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또한 귀향을 보기 이전에, 여러모로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 제가 암울한 내용의 영화를 보면 더욱 가라앉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갖고 있었어요. 조금이라도 웃을 수 있는 경험으로 힘을 내야만 하는 상황에서 '귀향'을 봐도 괜찮을까.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그런 가운데 얼떨 결에 어제 아버지와 '귀향'을 보게 되었고, 영화를 보며 많은 눈물들을 쏟아 냈어요. 그리고 오늘도 그 후유증으로 가라앉아 있어요. 하지만 제가 내린 결론 '보길 잘 했다'는 것이었어요.
▲ 고 신영복 선생님의 서화 중에 '함께 맞는 비'라는 말이 있어요. 이걸 읽고서 많은 생각을 했고, 지금도 마음속에 간직되어 있는 말인데요.
'도운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입니다' 라는 말이에요.
귀향을 보고 나면 순간에 큰 슬픔을 느끼고, 며칠 동안 여운이 안 가실 거예요. 제가 오유를 보다가 어떤 분은 자신은 귀향을 보면 멘탈이 감당 안 될 것 같아 표만 사겠다는 댓글을 봤어요. 물론 표를 산다는 자체만으로 사회적으로 이슈화되는 것에 도움이 되고 많은 영향력을 끼치는 일 중에 하나겠지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우산을 들어주는 게 아니라 함께 비를 맞아야 한다는 거예요. 슬픔은 나눠야 해요. 그분들이 느꼈을 고통과 슬픔, 한을 함께 느끼는 것이 그분들에게 가장 큰 위로가 아닐까 생각해요. 위로란 것도 그렇잖아요. '힘 내'라는 말이 더 이상 힘이 되지 않는 때가 있잖아요. 누군가 당장 내게 달려와서 온전히 나의 입장이 되어 함께 슬퍼해줄 때, 가장 큰 위로가 되잖아요.
우리에게는 며칠 동안 지속되는 슬픔의 시간일 수 있지만 그것은 위안부 할머니분들이 느꼈을 고통에 비하면 너무 작은 것이라 생각해요. 그러한 우리의 행동이 그 분들에게 큰 힘이 된다면, 그럼 좀 더 용기를 낼 수 있지 않을까요?
기분이 다운되더라도 자신이 그분들을 이해하려는 시간을 가졌다는 것, 그리고 (위안부 할머니분들이 겪을 고통에 비하면 아주 작은 것이겠지만) 그 분들의 고통을 분담하여 함께 슬퍼했다는 사실이 본인의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드는 일이 될 거예요.
영화 귀향에 대한 저의 생각을 적는다는 게 굉장히 조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네요.
하지만 제가 영화를 보기 이전에 느꼈던 두려움을 가진 분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었어요. 함께 해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