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07년 1월에 전역한 예비역입니다.
군생활은 동두천에 위치한 28사단 사령부 통신대대에서 했었구요.
월급날이 코앞이라 돈이 음스므로 음슴체로 쓰겠습니다.
때는 05년 6월이었음.
본인은 05년 1월 군번이었는데, 논산에서 훈련받고 자운대 통신학교에서 5준가 6준가
후반기 교육을 받고 28사단 사령부내에 있는 통시대대 운용중대로 자대 배치를 받음.
이등병이라 한참 군기가 바짝 들어있던 본인은 아침에 기상과 동시에 최대한 빠른 속도로
내무실의 불을 켜고 커튼을 열고 티비를 켜서 MTV로 채널을 돌려야 했기 때문에.. 또 거기다
원래 잠귀가 밝은 편이라 자그마한 소리에도 잠을 깨곤 했었음
공감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긴장을 한참 하고 있을 이등병 당시에는 아침 기상나팔소리가 녹음된
음악파일인지 테이프인지를 틀기위해 지통실에서 마이키를 켜는 소리에도 잠을 깼었음
무슨말인고 하니... 아침에 기상나팔을 틀기 위해선 지통실에서 방송장비에 전원을 켜고 각 내무실
스피커를 켜야 하는데..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꺼진 스피커를 켜면 '툭' 소리가 남.
절대 큰 소리가 아니지만 이등병때는 그 소리만 듣고도 잠을 깨곤 했음..
오래된 일이라 정확한 기억은 안나는데.. 아마 그때가 일요일이었던걸로 기억함.
여느때처럼 긴장된 상태에서 잠을 자고 있는데 내무실 스피커에 전원이 들어오는 '툭' 소리가 남
그 소리를 듣고 눈을 빡 뜸
아.. 벌써 아침인가.. 그래 그래도 일요일이니.. 눈치봐서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자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기상나팔소리가 들리지 않는거임.
그러다니 갑자기 "라운드 하우스" 라는 당직사령일걸로 판단되는 사람의 소리가 짧게 들림.
일반적으로 훈련시에는 언제 라운드 하우스가 걸릴것이라는것을 미리 알려주기 때문에
그 "라운드 하우스" 라는 소리를 듣고..
아.. 이 뭐 아침에 기상나팔 소리를 틀어야 하는데 실수로 훈련용으로 녹음된 음성을 잠깐 틀었다가
다시 껐구나~
했음..
그러고 손목시계를 봤는데..
그때 시간이.. 2시 반인가 3시 반인가 그랬음.
아직 기상하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그럼 그 방송은 뭐지???
하고 있는데..
갑자기 밖에서 당직병이 뛰어다니면서..
- 야 시발 빨리 군장싸!!
하는 거였음.
그 소리를 들은 내무실 고참들이
- 야 시발 비상이다. 군장싸!
라고 했고...
나는 무슨일인지도 모른체 군장을 쌌음.
군장을 후다닥 싸고 있는데 당직병이 돌아다니면서 하는 말이
- 야 지금 시발 530 gp 에서 북한군이랑 교전 일어났단다
라고 했음.
그래서 난 그때..
-아...... 이거 진짜 전쟁났나보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갑자기 머릿속에서 밴드오브브라더스의 장면들이 막 생각남...
암튼 그래서 군장도 다 싸고 총도 빼서 파지하고 있는데, 그 이후를 위한 후속 안내가 없는거임.
아니 뭐 비상이면 최소한 군장 쌌으면 이제 차 타고 뭐 어딜 가고 그럴줄 알았더니..
당징병이 와서 하는 말이
- 일단 현상황 유지하고 있어
그래서 뭐 별 수 있나.. 그냥 군장 싼채로 손에 총 든채로 내무실 침상에 걸터 앉아 있었음.
한 30분 지났나? 다시 당직병이 와서
- 현 상태 유지하면서 쉬고 있어
라는 거임
그래서 뭐 별 수 있나?
시키는대로 해야지..
그래서 그냥 군장은 내려놓고 전투화 신고 총을 들고 있는 채로 침상에 누워서 잠을 잤음.
그러고 나서 아침이 밝았고, 당직병이 상황 해제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라길래 군장 풀면서
티비를 틀었는데 티비를 틀자마자 YTN 뉴스에서
- 28사단 530 gp 에서 총기사고 일어나
라는 자막과 함께 아나운서가 뉴스를 말하고 있었음.
- 와.. 우리도 모르는 사실을... 뉴스 존나 빠르네
하고 있었는데 그 다음 뉴스부터는
- 경기도 최 전방부대에서 총기사고 일어나
로 정정되어 부대명은 숨긴체 뉴스가 나왔었음.
그때 사단사령부 ccc 에서 야간 근무하던 병사들이 돌아와서 하는 소리가.
530gp 에서 누구 하나가 총을 쏘고 수류탄을 까는 사고가 났다고 함
옆 gp 에서는 총소리만 듣고 사단 사령부루 북한군과 교전이 일어난것 같다고
보고를 했다는거임.
그래서 나는 아 그렇구나.. 그런거였구나 했음.
그리고 나서 수일이 지나고 그 사건으로 죽은 장병들 영결식을 하는데, 각 직할대에서 몇명씩
뽑아서 영결식때 관을 나를 사람을 모집하고 있었음.
나는 못해본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지원을 했는데.. 그 때 중사였던 가설 소대장이..
- 거기 가면 유가족들이 흥분해서 매달리고 잘못하면 때리고 그럴지도 모르는데 이등병 못보낸다
그래서 못가는줄 알았는데..
나랑 좀 친분이 있던 부 중대장(중위) 한테 가고 싶다고 졸라서 결국은 가게 됨.
분당 수도병원에서 영결식을 하는데 그 때 대한민국 별이란 별은 다 본것 같음.
합창의장부터 모든 4성 장군 및 군단장들 다 왔었음.
그리고 박근혜 후보도 당시 당 총재로서 왔던가 그랬음.
암튼 각설하고..
그렇게 군생활을 마치고 지금까지도 그냥 김일병이 그런일을 벌였구나 했는데..
최근 우연찮게 본 김일병 사건에 의문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만든 동영상을 보면서
그래.. 그게 김일병이 한게 아닐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듬.
먼저 유가족들이 김일병이 죽인게 아니라고 하는점이 젤 이상함.
당장 내 아들을 죽인놈이 있다면 눈에 불을켜고 그놈을 처벌하든 찢어죽이려고든 할텐데
유가족들이 앞장서서 김일병이 죽인게 아니라고 하는점..
그리고 내가 맨처음 들었던 그 방송...
분명히 라운드 하우스 였고..
그 다음에 당직병이 들어와서 한 소리가
- 530 gp 에서 북한군이랑 교전중이다
라는 말이었기 때문에. 그럴수도 있을라나... 라는 생각이 들었음..
그냥 그렇다는 거임..
다른 의도 없음.
암튼.. 내 군생활중 가장 기억에 남는사건임..
그 이후로 군대가 많이 뒤집혀서 이등병들이 비교적 편해지도록 바꼈던걸로 기억함.
아.. 팔아파.. 고만 쓰고 자야겠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