.
이 애만 없었으면, 이 애만 없었으면... 하고 몇 번을 생각했는지 몰라.
몸이 좀 나은 이후에, 의사한테 처음으로 들은 말은 이거였어.
소미는 흠,흠. 하고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늙은 의사의 목소리를 낸다.
(이 순간부터 회상씬)
소미: '소미 양은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습니다.' 순간, 뭔가 덜컥 떨어져 내리는 느낌이었어.
그 순간 난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어. 그 때의 나는, 원망할 대상이 필요했는지 몰라.
어쨋든 난 사랑이가 너무나도 미웠어. 내 모든 걸 빼앗아가고 있는 기분이 들었거든. 그래서...
소미는 자신이 들고 있는 두 손을 바라보다가 슬며시 목이라도 조르는 듯한 모습으로 바꾼다.
그런 소미를 바라보며 혁민은 또 다시 말을 잇지 못한다.
소미: 죽이려고 했어. 진짜로.
목을 조르는 포즈를 취하던 소미의 양 손이 벌벌 떨리기 시작했다. 손에서 시작된 떨림은 소미의 몸 전체로 퍼져간다.
혁민: ...소미야.
소미: 근데, 못죽였어. 목을 잡고, 힘을 주던 순간... 자그마한 손으로 나한테 손짓을 하면서 이러는 거야.
'마아아. 마. 마아.' 그렇게 끔찍했던 아이가, 순간적으로 너무나... 너무나 불쌍해 보였어.
강충제는, 아이를 귀찮게 봤을 뿐이었고... 엄마라고, 하나 있는 나는... 자길, 죽이려 하고 있는 거야.
근데 그런 나를 보고도... 반가운 눈빛으로, 손짓하고... 입을 옹알거리는 거야.
소미는 격해진 감정을 못 이기고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그동안 그 슬프고 잔혹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눈물은 흘리지 않던 소미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며 혁민은 손수건을 꺼낸다.
혁민이 내민 손수건을 소미는 잡지 않는다. 말이 계속된다.
소미: ...근데 그 이후가 더 가관이야. 난 항상 사랑이를 바라볼 때마다 너무나, 너무나 무섭고 더러웠어.
그래서 그 마음을 조금이라도 죽여보려고, 사랑이 이름을 사랑이로 지었어.
사랑, 사랑 하면서 지내면 정말 저 아이를 사랑할수라도 있게 될 까봐.
근데 말야..
소미는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려두고 주먹을 꽉 쥔다. 부들부들 떠는 몸은 당장이라도 튀어나갈 것 같다.
소미: 아직도, 난 저 아이가 좀 무서워... 이 애, 목에 스카프 두르고 다니지?
...가끔, 저 애가 자고 있을때... 나도 모르게 저 아이의 목을 내가 쥐고 있어서 목에 상처가 많아서.. 그래.
(나레이션)
혁민: 상처입은 사람이 치료받지 못할 경우, 그 상처는 병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마음의 상처는 치료하기 너무나 힘들어,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면 사람을 망가트리게 된다.
소미의 마음의 상처는 안으로, 안으로. 계속 곪아들어갔던 모양이었다.
그 마음의 상처는 이제 와서는 과연 치료할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너무나 크게 뭉쳐 그녀의 가슴께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그녀의 밝디 밝은 겉모습과 행동과는 달리, 겉으로 분출하지 못하고 억눌린 마음의 상처는. 분출되지 못했기 때문에 더더욱, 어두웠다.
혁민, 소미가 쥔 주먹 위로 자신의 손을 덮는다. 소미는 놀란 눈으로 혁민을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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