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뜨거운 커피잔을 들고 코로 향을 음미한다.
이때 지그시 눈을 감아줘도 좋다.
커피가 구수룸한 향이 나는지 아니면 달콤한 향이 나는지 등등
본인만의 느낌으로 향을 음미한다.
어떤 커피는 어떤 향이 나야해. 라는 정석은 없다. 그냥 본인이 느끼면 된다.
주의할 점은 CF광고에서 안성기 아저씨가 하듯이 갖은 폼과 허세를 떨면서 해야한다는 것이다.
커피잔에 코를 박고 개처럼 킁킁대면 품위가 떨어진다.
2. 입술을 잔에 대고 한모금 입에 머금은 뒤 입 안에서 혀로 2~3회 굴린다.
코로 향을 충분히 음미했으면 그 다음에는 커피를 입안에 머금고 혀를 2~3회 굴린다.
이 과정을 통해 커피가 가볍고 산뜻한지, 무겁고 중후한지, 산미가 강한지, 쓴맛이 강한지를 할 수 있다.
이때도 정답은 없다. 본인 혀가 느끼는 맛이 진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굳이 와인을 시음하듯 혀를 U자형으로 만들어 가면서 까지 음미할 필요는 없다.
괜히 혀에 쥐가 날 수 있다.
3. 커피를 천천히 목구멍으로 넘기면서 목넘김을 살핀다.
커피를 천천히 삼키면서 커피의 목넘김을 느낀다.
부드럽게 넘어가는 커피가 있는 반면 목에 거친 느낌을 주는 커피도 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라면 이 느낌을 더욱 잘 알 수 있다.
커피를 삼키고 나서는 혀 끝에 남는 쓴 맛과 산미를 음미할 수 있도록
혀를 입천장에 몇 번 문질러 주는 것도 좋다.
4. 커피를 삼키면 곧바로 입을 굳게 다물고 코로 숨을 내뿜는다.
커피를 삼키고 난 뒤에는 입을 다물고 코로 숨을 내뱉는다.
이렇게 하면 식도를 타고 넘어간 커피의 잔향이 코로 넘어온다.
처음 커피잔에서 맡았던 향과 전혀 다른 향이 나게 된다.
이 과정 때문에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사람도 있다.
더치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한 모금 마시고 난 뒤
코끝에 남는 여운이 참으로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5. 두번째 마실 때에는 스읍~! 하고 커피를 빠르게 들이킨다.
이렇게 마실 경우에는 커피의 향과 맛, 잔향을 모두 한 번에 느낄 수 있다.
주로 커피 감별사들이 사용하는 방법으로 스푼을 사용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커피숍에서 스푼으로 요란하게 커피를 마실 수는 없는 것이므로
커피 잔으로만 한다.
6. 매우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커피 향을 한 번 더 맡고 잔을 내려놓는다.
커피를 다 마셨으면 입안, 목, 코끝에서 전해지는 향들을 음미하고 기억하면서
매우 흡족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는 커피 향을 몇차례 더 맡고 잔을 내려놓는다.
표정은 최대한 "난 고상한 도시여자" 라는 느낌으로 도도하게 지어준다.
주변에서 사람들이 키득대거나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면 위 과정을 한 번 더 반복한다.
이때 류시화의 시집이나 도스도옙스키, 베르나르베르베르, 셍떽쥐베리 등의 책을 꺼내
읽는 척을 해주는 것도 좋다.
7. 나갈때는 그 가게 커피를 한 번씩 칭찬해주자.
커피를 다마시고 커피숍을 나설 때는 "커피 맛있네요" 라고 말하며 직원에게 웃음을 지어주자.
그것이 설령 당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맛있다고 해주자.
만약 당신이 그 카페를 자주 이용할 예정이라면 그 커피숍은 당신을 위한 커피를 만들어 내 놓을 것이다.
그리고 당신의 이 한마디가 당신을 된장녀 => 고상녀로 품격을 업그레이드 시켜줄 것이다.
직원들도 당신의 말 한마디에 따뜻함을 느낄 것이다.
커피 = 된장녀 라는 인식이 많아지고 있다.
뭐... 그것도 우리나라의 문화이기 때문에 뭐라 비난할 생각은 없다.
본인이 좋아서 하는거고 남 피해 주는 행동은 아니니...
하지만 된장녀도 알아야 제대로 할 수 있는 법.
커피를 통해 자신을 과시하고 싶으면 적어도 커피를 제대로 음미할 수 있는 혀와 코를 갖도록 하자.
그리고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도록 하자.
사실 된장녀와 고상녀는 한끗 차이라는 것을 늘 염두해 두고 행동하자.
PS. 커피를 마실 때에는 가급적 급한 일이 아니고야 도자기로 만들어진 잔을 이용하자.
종이컵은 휴대하기 편하지만 외부의 온도가 커피에 직접적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커피 향이 너무 금방 바뀐다. 커피가 빨리 식는 것도 그 이유.
식어도 맛있는 미디엄 로스팅이라는 광고가 있는데
사실 커피는 미디엄 로스팅보다 약간 엷게 로스팅 된 것이 더욱 맛있다.(이건 개인적인 생각)
도자기로 만들어진 잔을 이용하면 잔이 커피의 열을 보존해 주기 때문에
가장 맛있는 상태의 커피를 종이컵 보다 오랜 시간 즐길 수 있다.
테이크 아웃 해갈것도 아니면서 종이컵에 커피 받아다 먹는 사람들은
그들이 진정 커피의 맛을 알고 먹는 것인가? 아니면 커피향 시럽을 즐기는 것인가 의문이 될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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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요새 커피숍 갈 일이 많아져서 사람들을 요리조리 관찰해 보다가
"아. 우리나라도 커피 마시는 사람들이 많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커피맛을 아직 잘 모르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커피이니 만큼
좀 더 맛있게 즐기는 방법을 공유하고 싶어서 글을 썼는데
그냥 커피 맛있게 먹는 법이라고 하니까 사람들 반응이 아예 없더군요..^^;;;;;;;;;
그래서 좀 자극적인 내용으로 각색해서 올려봤습니다.
커피가 생각나는 계절 가을입니다.
오유 하시는 모든 분들 커피 한잔의 여유 가지시면서
좀 이르긴 하지만 2011년 마무리 준비 잘 하시길 바랍니다. ^^
모두 행복하세요^^
오늘만 아메리카노 3잔 째. 화장실만 6번째 들락거리고 있다. ㅠㅠ
수분 탈취자 아메리카노~ 아 쉬마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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