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이 전쟁광이라고는 하지 않겠습니다.”
푸딩헤드는 선언했고 스마트 쿠키는 이해했다. 그녀는 분명 전쟁광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뭘 말하고 싶었는지는 스마트 쿠키의 큰 관심사는 아니었다.
“푸딩헤드, 우리가 왜 체인질링들을 침략해야 합니까.”
여지껏 몇 번이나 물어온 질문이었고 그때까지 계속하여 푸딩헤드는 실없는 농담으로 넘겨왔다. 푸딩헤드의 성격으로 보자면 그 실없는 농담에서 의미를 찾아낼 수도 있었겠지만 스마트 쿠키는 그럴 생각은 없었다.
대체로 그 숨겨진 의미도 농담의 농담일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녀가 죽음으로 가득 찬 전장에서 푸딩헤드에 의해 구원받았을 때부터, 그녀는 줄곧 푸딩헤드만을 모셔왔고 푸딩헤드를 위해 살아왔다. 자신이 지옥에서 구원받았을 때부터 그건 진정 사실이었으며 자신이 그녀를 사랑한다는 사실 또한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그 사실은 푸딩헤드도 알고 있으리라.
푸딩헤드는 입을 열었다.
“설마 한 나라가 타국을 침략하는데 이유를 요하는 건 아니겠지요, 스마트 쿠키.”
“아니요, 맞습니다. 왜 우리가 타국을 침략해야 합니까.”
그 말을 들은 푸딩헤드는 미심쩍은 얼굴로 스마트 쿠키를 바라봤다.
“지금 절 유혹하시는 겁니까?”
“무,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씀을 하십니까!”
“보통 그런 얼빠진 소리는 여성이 남성을 홀릴 때 얼빠져 보이는 척을 하기 위해 하는 것 아닙니까.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그런 거 별로 안좋아하니 굳이 멍청해 보이실 필요는...”
“그런 거 아니니 걱정 마십시오!”
스마트 쿠키는 빽 소리쳤고 푸딩헤드는 별 상관없다는 듯 깃펜으로 귀를 훑었다.
“앗,”
“뭐, 뭡니까?”
“깃펜인걸 까먹고 있었습니다. 엄청 간지럽군요.”
웃기라도 하면 농담인줄 알고 같이 웃기라도 하겠건만 푸딩헤드는 웃지도 않고 중얼거렸고, 스마트 쿠키는 똥씹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관두십시오, 제기랄. 그나저나 이게 저한테 넘어왔다는 소리는 플래티넘 공주와 허리케인 사령.... 부마도위가 이 정신나간 안을 승인했다는 소립니까?”
스마트 쿠키는 임명장을 잡아 흔들었고 푸딩헤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정적인 동의를 하셨지요.”
스마트 쿠키는 관습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순간 자신의 목뼈가 부러지는 것 같은 충격을 느꼈다.
“다, 다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제대로 들으셨잖습니까.”
“서, 설마... 인장을 훔쳐서 날인하신 겁니까?”
“아니요, 어디까지나 제 권한으로 발의한 안이며 제가 동의했습니다. 법무대신, 잘 알고 계시잖습니까.”
법무대신 스마트 쿠키는 아직 그 직책이 익숙하지 않았고, 또한 지금의 법률이 사실상 푸딩헤드의 머리에서 나왔다는 사실또한 잘 알고 있었지만 미친 듯이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법률들을 뒤졌고 대충 걸맞는 구절을 찾아냈다.
“설마 ‘긴급방위로 인한 총리대신의 대리적 군무집행에 관한 법률’?”
스마트 쿠키는 거의 비명을 지르듯 물었다. 그에 푸딩헤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 긍정하신 겁니까?”
“아뇨, 우리 나중에 그 이름 바꾸자는 뜻이었습니다. 꽤 길군요. 나중에 법학도들이 우리를 죽이려 들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푸딩헤드의 말은 너무나도 의외였기에 스마트 쿠키는 그 말의 의미를 삼키느라 어느 정도의 시간을 허비했고, 그녀가 그 말을 이해하고 푸딩헤드에게 불만을 표출할 수 있었을 땐 이미 그 말의 유효시간이 넘어가버리고야 말았다.
농담을 이해 못해 제때 웃지 못한 자의 비애감을 절감하며 스마트 쿠키는 꿍얼거렸다.
“그렇게 마음대로 법해석을 하셔도 되는 겁니까. 긴급방위라는게 이렇게 쉽게 쓸 단어는 아니었을 텐데요.”
“나라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가장 위험한 게 뭔지 압니까?”
“뭔데요.”
스마트 쿠키는 눈을 치켜떴고 푸딩헤드는 그 눈을 마주 바라봤다.
“우리들의 절친한 친우들이 우리들이 선 이 땅이 어떤 땅인지 깨닫게 되는 겁니다. 우리가 그 지각의 때를 방관했을 때 나라는 망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 땅이 무슨 땅인데요?”
푸딩헤드는 잠시 숨을 멈췄다.
“그냥 땅입니다.”
잠시 동안 서로 간에는 말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사이가 공허했다는 말은 아니었다. 도리어 스마트 쿠키의 시선과 푸딩헤드의 시선의 교차로 그 사이는 차라리 만연이었다. 그 무언의 끝 무렵, 스마트 쿠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하실 말씀 없으면 나가보겠습니다.”
“아니요, 스마트 쿠키.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그러며 푸딩헤드는 스마트 쿠키에게 종이를 건냈다. 누리끼리한 견지였다. 그 위엔 푸딩헤드 특유의 마른 필체로 무엇인가가 적혀있었다.
“뭡니까?”
“선전포고문입니다.”
스마트 쿠키는 문을 닫았다. 푸딩헤드가 들어 앉아 있는 곳의 문은 그녀를 대할 때마다 느끼는 감정마냥 무거웠고, 뻑뻑했다. 경첩을 새로 바꾼 것일까. 알게 뭐람. 스마트 쿠키는 종이를 펼쳤다.
잠시 그 문서들을 읽고는, 그것들을 구겨 집어 던지고 싶은 마음을 애써 견뎌야만 했다.
“망할......, 푸딩헤드.”
바로 뒤가 푸딩헤드의 사무실이었기에 큰소리로 말할 순 없었지만 스마트 쿠키는 마음 같아선 그 종이를 푸딩헤드의 면전에 집어 던지고만 싶었다. 아마도 이것을 받을 자도 비슷한 기분이리라.
스마트 쿠키는 선전포고문과, 명령서, 그리고 직무 대행 확인서를 들고 총사령관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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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입니다.
그러기를 바라는 일요일입니다.
할 일을 미뤄두면 언젠가 그 단죄를 받게됨을 알고는 있지만
안타깝게도 일 미루는 습관을 버리지는 못했군요.
고로 전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좋은 휴일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