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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살 대학생입니다. 엄마랑 아빠는 일 때문에 2시간 거리 타지역에 계시고 저 혼자 서울에서 살고 있어요.
어제 밤에 집에 있는데 엄마가 올라오셨더라구요. 엄마는 평소엔 잘 안 오시는데 아빠랑 싸우시고
기분이 좋지 않을 때면 올라오세요. 저는 그러면 아빠가 혼자 남으시니까 불쌍해서
왠만하면 엄마를 티 안나게 돌려보내려고 해요. 저번에도 한번 그래서 제가 아빠 좋은 점 얘기하고
엄마 잘 달래서 가셨었거든요. 근데 이번엔 단단히 화가 나셨나봐요. 오자마자 딴 얘기 없이
헤어질 거라고 하시더라구요. 딸로서 이런 얘기 들으면 당연 속상하지만 이러신 적이 몇 번 있다보니
처음 들었을 때처럼 크게 걱정되지는 않더라구요. 아빠 얘기하면서 속 좀 풀으시라고 좀 들어드렸어요.
아빠가 원래 화를 좀 잘 내세요. 두 분이서 일을 같이 하시는데 아빤 원래 화 잘 내는 성격에
보수적이기까지 하셔서 여자는 조신해야되고 남자 일에 간섭해선 안 되고 이런 마인드까지 있으셔서
엄마가 엄청 피곤해하세요. 저희 엄마는 아빠가 생각하는 여성상은 아니거든요.
거기다 엄마아빠 하시는 일이 몸을 많이 쓰는 일이에요. 몸이 힘들어서 각자 스트레스를 이미 받은 상태에서
아빤 엄마가 조그만 실수를 해도 그 스트레스때문에 배 이상으로 화내시고
엄마는 안그래도 힘든 데다 아빠까지 뭐라고 하시니까 더 지치고.. 그래서 가끔 이렇게 쌓인 고름이 터지곤 합니다.
저는 아빠가 일에서 스트레스 받으신 걸 가족에게 푸시는 거니까 안타까운 마음도 들지만
그걸 가족한테 '화'를 내는 방식으로 푸시는 아빠의 잘못이 크다고 생각해요.
어젯 밤에 아빠에게 뭐라고 단단히 한 소리 좀 해야겠다 생각했어요. 화내시기 전에 제발 한번만 가라앉히고 말씀하시라고.
그리고 엄마한테도 아빠한테 말할 때 요령 있게 말했으면 좋겠다 생각이 들어서 오늘 일어나서
엄마한테 "아빠가 화낼 때 엄마도 좀 잘못이 있긴 하잖아... 그 잘못을 먼저 인정하고, 그래도 자기가 그렇게까지
화낼 일은 아닌 거 같다고 말 해야지 아빠도 수그러든다"고 얘기하는데 엄마가 자기가 무슨 잘못이 있냐면서 짜증을 내는 거에요.
내가 보기엔 엄마도 좀 고집이 쎄지셔서 예전같지 않게 당연한 본인 실수도 인정 안 할 때가 있었거든요.
그러고 엄마가 아빠 얘기 하기 싫다면서 방으로 들어가버리는데 저도 열받더라고요. 제가 아빠 편 든 것도 아니고
엄마아빠랑 두 분 다 덜 속상하실 수 있게 고민해서 말씀드리는 거였는데 엄마한테 잘못도 조금 있다니까 그냥
불쾌해서 대화하기를 그만두시는 거 같아서요. 이 생각도 말씀 드렸는데요. 엄마가 감성적인 분이셔서 그런지
일단 '딸이 내 편이 아니구나' 생각해버리면 뒤에 설명은 잘 안 들으세요.. 그렇게 조용히 있으시더니 친구네 집으로 가버리셨네요.
정말 속상했어요.. 엄마가 힘들어서 온 거니까 무조건 엄마 편 들었어야했나싶어 후회도 됐구요..
그리구 아까 아빠한테 전화해봤는데 전화가 꺼져 있어요 .... 사업상 전화 받는 게 중요해서 전화는 절대로 늘 켜져있게 하시는 분인데.
휴가나와 있는 남동생이 집에 가보는 중인데요. 걱정됩니다.
어렵네요.. 엄마는 힘들 때면 서울에도 올라오시고, 친구도 만나시는데
우리아빠는 일 때문에 일탈은 커녕 만날 친구도 없구요... 맘을 잘 털어놓는 분이 아니시거든요.
근데 문제 원인제공은 대부분 아빠기도 해서 ... 일단은 혼자 계셔서 아빠도 힘든 상태니까 나중에 만나서 대화하려고 했었는데
어제 밤에 아니면 오늘 낮에라도 전화 한 통 해볼 걸 그랬어요. 이런 일이 가끔 있기는 하지만
좋아지기보다 서로 더 힘들어지고 계시는 거 같아 슬픕니다. 둘이 일이라도 같이 안 하면 충돌이 덜 할테니까
제가 빨리 돈을 벌어야 좀 해결될 것도 같습니다. 그래도 아빠는 화를 조금 덜 내고 엄마를 배려해주고
엄마도 덜 고집부렸으면 좋겠는데 딸이 두 분을 어떻게 바꾸기는 힘든 건지요. 그래도 저를 믿고 사랑해주시는 분들이니까
저도 포기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한번씩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둘이 좋을 때도 있는데 그런 날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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