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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ewol_53656
    추천 : 11
    조회수 : 972
    IP : 180.64.***.123
    댓글 : 9개
    등록시간 : 2017/01/11 23:05:24
    http://todayhumor.com/?sewol_53656 모바일
    세월호.. 그 때의 나는 해군에 복무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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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한잔 자셨네요..
    세월호 사건발생 천일이 지났습니다..
    술먹고 나니 감성에 젖은건지..
    해군에 복무중이었던 그당시 일이 생각나네요..
     
     
     
    2014년 4월 16일.
    나는 진해사령부에 있었다.
    3함대 참수리(모 항 : 부 산)를 타고 있던 나는 그 당시 우리배를 수리하러 진해에 입항하였고, 수리를 진행중이었다.
    계급은 병장.. 약 4일 뒤 전문하사로 임관 하기전, 같이 배를 타던 수병들과 복지관에서 밥을 먹고있었다.
    야끼우동 면발 후루룩하던 그 때.. TV에서는 여객선이 침몰했다는 속보를 보여주고 있었다.
    옆으로 기운 세월호, 좌현은 이미 침수되어있고, 해경 P정들이 돌아다니는 상황,
    여과없이 생방송으로 보여주는 헬기들..
    그때 당시는 역시, 나이도 어리고 생각도 어리고, 희생자들은 뒷전에
    수병들과는 "저기 구조지원 갈 수도 있겠는데? " 라는 빈말아닌 말들을 던지며 그렇게 하루 하루 흘려보내고 속보를 보고있었다
    희생자들 생각은 뒷전이고 밥이나 먹고 얼른 수리하러가야지 란 생각에.. 그렇게 하루 일과를 끝마치고 생활관으로 돌아왔다..
    2014년 4월 20일
    노잼러 - "필승, 하사 노잼러 2014년 4월 20일부로 병장에서 하사로 진급을 명 받았..."
    편대장 - "인사치레는 됐고, 앞으로 6개월 단기하사지만, 병에서 부사관으로 올라온만큼 수병들 입장에서 생각하고, 좀 도와줘라 "
    노잼러 - "예, 알겠습니다. 필승"
    그렇게 단기하사가 되었다..
     
     
     
     
    2014년 4월 2x일 (출항날짜가 정확이 기억이 안나네요.)
    "알림, 본정은 세월호 구조작업 지원차 출항 할 예정, 각 직별 출항준비"
    그렇게 수리를 끝마치고, 세월호 구조작업을 지원하게 되었다..
    오전 10시 출항.. 속도는 약 25knt, 장판같은 바다위를 33x편대 31x, 28x 호정 두척이 항해하고 있었다.
    병풍도에 도착한 시간, 분명 낮인데도, 해무가 자욱하다..
    눈에 보이는 시야는 약 4000yd , 해는 떠있는데, 이 으스스함은 뭐란 말인가..
    항해당직이 아니었기에, 잠을 자다, 도착한 듯한 느낌, 서서히 줄어드는 엔진소리에 잠에서 깨어 중갑판으로 나갔다..
    담배를 하나 입에 물고, 주위를 한번 둘러보았다..
    자욱한 해무, 연일 속보로 띄워주던 그 세월호... 언론에서 떠들어대던 에어포켓이란 그부분...
    TV에서 보던 그 세월호는 이미 가라앉은 채로 함수 밑부분을 드러낸 채 떠 있었고.. 쉼없는 파도는 그 부분을 철썩철썩 때리고 있었다..
    주위에는 독도함, 비로봉함, 성인봉함 등 상륙함들이 앵커를 내린채 정박중이었고,
    그렇게 우리는 세월호에서 떠내려오는 유실물을 찾는 임무를 시작하였다..
    2014년 4월 2x일
    몇일째 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길게 참수리에서 자본적이, 태풍피항하러 마산으로 간적 말고, 얼마나 있었단 말인가..
    그나저나 이 해무는 없어질 줄을 모르고, 으스스함은 더 심해졌다.
    너울,파도에 31x호 정은 쉼없이 방향을 바꾸며, 병풍도 우측상단 약 1500yd부터 천천히, 해류에 맡긴채 떠내려 오고, 다시 올라가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정 내에 식당 자체가 없기에, 밥을 먹어야 할때는, 비로봉 또는 성인봉 함에 계류하여 밥을 먹기 일쑤였고,
    그렇게 정장 및 사관, 부사관, 수병들은 하나 둘 지쳐가기 시작했다.
    갈 수록 더 심해지는 너울 파도와 바람, 더 빨라진 해류는 더욱더 힘들게 만들었고, 밤에는 앵커조차 내릴 수 없어 ,
    그날 밤 ,또 다시 상륙함에 계류하여 잠을 자기 시작했다..
    삐그덕 삐그덕, 끼익끼익, 5인치 로프를 함수,함미에 묶어 놓았는데, 너울파도가 너무 심해, 견딜 수가 없는지,
    다시 떨어져 나와 해상당직표를 짠 후, 그렇게 당직과 잠을 교대하며 지냈다.
     
     
     
     
    2014년 5월 x일
    "함교 견시보고, 방위 300, 거리 1000, 유실물 하나 "
    조타 당직을 서는 중이라, 타기를 잡고 당직서고 있던 중, 함교에서 견시당직을 서던 수병이 외쳤다.
    정장 - "우현 앞으로 짧게"
    그렇게 유실물에 다가갔다.
    유실물과 서서히 가까워 오며, "알림, 유실물 작업요원 좌현 배치"
    운동화가 한짝이 보인다.. 파도에 찰랑거리고 있어 색깔은 안보이네..
    정장 - "타수 유실물 보이지? 최대한 가까이 붙여"
    노잼러 -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서서히 진입하여, 갑판장은 정에 있던 뜰채로 운동화를 건져 냈다.
    운동화는 나이키, 보라색 운동화였다, 사이즈는 230~40쯤.. 필시 한 여성 희생자였으리라..
    마침 유실물을 건져냈다는 소식을 지휘부에 알리며, 당직교대를 하고 중갑판에 나가 담배하나를 태우는데..
    수병들 - "유실물 보셨슴까? 우리 이제 휴가나갈 수 있습니까?" 부터 등등.. 항구에 들어가고 싶은 맘이 간절한 이야기를 한다..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저 말 자체가 틀렸다고, 잘못됐다고 머리는 생각하지만,
    나 또한 몸과 마음은 이미 너무 지쳐있었다..
    노잼러 - " 그만 떠들고 할 거 없으면 내려가서 잠이나 자라. 유실물 건진건 잘한건데, 희생자들 아직 밑에 많다. 이런 얘기 하고있을때냐?"
    핀잔을 주고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날짜가 지나가면서도 ,
    밤새 불이 환히 밝혀있는 잠수사들 바지선, 헬기에서 쏘는 조명탄 등...
    쪼가리 시간들 조차 헛되히 할 수 없어, 그렇게 희생자들의 시신과, 유실물들을 찾고 또 찾았다..
    그렇게 우리 33x편대는 7월~8월 달 까지 부산,목포 - 사건장소를 오가며 참수리의 떠돌이 생활을 계속 됐고
    몸과 마음은 지쳐있었지만.. 희생자 가족분들보단 못하다는 심정으로, 하루하루 유실물 찾기를 이어갔다..
    잠수사들은 계속적으로 시신을 인양하고 있었고, 그 소식도 하나 둘 점차 끊기기 시작했다..
    술 한잔 먹고 쓰려니.. 단어들이 기억이 안나네요..
    당시 세월호 유실물 작업지원을 나갔던, 부산 참수리 타던 #2갑판사입니다.
    만약 그당시 수병들이 이글을 본다면 누군지 분명 알 수 있겠죠..
    세월호 처음 사건 발생한 날부터.. 2014년 8월 정도 까지 계속 지원작업을 위해 항해했던게 기억이 납니다..
    몇일인지는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그당시 정말 지쳐있었습니다.. 몸과 마음 둘다.. 기상악화에, 2m파도만 되도 배는 꿀렁꿀렁..
    배 밑에서 자고있는 참수리 대원들은 편히 쉬지도 못하고.. 밥맛도 떨어지고..
    하루하루 컵라면을 안먹은 날이 없던거 같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때 당시 위에서 언급된 수병들이 한얘기를.. 같이 동조하면서도..핀잔을 주기도 했지만..
    잘 못 된걸 압니다. 그걸 알면서도 이미 마음은 목포에 들어가서 좀 쉬었으면 좋겠다.. 란 생각을 하고있었고..
     
     
    유가족분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같이 배에 있던 대원들도 정말 고생많았습니다..
    지금도 어디가서 누군가가 세월호에 잘못된 얘기를 하면, 저는 대놓고 말합니다..
    세월호 지원작업 뛰어봤냐고, 니가 해봤냐고, 해보지도 않았으면서 유가족이 어쩌고 저쩌고 나불대지말아라. 라고..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모릅니다. 모르죠.. 아무것도
    저는.. 그 유실물을 건질때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누군가의 자식이.. 누군가의 가족이.. 그렇게 가라앉아.. 죽었다고..
    그게 만약 내가 겪었다면.. 얼마나 슬플까 라는 심정도..있었기에..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마무리를 어떻게 지어야 할질 모르겠네요 ..
    픽션도 아니고 제가 직접겪은 실화입니다. 픽션처럼 보일수 있겠지만.. 주작이네 뭐네 이런말은 되도록 삼가해주셨으면 좋겠네요..
    아직 제 머릿속에 그때 상황은 다 남아있으니까요.
     
     
    세월호 발생 천일이 지나고, 그사이 몇일이 더 흘렀습니다..
    이제는 유가족분들이 더 아프지 않게.. 훌륭한 지도자가, 더이상 슬퍼하지 않도록.. 힘을 써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긴글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오타나 이런부분은 술먹고 쓴거니 이해해주세요^^;
    출처 내 멍청한 머리속, 그때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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