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sw개발자'라는 직업으로 어언 15년여 일해온 사람으로서 금번 박근혜정권의 sw정규교과목 신설이란 정책을 보고 문제점을 느껴 한말씀 올립니다.
제가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야 말로 이 직업은 소위 어깨에 힘 좀 줄 수 있는 직업이었죠.. 불과 3~4년만에 닷컴버블 꺼지고 인력이 남아돌기 시작했어요.. 근데 정부에선 여전이 sw인력부족설을 얘기 하더란 말입니다. 당시엔 그 이유를 몰랐어요.. 세월이 지나보니 그 이유를 알겠어요..
IT선진국에선 제 경력 되는 개발자들이 억대연봉을 받더군요.. 그러나 한국에선 정부지원무료과정 6개월짜리 들으면 누구나 개발자가 되요.. 그래서 기업은 sw인력 쓰기가 쉬워졌어요..
그러다 보니 정규직으로 쓰지도 않아요.. IT부서를 아웃소싱해서 자회사로 만들면 연봉을 낮게 정해도 되고 을 지위라 맘데로 부려먹을 수 있어요.. 게다가 그 인력의 50%를 프리랜서라고 하는 비정규직으로 써요..
문제는 나이 먹으면 몸값 높고 부려먹기 힘들다고 안써서 제 연차 되면 심각하게 치킨집 창업 고민해요.. 신입애들도 불쌍해요.. 솔직히 학원6개월 배우고 온 신삥 누가 써요.. 3년차로 경력 조작해서 '할수있다'는 자신감으로 최면 걸어서 공사판 같은 si업계 투입시켜요.. 지가 맨땅에 헤딩 하면서 철야를 하든 뭘 하든 살아남으면 계속 이바닥에서 일해요.. 여기서 낙오되면 다른 진로 찾는 구조예요..
그러고 나서 허구헌날 야근하며 성공이란 단꿈을 품고 독기로 버티다가 더이상 자기 위의 선배들이 없어지면 그제서야 깨달아요.. 개발자 만랩기술은 바로 치킨튀김신공이란걸..
이 프레임은 누가 짰을까요? 전경련과 재벌 등의 수꼴세력이죠.. 박근혜의 sw교과신설도 이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않아요..
대한민국에 은근 개발자 많아요.. 마땅한 대우 해주면 다시 올사람 많아요.. 박봉에 비정규직에 강압적인 무급야근과 하도급일용직 같은 처우에 시달리다 나이 먹어서 장가도 못가고 이바닥에 환멸 느끼고 떠난 사람 많아요..
근데 당장 이런걸 개선하진 않고 sw인력만 더 양성하겠다? 일단 나랑 결혼해 주면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말과 같죠.. 문제는 한 번 속지 두번 속냐는거..
sw인력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가 않아요.. 요즘 기술이 좋아서 6개월 정도 툴사용 익히면 sw센스 있는 애들은 앱 뚝딱 만들어요.. 게임엔진도 좋아져서 게임도 뚝닥 만들어요.. 문제는 안드로이드나 ios, 엔진/플랫폼 같은 코어기술이죠.. 이 쪽은 소수정예가 필요한거지.. 사실 인해전술로 되는게 아녜요..
그런 쪽을 키우려면 먼저 정부주도하에 대기업들이 투자를 해서 세계 100대 안에 드는 sw기업들 육성하고 억대연봉 받는 스타급 개발자들도 양성을 해야 되요..
제 나름의 교육철학은 그래요.. 응용학문은 관심 있는 사람이 여분의 시간에 배우는 것이고 정규과정에선 기초학문을 배우면 된다고 봐요..
우리나라는 아이들을 지나치개 학교에 묶어두는데 차라리 여유시간을 좀 줘서 sw원하는 학생은 sw.. 로못이나 정비.. 기계나 건축.. 자기가 원하는 응용학문은 여분에 배우게 해야 된다고 봐요..
그리고 명박이때부터 국사를 선택과목으로 넣었다던데.. 자기 조상이나 뿌리가 없는 정체성 없는 아이들이 나중에 일본애들과 독도의 정통성 싸움 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식민지 근대화론이나 가르치고 말야..
제가 약 10년 전에 회사에서 추억의 물방개 게임을 플래쉬로 만들라는 오다를 받았어요.. 저는 그때서야 왜 제가 학교다닐때 삼각함수를 배웠는지깨달았어요.. 부랴부랴 다시 삼각함수 공부해 가면서 만들었어요..
글고 이바닥에서 잔뼈가 굵었을 때 치킨집 안차리고 억대연봉 받으려면 영어나 일어 필요해요.. 외국으로 떠야 되니까... 결론은 역설적이게도 sw 잘하려면 오히려 수학이나 영어가 더 절실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