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돈은 아니지만 모아둔 돈을 날리게 생겼습니다.
앞으로 태어날 아기를 생각하면서, 내집 마련 꿈을 꾸면서 한푼 두푼 모은 돈이었습니다.
보증서준것 때문입니다...
보증을 선 니가 바보같은 놈이다...
그사람한테 받으면 되지 않겠느냐.. 고 생각하시겠지만... 채무자가 제 아버님입니다.
젊은시절에는 대기업에서 남부럽지 않을만큼 살았습니다.
나이가 들어 젊은 사람들에게 밀리고, 위에서 치이고.... 결국 명퇴를 하셨습니다.
없는돈에 공장 설비하는 사업하시면서 열심히 사셨습니다...
재수를 해서 좀더 좋은 대학에 가고싶었고, 유학도 가고, 대학원도 가고싶었습니다...
집안사정 뻔히 아는데, 차마 그럴수 없어 동생이 대학들어가는해에 휴학하고 군대를 갔습니다.
최대한 오래있다 오려고 공군을 지원했습니다...
아버님께서는 혼자하는 사업이라 어디 돈 빌릴데도 없고.. 집 팔고 전세로 옮기며 돈 마련하시고...
자재며 인부들 임금을 카드로 해결하셨습니다.
업체에서 치른 대금은 어음으로 받고... 어음 할인 받아가며 급전 쓰시기도 하고..
제가 제대할때쯤 대금으로 받았던 어음이 부도가 났습니다..
카드로 이리저리 돌려막으시면서 어렵사리 살아오시다가..
카드사 부실 어쩌고 하면서 카드 한도를 대폭 줄여버렸습니다...
카드값을 몇년짜리 분납으로 갚기위해서는 보증인이 필요하대서...
비록학생신분이었지만 학원 강사 알바를 하는중이라... 보증을 서 드렸습니다...
그렇게 선 보증이 3건... 3000만원 가량 됩니다...
복학하고 나서는 과외나 학원강사 하면서, 생활비 벌고, 학비는 대출 받아서 내느라 제가 갖고 있는 빚도 1000만원 가량입니다.
공대 기피현상이다 뭐다 주위가 한참 힘들때 공대 학사졸업을 하고 취업을 했습니다.
처음 두달월급 고스란히 아버님 빚 갚으시라고 보내드렸습니다..
한동안 잘 다니던 회사가 11월에 부도가 났습니다.
그전에 여름쯤 됐을때 회사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서 사귀던 여자친구에게 올해 결혼 못하면 아마 4~5년은 결혼하기 힘들거라고 했습니다...
집안사정, 제사정 뻔히 잘 알면서... 순순히 따라줬습니다... 정말 고마운 사람입니다.
결혼식 최대한 줄이고 줄여서... 집에다 손 하나도 안벌리고... 축의금만 가지고 결혼식을 치렀습니다...
신혼여행은... 동해, 남해, 서해 구경하면서, 안동에 처가집 할머니댁에 인사드리러 갔다 오는걸로 끝냈습니다... 주위사람들에겐 사스핑계대고 해외여행 안간다고 했습니다...
저는 제주도라도 가자고 했지만, 집사람은 제주도 음식은 맛이 없다며 전국일주나 하자고 우겼습니다...제가 왜 그속을 모르겠습니까...
집사람이 모아둔 돈, 장모님이 보태주신돈 과 대출받은돈으로 빚만 잔뜩 안은채로 신혼살림을 시작했습니다.
다니던 회사가 12월에 파산하고, 회사를 옮겨 전혀 새로운일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희망을 갖고 열심히 살아보려 하지만,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뒤늦게 공부를 시작해 대학을 다니고 있는 동생은 기숙사비가 없어 저희집에 들어와 살기로 했습니다.
학자금 대출도 더이상 받을수가 없답니다...
올해는 어떻게 학교를 다닐지 모르겠습니다...
집사람이 배가 점점 불러옵니다. 3월에는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집에 있어야 합니다.
5월에는 아기도 태어나고, 장모님한테 빌린 돈도 갚아드려야 하기에, 돈을 조금씩 모아뒀습니다...
얼마전에 새로 옮긴 직장에서 월급을 받았습니다. 이리저리 쪼개 쓰고 나면... 여전히 마이너스 입니다...
이제 집에서 돈버는 사람은 저밖에 없습니다...
모아둔 재산은... 마이너스 뿐입니다...
아버님은 나름대로 일을 하시려고는 하는데... 나이가 있으시니... 힘들어 하십니다..
어머니도 당뇨가 와서 힘들어하고 계십니다...
국민은행에서 이상한 서류가 왔습니다. 아버님 보증선게 연체가 되어 제 예금들을 압류하겠답니다...
원금이 60만원이 안돼는데 이자가 30만원이 넘습니다... 90만원 좀 넘더군요...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서, 금액이 이렇게 될때까지 왜 말을 안해줬냐고 물었더니..
연체되고 있는 사실은 계속 통보해 드렸지 않느냐고, 왜 연체금액을 안물어 봤냐고 큰소리칩니다...
자기는 상위부서에 보고서 올린거니 더이상 책임을 묻지 말랍니다...
아버님은 제게 미안하다... 너볼 낯이 없다... 어떻게 될꺼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동생은 철없이... 부모님 원망하고... 나보고 왜이리 태평이냐고 따집니다...
집사람은 말없이.. 울고만 있습니다... 나중에 아기 낳고도 이렇게되면.. 어떡하냐고...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이런상황에서도 묵묵히 있어주는 집사람에게 너무 미안합니다...
자기 힘든 모습을 나한테 보여서 그게 더 미안하답니다...
효가 으뜸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만...
저도 제 가족이 생기고... 가장이 되고나니... 가족과 부모님을 저울질하고 있는 제모습이 한심하게도 느껴집니다...
누구는 29만원 밖에 없다고 하고 몇백억씩 갖고 놉니다...
전 마이너스가 아닌 29만원이라도 제돈이 들어있는 통장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국회의원들은 서로 옳다고 맨날 싸우고 있습니다...
전 이게 맞는거다... 라는 확신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제 자식에게만은 떳떳한 아버지가 되고싶지만.. 그것도 힘들것만 같습니다....
제속은 시커멓게 타버렸습니다... 아직 서른도 안됐는데.. 세상이 너무 힘들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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