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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542176
    작성자 : 홍화
    추천 : 13
    조회수 : 1911
    IP : 218.238.***.69
    댓글 : 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10/09 10:35:12
    원글작성시간 : 2012/10/06 03:15:46
    http://todayhumor.com/?humorbest_542176 모바일
    [자작] 그녀2

    후욱하고 올라오는 찌든내와 담배냄새에 그녀는 얼굴을 찡그린다.

    그리곤 포기한듯 고개를 떨군다.

     

     

     

    잠깐의 정적이 흐른다.

     

     

     

    "이렇게 하면 다들 속아넘어가던데,웃기죠?형사님?"

     

     

     

    고개를 들어올린 그녀는 씨익 웃어보인다.

     

    역시나 예상했듯이 그녀는 아름다웠다.

     

    왼쪽에 난 작은 덧니가 입술사이로 보인다.

     

     

     

    "당신을 4명의 살인용의자로 체포합니다,정.한.나.씨."

     

     

    "형사님,뭔가 잘못 아셨는데요."

     

     

     

    손목에 수갑때문에 적당한 제스추어를 보이지 못하자 어깨를 들썩이는 그녀,아니,한나.

     

     

     

    "잠정적 살인자,아니면 기껏해야 잠정적 강간범들인데  이게 죄가 되나요?"

     

     

    "살인을 한건 당신입니다,정한나씨.

     여긴 당신이 살인 장소로 쓴 창고고- 저기 보이는 김덕수씨 시체도 있구요."

     

     

    "형사님,들어보세요."

     

     

     

    질린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것으로 수락의 의미를 표하는 남자다.

     

    그는 담뱃갑에서 담배를 꺼내든다.

     

    어서 얘기해봐,어차피 넌 끝이야,라는듯 여유롭게.

     

     

     

    "제가 두달동안 매일 같은 길로만 다녔어요,형사님.

     

    현실이 궁금했거든요,정말.

     

    기사에서 보는 것처럼 우리 세상은 범죄자들 뿐일까.

     

    그래서 우리 한영이도 죽었나 싶어서요."

     

     

     

    아뿔싸,아까 동수가 말하려는게 이거였나,속으로 생각하는 남자였다.

     

    이미 맡고 있었던 사건 피해자의 동네 근처 야산에서 시체가 발견됐다기에

     

    자청해서 급히 온 자신을 탓하는 남자다.

     

    시체가 발견된 야산 바로 뒷동네에 위치한 폐공장에서

     

    그는 그녀와 4번째 피해자인 김덕수를 발견했다.

     

    워낙 외지인 곳이라 지원은 20분은 족히 있어야 도착한다.

     

    시간은 많다.

     

     

     

     

     

    "어쩌면 한영이를 죽인 살인범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했었죠.

     

    물어보고 싶었어요,왜 죽였냐고.

     

    하지만 방법이 없었어요,그래서 한영이가 죽었을 때처럼 두시부터 네시까진 쭉 걸어다녔어요,동네를.

    물론 전기충격기도 챙겼죠,혼자 싸우는것보단 기절시키는게 빠르니까.

     

    딱 첫날에,어떤 50대 아저씨가 따라오더니 골목길로 몰아넣더라구요.

     

    아 이놈이구나 싶어서 달려들었어요.

     

    여기에 데려왔죠.그리곤 사진을 보여줬죠,알아보겠냐고.

    모르겠다는 거에요.거짓말인줄 알았어요.

     

    그래서 대답할때까지 찔렀는데 죽을때까지 모른다더라구요.

     

    아,다른 사람인가보다 했죠.

     

    그뒤로 3명도 다 똑같았어요.팔팔한 20대 남자애도 있더라구요,어이가 없어서.

     

    두달동안 우리 동네 안에서만 강간범이 4명이나 있었다는게 더 놀랍지 않으세요?

     

    어느 놈이던 똑같더군요,

     

    인터넷에서 찾아본 글이 유용했어요.

     

    머리를 잡아서 도망치지 못가게 하도록 좋은 긴 생머리에...

     

    일부러 터벅터벅 느릿느릿 걸었어요.의욕없고 약한 여자처럼.

     

    아,거기서 본건데 강간범들은 대부분이 흉기를 안가지고 다닌다네요?

     

    흉기가 있으면 살인미수가 되니까.

    그렇다고 살인까진 하기 싫은가보더라구요.

     

    한영이는 운도 안좋게 살인까지 하는 놈을 만났구요.

     

    잡히기전에 그 놈을 찾아 물어보는게 목표였는데...

    아,아니다.죽이는것 까지가 목표였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수다라도 떠는듯이 조잘거리는 한나.

     

    그녀는 뭐가 그렇게 신이 났는지 내내 생글생긋 웃고 있다.

     

    그녀를 바라보던 남자는 손을 들어올며 관자놀이를 누른다.

     

     

     

    "정한나씨,그렇다고 사람을 죽이는 방법이 해결책입니까?"

     

     

    한나는 입을 꾹 다물고는 그를 바라본다.

     

     

     

    "살인을 하면 그 사람들과 똑같아지는 겁니다."

     

     

     

    "형사님,사람이라고 다 같은 사람인줄 아세요?

     

     사람이 사람다워야 사람인거에요.

     

     그리고 한영이 죽고 얼마 안되서 한번은 지하철을 탔는데

     지하철에 어떤 여자가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어요.

     

    그랬더니 어떤 커플이 쑥덕거리다가 뭐라는지 아세요?

     

    저러다가 강간당하는거라고.

     

    더 웃긴건 뭔지 아세요?

     

    우리 한영이 죽은날 한영이는 알바끝나고 오는 길이었어요.

    청바지에,운동화차림이었어요.

     

    늦게 다닌거?야간 알바가 펑크나서 대신 해주고 오는 바람에 늦었어요.

     

    우연히 늦어서 우연히 강간범만나 우연히 죽은 한영이는 뭐가 되죠?

     

    당신네들이 강간범을 다 잡아다주는것도 아니고

     

    강간범이란 말이 생긴 순간엔.

     

    그 누군가가 강간을 당했다는 말이죠.

     

    그 사람이 댓가를 치룬다고 해서 그 상처가 없어지는것도 없었던 일이 되는것도 아니라구요."

     

     

     

     

    "그래도 죗값은 치루셔야 합니다.정한나씨."

     

     

     

     

    "이 나라엔 정의가 없어진지 오래에요.

     

    강간범들은 술을 먹었네,우발적이었네라며 심신미약을 탓하죠.

     

    변호사들은 그런 그들을 변호해주구요.

     

    강간을 당한 사람은 죽거나 살아도 산게 아닌 인생이 되죠.

     

    누구를 위해 법이 존재하죠?

     

    전 어차피 이런곳에선 살 생각도 없었어요.

     

    한영이 죽인 그 새끼만 찾으면 어차피 한영이 만날 생각이었으니까."

     

     

     

     

    더이상 할말이 없는지 남자는 긴 한숨을 내뱉는다.

     

    한나 역시 말없이 고개를 돌린채 벽을 본다.

     

    남자는 한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천장을 바라본다.

     

    고개를 좌주로 위아래로 자꾸 돌려대는 남자의 모습에

     

    그녀 역시 남자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움직인다.

     

     

     

     

    "10분 남았네요.정한나씨."

     

     

    "제 얘기 들어줘서 고마웠어요,형사님."

     

     

    "한나씨,근데 왜 시체뿐인거죠?아무것도 없네요."

     

     

    "아,이사해뒀거든요. 서울에서 여긴 너무 멀더라구요."

     

     

    아무렇지도 않게 형사에게 모든 사실을 알려주는 그녀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 싱긋이 웃어보인다.

     

     

    "그렇습니까..."

     

     

    손목에 찬 가죽시게를 들여다보던 그는 그녀에게 성큼성큼 다가간다.

     

    이번엔 그녀도 놀랐는지 움찔하는 모습이 멀리서도 보일 듯 하다.

     

     

    "한나씨-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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