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철지난 이야기 같은 감이 없잖아 있지만..
이 새벽에 너무나도 일단 답답한 마음에 써 봅니다.
다소 앞뒤가 안맞더라도 이해해주세요..
저는 고등학교 1학년때 키가 160cm에 70kg이 넘었습니다.
네, 남들이 보기에 참으로 답답한 몸매의 소유자였지요.
어려서 그런지 사태의 심각성을 몰랐습니다. 그 때는 공부, 그리고 내가 하려는 전공에 대한
준비가 내 미래를 좌우한다는 생각으로만 가득차 있었던 건지..
소위 몇몇 분이 말하는 '자기관리' 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어느날, 학교 복도를 지나가다가 딴에는 잘 나간다는 (?)
잘생겼다고 소문난 남자아이와 부딪혔습니다. 그러자 그 아이는 경멸의 눈빛으로 저를 쳐다보더니
옷을 툭툭 털며 "아 씨발 더러워..." 이러더군요.. 뒤의 무리들은 킥킥대며 웃었고..
감수성 풍부한(ㅋㅋ) 여고생이었던 저는 그 때부터 대인 기피증이 생겼습니다.
왜 내가 더러워야지? 나 정말 누구보다 착하게 살았는데.. 남들한테 나쁜말 함부로 못하는데..
공부도 열심히 하는데..사람은 성실하고 정직해야 한다는게 내 인생의 좌우명이었는데..
그리고 나 정말 열심히 씻고, 깨끗하게 해서 다니는데...뚱뚱하면 더러운 건가..?
그 때의 충격으로 미친듯이 '자기관리'를 해서.. 26kg 정도를 감량 했습니다.
그 남자아이는 살 빠진 절 보더니 갑자기 도서관에서 친한 척을 하더군요.
기가막히고 코가막힌다 그죠~? 쏘 쿨하게 "아 더러워..." 이러고 나왔습니다.
제 자신이 우쭐해 지더군요.
하지만 전 이렇게 '자기관리'를 해서 더 중요한 것을 많이 놓쳤습니다.
저는 피아노를 전공하고 있는데요...26kg 빼니 저의 트레이드 마크인 '풍부한 소리' 가 사라졌습니다.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만든 음색이었죠.
몇 달을 다이어트에만 매진하니 당연히 성적이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이어트도 하고 스펙도 쌓으면 되지 이렇게 말하시는 분들 계실건데요....
해 보십시오... 쉽지 않습니다....긴말이 필요없다고 봅니다...
가장 회의감이 들었던건.. 내 성적이 아무리좋아도 아무리 열심히 하고 아무리 성실해도
'어 그래 잘했어', '잘했네~' 하고 건성건성인 주위 분위기였는데.....
단지 살을 많이 빼서 몸매가 좋아졌다는 이유로 '와~ 너 존경한다...!! 짱이다..!! 대단하다..!!
와 정말 ...우아..우아...!!' 이런 반응들이 100%였습니다.
주객전도...정말 기분 묘~ 하더군요......과연...한 번밖에 없는 내 삶에 무엇이 더 중요한 것인가?
그 어린나이에...ㅋㅋㅋㅋㅋㅋㅋㅋㅋ갑자기 그런 고민을 막 하게 되더라구요...^^;
존경하는 오유 유저여러분.
몇몇 분들께서 말씀하시는 '자기관리' 의 기준이 무엇입니까?
사실 몇개의 글을 읽어봤는데요..정말 어이가 없어서 화가 다 나더라구요.
리플들 중 대다수의 '자기관리'의 기준이 몸매 관리 인것 같아서요...
'자기관리'가 '자기몸매관리'의 준말은 아니지 않습니까?
왜 일부 분들은 '자기관리'를 못해서 뚱뚱하니 욕을 먹어도 된다고 말씀하시는지요..?
'자기몸매관리'만 열심히 한다고 이세상을 과연 순탄하게 잘 살아 갈 수 있나 궁금합니다.
전 '자기몸매관리'를 하다가 진정한 '자기관리'를 못해 더 고생을 했습니다.
'자기몸매관리'는 언제든 맘만 먹으면 가능한 것이지만 시기를 놓쳐버린 '자기관리'는
복구가 불가능 하지 않습니까..복구가 가능하다 해도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저는 다시 살이 쪘습니다. 물론 그 때만큼의 거구는 아니지만요..
먹고 싶은거 다 먹고 '자기관리' 를 안해서 살이쪘냐구요? 그렇다면 전 그냥 돌을 맞겠습니다.
저 스스로의 합리화 인지는 모르겠지만..전 더 나은 제 인생을 위해 많은 것을 준비하려고
'자기몸매관리' 를 조금 미루어 둔 것 뿐입니다.
움직이지 않고 책상앞에 들러붙어 있고, 피아노 앞에서 움직이질 안하고.. 절로 살이 찌더군요.
글로 써서 그러지..제가 몸매관리를 포기하면서 까지 했던 '자기관리' 는 정말 혹독했습니다.
'몸매관리'로 인해 놓쳤던 상당부분을 회복하기가 정말로 어렵더라구요.....상상도 못할만큼..
그.러.나
덕분에 장학생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전 풍부한 소리를 조금은 찾았습니다.
우스갯 소리로 장학금과 맞바꾼 내 몸매 (ㅎㅎ) 라고 ..
전 제가 일부 분들이 말하는 '자기관리'를 안한것에 대해 조금도 후회를 하지 않습니다.
몸매는 마음만 먹으면 다 관리 할 수 있습니다. 저도 다시 시작하려 합니다.
단지 뚱뚱하다고 해서 '자기관리' 안한 사람으로 몰지 말아주세요.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사람도 충분히 '자기관리'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단, 비만은 정말 무서운 질병인거 아시죠? 가장 많은 합병증을 가진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몸을 챙기지 않는다면, 그 게으름에 대해 질책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어느것과도 바꿀 수 없는 자신의 소중한 몸을 챙기지 않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제가 화가 난것은, 단지 비만, 뚱뚱하다는 그 이유만으로 '자기관리를 안하는 게으른사람들'
이라고 못박아 버리는 몇몇 글 들 때문입니다. '자기관리'와 자신의 몸을 소중히 여기는건 조금
다른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질책을 하시려거든 '부모님께서 낳아주신 자신의 소중한 몸
건강하게 잘 돌보지 못한다.'라고 차라리 질책을 해 주십시오.
사랑하는 오유 유저 여러분.
뚱뚱한 사람, 살이 많은 사람도 자기관리 합니다. 미래를 위해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들 많습니다.
부디 한가지 이유만으로 '게으름' 이라는 도장은 찍지 말아주세요....
저같이 뚱뚱한 사람도...자기관리 정말 피눈물나게 노력하고 있답니다.......
뚱뚱한 사람은 여자로 안보인다...? 네 취향일 수도 있죠...^^
하지만 정이 가득한 오유에선 '내 이상형은 약간 마른 스타일이다..'라고 조금만 순화 해 주시면
참 좋을것 같다는 굉장히~ 지극히~ 개인적인 바램이있습니다....^^;
제 예비신랑도 마른사람이 이상형인데...ㅋㅋㅋㅋㅋ제가 이러고 있네요 ㅠ.ㅠ....
하지만 절 믿는다며 언제나 용기를 주는 그를 보니 든든하다는 (이거슨 자랑 ㅋㅋㅋㅋ)
전 오유를 하는 이유가.... 타 사이트보다 사람의 정이 느껴져서 였거든요...
요즘은 그런 기대와 믿음을 서글프게 하는 몇몇 분&악플러들이 있긴 하지만요..
전 그래도 오유를 좋아한답니다^_^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네요....오늘 내일만 참으면 좀 선선해 진다는데..
날씨가 조금 선선해지면 전 다시 '몸매관리' 를 시작할까 합니다.
앞뒤 안맞는 글 읽어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비난의 댓글 옹호의 댓글 모두 다 감사히, 그리고 신중히 받겠습니다..
여러분들 모두 즐거운 금요일 보내세요!! 주말이 코앞이잖아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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