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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54466
    작성자 : zilzu
    추천 : 14
    조회수 : 1735
    IP : 115.95.***.69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3/08/02 19:07:31
    http://todayhumor.com/?panic_54466 모바일
    #펌# 그 곳의 기묘한이야기-3 : 정한수
    시간이 너무나도 더디게 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전상병의 얘기는 얼음장처럼 차갑고 고통스러웠지만 멈출수 없는 중독성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이미 그의 얘기에 깊이 빠져들어 있었다.


    "귀신을 보는 특별 관리 대상....우린 정한수한테 감히 가까이 갈 엄두가 나지 않았지.

    심지어 그 놈 동기인 감시병조차 옆에 있길 꺼려했으니까."


    "그런데 진짜로 무서웠다는게 뭡니까?"


    내 곁눈질을 눈치챘는지 전상병은 고개를 돌려 다시 전방을 주시했다.


    "어느 날 정한수와 내가 보급창고 정리 작업을 하게 되었지.

    감시병이 면회를 나가서 대신 내가 대타로 있게 된거야.

    난 그 놈과 같은 공간 안에서 뭔가를 하고 있다는게 너무 무서웠어.

    보급 창고 안에는 야전삽부터 시작해서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얼마든지 사람을 때려죽일 수 있는 기구들이 가득했거든.

    내가 흠찟거리며 눈치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는지, 정한수가 나에게 말을 걸더라구.

    자기를 무서워하지 말래."


    전상병은 잠시 자신의 이마를 긁적거렸다.


    "니미...안무서워하게 생겼냐? 그건 지생각이고.....

    나는 그 놈이 옆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귀신들과 댄스파티를 하는 것 같아 미칠 것 같았지.

    고참만 아니었으면 온몸에 테이프를 칭칭 감아놓고 돌아다니지 못하게 어디다 묶어놓고 싶었다니까.

    정한수가 내게 안도감을 주려는 것 같자 불현듯 나는 묻고 싶은게 하나 생겼지."


    "뭘 말입니까?"



    "정말로 귀신을 볼 줄 아냐고?"


    "........"


    "그런데 정한수가 씨익 웃음을 짓는거야.

    와...**....사람이 웃음을 짓고 있는데 그렇게 무서운 표정은 처음이었다니까.

    해골처럼 마른 얼굴에 늘 두려움의 표정을 짓던 사람이 갑자기 미소를 지으니까 야전삽을 쥐고 있는 내 오른손에 힘이 들어가더라....."



    나는 마치 전상병과 함께 그때 그 보급창고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소름이 돋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웃음짓던 표정을 없애더니만 정한수가 입을 여는거야.

    자신을 몸이 허약한 건 귀신이 잘 붙는 몸이라 그런다는군.

    그래서 자기 어머니가 무당이니까 굿도 해보고, 부적도 써보고 그랬대나봐.

    그런데 아무 소용이 없었고, 귀신은 자기 방 드나들듯이 계속 몸속에 들락거렸대.

    몸이 죽을만큼 쇠약해졌는데도 병원에서는 원인을 찾지 못해 입대 신검에서도 2급이 나와서 현역 판정난거래.

    그러던 어느 날 정한수 어머니가 자신을 신내림해준 영험한 무당을 찾아가 아들 얘기를 했더니,그 무당도 그러더래.

    귀신을 떼어내면 아들이 죽는다고....떼어내서 죽는게 아니라, 빈 자리가 생기면 더 강한 귀신이 붙어서 죽을거라는거야.

    그 무당은 고양이의 피를 바른 종이에 기분 나쁜 형상의 그림을 그려넣더니 정한수 어머니에게 건네더라는거야.

    그리고는 그러더래. 몸이 돌아올 때까지 몇 년간 이겨내야 할일이 있다는거야.

    정한수 어머니가 그게 무슨 말이냐고 하니까 그 늙은 무당이 하는 말이....."


    전상병은 갑자기 말을 멈추더니 전방을 주시하고 있던 시선을 나에게 돌렸다.


    "왜...왜 그러십니까?"


    나의 물음에 전상병은 마저 말을 이었다.


    "그 늙은 무당이 하는 말이.....부적을 몸에 지니는 순간부터 귀신을 보게 될거라는거야."


    "헉!!"


    "쪼그려 앉아있던 나는 그 말을 듣고는 야전삽을 손에 쥔 상태로 털썩 주저앉았어...다리에 힘이 풀리더라구.

    도대체 그 무당이 정한수에게 무슨 짓을 한걸까 생각해 봤더니....

    그 무당이 정한수가 살 수 있도록 선택한 방법은 귀신을 보게 해서 정한수가 귀신을 피해다니게끔 만든거야.

    와....** ** 똑똑하고 무서운 방법 아니냐?"


    나는 차마 전상병의 물음에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정수리부터 꼬리뼈까지 찌릿한 전기 자극이 주어지는 듯 했다.


    "자잘한 몇몇의 귀신들은 잘 피해다닐 수 있었는데, 그날 그 작업이 있던날 귀신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것은 막을 수가 없었던거지."


    "그..그래서 포크레인으로 작업했던 날 이후로 귀신에게 쫓겨다닌겁니까?"


    "아니 쫓겨다닌게 아니라 피해 다닌거지...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어.

    정한수가 무서운 얘기를 하나 하는거야."


    "또...무..무슨 말 말입니까?"


    "거기서 쏟아져 나온 귀신 중 하나가 김창식 일병한테 붙었다는거야."


    "김창식 일병이라면....."


    "그래. 취사병인 김창식 병장..."



    난 순간 숨이 턱 막히며 온몸에 다시 한번 소름이 돋았다.


    "와...**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오금이 다 저리더라구."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모르는 싸늘한 찬바람이 능선 골짜기를 쓸며 내려가고 있었다.


    "너 부대에서 가장 이상해 보이는 사람이 누구냐?"


    "......."


    대답할 수는 없었지만 사실 난 제대로 정신이 박혀있는 부대원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이라곤 정신병원을 집단탈출한 환자들 뿐이었다.


    "너 김창식 병장의 과거를 아냐?"


    "모..모릅니다."


    "그 사람 칼 다루는 것 본 적 있지?"


    "예"


    "김창식 일병 원래 특전사에서 특기병으로 있던 사람이야."


    "예? 진짜로 말입니까?"


    "원래 특전사 요원들은 부사관들이고, 행정은 보통 차출된 사병들이 하거든.

    그런데 김창식 병장이 자대배치를 받았을 때, 배정 인원이 모두 다 찼었나봐.

    그래서 자리가 날 때까지 김창식 병장은 부사관들과 같이 내무반 생활을 하며, 똑같이 훈련을 받았었대.

    게다가 칼을 귀신처럼 잘 다뤄서 쌍칼이라는 별명까지 얻을 정도였다는거야.

    그런데 낙하산 점프에서 착지하다가 허리와 골반을 다쳤나봐. 그래서 우리 부대로 온거야. 그것도 취사병으로.

    그 때 취사병이 한 명 있었는데 그 사람이 제대하면서 김창식 병장이 취사일을 모두 떠맡았지.

    그런데...너 김창식 병장 이상한 점 발견 못했냐?"


    "이상한 점 말입니까?"


    "그래 임마....너도 짧은 시간이지만 김창식 병장 계속 봐 왔잖아."


    "저....고..고양이를 무지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고양이를 **게 싫어해.

    너도 알지? 고양이를 불태워 죽이기도 하고, 어떤 때는 목을 잘라버리기도 하잖아.

    너 이 부대 오기 바로 전에 ** 쇼킹한 일이 한 번 있었다."


    지금도 쇼킹한데 뭐가 더 쇼킹하단 말인가?


    "사단본부에서 취사 검열이 나왔어.

    배식 메뉴가 규정을 따르고 있는지, 위생상태가 양호한지, 식자재는 안전하게 보관되고 있는지 이런걸 검열하는거지.

    그때가 겨울이어서 동절기에는 무우를 땅에 묻어야 하거든?

    취사장 뒤편에 무우를 묻는 장소가 있어.

    그런데 검열관이 보기에 무우를 묻은 무덤이 너무 커보이는거야.

    검열관을 보좌하던 선임하사도 의아해 했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지는 검열관이 그 흙무덤을 파보라는거야.

    그 때 김창식 병장 얼굴이 약간 일그러지더라구....

    땅이 꽁꽁 얼었는데 그걸 판다는 건 쉽지 않았지. 결국 곡괭이와 삽만으로 그걸 팠어.

    그런데 무우가 묻혀 있는 층 위에 큰 포대자루가 나오더라구.

    거기서 뭐가 나왔는지 아냐?"


    "고...고양이 말입니까?"


    "아니.....고양이 뼈....그것도 살을 발라낸..."


    ".........."


    "그 살은 어디로 갔을까? 그것도 취사병이 발라낸 살...."


    나는 순간 토가 나올것 같이 속이 부글거렸다.


    "김창식 병장은 자기도 모르는 일이라고 하더라구.

    어떻게 보면 아주 심각한 일이 될 수도 있었는데 신경통에 효험이 있다고 해서 고양이 고기를 먹는 군인들도 있거든...

    결국 경고 조치로 끝났지만, 다 들 알고 있었지. 누가 그런 짓을 했는지....

    다들 수근거렸지. 언젠가 김창식 병장은 고양이의 저주를 받아 죽을거라고.

    고양이만 보면 눈깔이 뒤집혀. 미친 사람 같애.

    그런데 말야. 그 사람 처음부터 그런게 아니었어.

    정한수가 나한테 그 말을 해 준 이후에 김창식 병장이 그렇게 변해 가는거야."


    "저..정말로 귀신 씌어서 그런겁니까?"


    "개나 고양이들은 귀신을 볼 줄 안다고 하잖아. 자신을 알아보는 존재를 다 죽여버리는 것 같애."


    오늘 낮에 있었던 김병장의 기이한 행동이 오버랩되면서 불길한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는 마른 침을 간신히 삼키며 전상병에게 물었다.


    "그...그 존재가 사람이라면 어떡합니까?"





    -계속-
    zilzu의 꼬릿말입니다
    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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