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대선 캠프를 확장하기 위해 김지하 시인을 국민대통합위원장으로 거론하고 있다는 사실이 28~29일 각 언론을 통해 보도됐지만, 정작 김지하 시인은 박근혜 후보 측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하준 캐임브리지대 교수와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위한연구원장 영입설이 언론에 먼저 보도되었다가 두 사람 모두 “갈 생각 없다”는 입장을 밝힌지 채 한 달이 안돼 또 다시 박근혜 캠프에서 당사자 의사와는 무관하게 언론에 영입명단이 노출되고, 언론은 확인 없이 이를 받아쓰는 행태가 또 나타난 것이다.

특히 김지하 시인은 자신이 박근혜 캠프 영입명단에 올랐음을 언론보도를 통해 접하고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시인과 가까운 한 후배는 29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김지하 선생을 아는 (박근혜 캠프 쪽)한 분이, 김지하 선생을 찾아왔다고 한다”며 “그때 김 선생은 그를 안 만날 이유는 없지만 박근혜 캠프 얘기라면 만나기 싫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정치적 의도라면 만나고 싶지 않다고 분명히 말을 했는데, 이것이 보도되면서 김지하 선생이 크게 진노했다고 한다”며 “김 선생은 민감한 일, 정치에 얽매이는 말을 하기 싫어하고, 본인의 이름 자체가 나오는 것을 싫어한다. 지금 집에서 두문불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박근혜 캠프에서 왜 김지하 선생을 끌어들이는지 모르겠다”며 “역사인식이 무지한 사람이 전태일 재단을 찾고 인혁당 유가족을 언급하더니 이제 시인을 끌어들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왜 그러는지 언론이 취재해야지, (확인없이 캠프에 합류한다는)보도가 나와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 김지하 시인


한편 주요 일간지들은 28일 박근혜 캠프가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와 김지하 시인을 각각 선대위원장과 국민통합위원장으로 영입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이중 동아일보에 따르면 송호근 교수는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고, 김지하 시인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박 후보의 ‘국민대통합’ 프로젝트도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지하 시인의 경우 유신시대 ‘오적’ 등 저항시를 발표해 박정희 시대 대표적 저항시인으로 꼽혀와 영입여부에 촉각이 곤두섰다. 만약 박근혜 후보가 김지하 시인 영입에 성공했다면 역사관과 인혁당 발언 사과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박 후보 캠프에서 본인 동의 없이 이름이 새 나감으로서 박 후보의 계획은 역효과만 날 것으로 보인다. 장하준, 정태인, 송호근, 김지하 등 외부인사 영입에 줄줄이 실패한 박근혜 후보가 추석 연휴 동안 ‘안철수 옆 이헌재’와 ‘문재인 옆 윤여준’과 같은 논란의 파격인사를 선보일 것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