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떤 지방대생이 적으신 글과 그 리플을 보고 생각하는 바가 있어서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저 또한 지방대 출신이며 지금은 제 모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제가 졸업한 학과.. 그리고 지금 몸 담고 있는 학과는 약간 특이한 학과입니다. 보건계열의 학과로서 의사, 간호사는 아니지만 병원에서 근무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학과이죠. 대학 취업률이 너무 않좋은 요즘 세상이고.. 저희과도 예전 같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상당히 취업율이 좋은 학과 중 하나입니다.
저희 학과의 신입생들.. 학생들을 보면 한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대다수 학생들의 가정 형편이 좋지 않다는 점이고요.. 수능성적이나 내신이 좋은 편이라는 것입니다. 공부는 잘 하지만 집안이 어렵기 때문에 일단 취업이 어느정도 보장이 되는 학과라서 들어온 학생들이 많은 학과라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 학생들이 4학년이 되어 졸업할 때 일어납니다.
저희 학과는 사실 4년제가 몇곳 없습니다. 대부분 3년제 졸업자들이 자격증을 가지고 병원에 취업하게 되는 학과로 4년제가 신설되기 시작한지 몇해 되지 않았죠. 그러다보니 아직까지는 전문대학 졸업생들과 우리 학과의 학부생들이 취업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랑하는 제자들을 욕하는 것이 될 지 모르겠지만.. 가끔씩 저는 저희 학생들에게서 이중적인 잣대를 느낍니다. 전문대생들하고 자신들이 취업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것을 자존심상해 하는 것 같으면서도 지방대생이라고 무시당하는 것을 못견뎌 합니다. 전에 서울의 어떤 병원에 정직원 자리가 나서 저희 학교에서 우수한 학생이 면접을 보앗고 정직원으로 채용되었죠. 그런데 문제는.. 그 병원엔 이미 정직원 자리(바로 그 자리)를 바라보고 3년 이상 비정규직으로 일한 전문대 졸업 출신의 학생이 있었습니다. 결국 우리 학생 때문에 그 학생이 어이없게 밀려난 것이죠. 그 학생은 당연히 자기 자리일것이라 생각하고 지금껏 비정규직의 설움을 모두 이기고 생활했는데.. 학력때문에 이렇게 밀릴수는 없다며 우리 학과 게시판에 장문의 글을 남겼습니다. 그 때 우리 학생들의 대부분은 이해할 수 없어했고 기분나빠했죠. 전문대와 우리와는 이미 공부하는 수준이 틀리다. 그 병원에 들어간 학생은 학점만 해도 4.3이며 토익 성적이 850이 넘는다. 등등 말이죠.. 하지만.. 가끔씩 학생들에게 토익공부의 중요성을 이야기 하면서 너희들이 지금 이 자리에서 더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이야기 할 때 마다 심하게 거부감을 가지는 것을 느낍니다. 나도 사실은 서울에 있는 대학 정도 갈 실력이 되었다. 하지만 집안이 어려워서 안간 것이다. 그 사람들하고 나하고 다를 것이 없다.. 라고 생각하죠.. 어찌보면 참 이중적입니다.
인 서울? 전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젊은 나이에 외국에서 공부하면서 재미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사실 외국의 대학교수들은 한국에 무슨 대학 있는지 알지도 못하더군요. 서울대학교.. 정도는 아는것 같았습니다. 지방대에서 실력있는 학생들과 인 서울.. 그 중에서도 SKY에 속하는 학생들하고 순수 실력 비교를 당하는 것을 몇번 봤습니다. 지방대와 인 서울로.. 즉.. 고등학교 성적으로 인생이 결정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럼 인 서울은 인 서울 내에서도 SKY 만을 특별대우 해주던가요? 혹시 그렇게 생각하시는것도 이중적이 아닙니까?
학력? 저도 학력 높은 사람 여럿 봐왔고 그런 사람들의 그룹에 대해서도 잘 압니다. 지방대와 인서울의 차이? 같은 유명 Y모 대학 출신인데에도 너는 기껏 Davis 정도 대학에서 포스트 닥터를 했고 나는 이래뵈도 UC Berkeley 출신이다. 대학에서 넌 놀았으니 지금 이렇게 차이나는 것이다.. 라는 구별의식이 있더군요. UC Berkeley위에는요? 넌 겨우 버클리냐? 난 스탠포드 출신이다. 버클리 유학 학생들.. 스탠포드 적힌 티만 보면 자격지심으로 슬쩍 피하는거 몇번 봤습니다.. 구분이여? 차이요? 끝도 없습니다.
제 살 깎아먹기 같지만.. 결국 그렇습니다.
자신이 있는 공간에서 벽을 느끼지 못하고 편한하게 살 수도 있고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강한 벽을 느껴서 꼼짝 못하겠다고 느끼고 포기하는 사람도 있고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강한 벽을 깨고 더 큰 세상으로 나가려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공간은 사람마다 어느 크기에서 시작하느냐가 틀리겠죠.. 솔직히 전문대보다는 지방대가 넓을거고 지방대보다는 인 서울이 넓겠죠. 그 공간을 좁게 느끼느냐.. 그 공간 안에서 부자유함을 느끼느냐.. 그 차이입니다.
벽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보다 느끼는 사람이 더 넓은 공간으로 나갈 가능성이 클 것입니다.
하지만.. 벽만 느껴서 한없이 답답해 하면서 그 공간을 깨 부실 노력도 하지 않고 '빌어먹을 벽'들 탓만 하고 있을거라면 차라리 그 벽을 보지 못하고 자신의 자리를 편하게 느끼는 사람이 더 행복할 수 도 있습니다.
부디 타인의 공간과 자신의 공간을 비교하며 자신의 벽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시지 마시길..
자신의 공간과 벽을 느껴서 그것을 깨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고 비웃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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