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 여야 합의에 대해 각계에서 규탄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13일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지만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야합해 세월호 참사 국면을 덮으려 한다는 비난이 나온다. 유족들에게 외면 받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진상규명 역시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는 여야 합의 이후 7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합의는 새누리당의 세월호 국면의 탈출 시도에 새정치가 들러리를 섰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세월호 유족 70여명은 8일 오전 국회를 항의방문해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를 면담해 이번 여야 합의는 야합이라는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항의도 이어지고 있다. 국회 앞에서는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이 속해있는 성역 없는 진상조사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전국교수행동은 "전국 곳곳에서 세월호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원하는 국민들의 뜻이 4백 만 명이 넘는 특별법 청원으로 모아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뤄진 폭거"라며 여야 합의에 대한 규탄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을 향해 "진상규명 없이 세월호 해법은 없다면서 성역 없는 진상조사가 불가능할 경우 특단의 조처를 취한다고 하더니, 갑자기 여당과 수사권도 기소권도 없는 진상조사위원회 구성과 절름발이 특검 설치에 동의하는 야합을 8월 7일 감행했다. 이것이 과연 새정치민주연합이 말하던 특단의 조처란 말인가"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여야 합의의 핵심인 상설특검법에 따른 검사 임명에 대해서도 "정부여당에게 특검 추천의 칼자루를 넘겨주었다. 또한 특검은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렇게 되면 세월호 참극에 대해서 일차적인 책임을 물어야할 집권세력에게 진상조사위원회와 특검을 꾸리는 주도권을 부여하게 된다"며 "여야가 합의한 특별법은 결과적으로 정부여당과 기득권 세력에게 면죄부를 주는 동시에 축소은폐의 길을 열어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안산에서도 세월호 가족들과 국민의 염원을 짓밟은 여야 원내대표의 특별법 합의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와 세월호 문제해결을 위한 안산시민대책위는 이날 오전 안산 화랑유원지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내용은 가족과 안산시민들의 요구를 묵살한 합의에 지나지 않았다”며 “그동안의 모든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으며 피해자 가족과 안산 시민들은 분노를 감출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진상규명에 반드시 필요한 수사권과 기소권의 내용은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않고 특검 추천과 조사위원회마저도 피해자 가족들의 권한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 특별법을 여야 원내대표들이 합의하고 말았다”며 “대통령이 임명하는 상설특검법에 따라 특검을 하겠다는 합의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고, 가족이 아무런 의견도 낼 수 없는 특검후보추천위가 낸 후보 두 명 중 대통령이 한 명을 임명한다는 것은 그간의 정황만으로도 전혀 신뢰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 세월호 참사 100일 집회에서 김장훈 씨와 고 이보미 양이 함께 부르는 '거위의 꿈' 영상이 시작되자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는 모습. 이치열 기자 truth710@ | ||
특히 이들은 새정치민주연합의 무기력하고 무책임한 태도에 대해 “새정치연합 또한 수사권과 기소권 요구를 반영하려 최선을 다해 노력한 적이 없다”며 “특검 추천 등 소극적인 요구사항으로 합의를 시도하다 그조차도 이루지 못하고 새누리당의 의견에 고스란히 따라가기 급급한 무기력한 모습만 보여줬다”고 질타했다.
이들은 이어 “세월호특별법에 대한 여야합의는 다음 주 교황 방한을 앞둔 정치적 야합에 지나지 않는 것인지 강하게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며 “여야 원내대표끼리만의 합의일 뿐이며 어떤 피해자 가족과 국민들도 원하지 않고 진상규명에서 한참 멀어져버린 모든 합의 내용을 우리는 전면 폐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통합진보당과 정의당도 새누리당-새정치민주연합의 합의안을 폐기하라며 직접 행동에 나설 예정이다.
정의당 의원단은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어떤 공론화 과정조차 없이 처음부터 양당 간의 밀실협의로 시작되고 끝난 이번 합의는 야합으로서 폐기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여야 합의안 내용에 대해 "정부와 청와대를 제대로 조사할 수 있으려면, 특별 검사는 추천 과정부터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워져야하는 것은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그러나 이번에 합의된 상설특검은 이러한 세월호 특별법 취지와 완전히 상반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은 오는 13일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만약에 합의안을 그대로 통과시키려고 한다면 모든 걸 걸고 저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통합진보당도 7일 기자회견을 통해 여야 합의를 비판하고 국회 농성에 돌입했다.
세월호 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상규 의원은 "지난 7.30 재보궐 선거에서 집권 여당 새누리당이 승리했다고 해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참패했다고 해서 이렇게 무참히 가족들과 국민들의 요구를 저버린다면 거대 양당은 더욱더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당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조계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이재화 변호사는 이번 합의안에 대해 "수사권과 기소권 없는 진상조사위 구성 합의는 손발 묶어놓고 진상조사 하라는 것, 이 합의안은 앙꼬없는 찐빵"이라고 꼬집었다. 법조계 인사 1000여명은 세월호 유족의 특별법에 대해 "형사법 체계를 흔들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고 통과법 통과를 촉구했다.
여야 세월호 특별법 반대 여론은 13일 국회 본회의 처리 결과가 나오고 15일 세월호 특별법 촉구 10만 범국민대회에서 폭발할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는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정치적 이익에 눈이 멀어 국민들의 안전을 내팽개친 정부와 국회를 우리의 힘으로 바꿔나갈 것"이라며 "9일 우리의 외침을 모으는 문화제와 15일 전국 시민들이 세월호 가족들을 응원하는 10만 범국민대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