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는 작년인지 올해인지 가물가물한데. 추운날씨에 코트를 입었으니 그 즈-음 일거에요.
불금에 친구들과 한잔하고 수원쪽에 사는 친구 집에서 숙박을 한뒤. 그 친구에게 붙잡혀서 토요일 저녁까지 먹고 1호선으로 집에 돌아가던 길이었어요.
승객도 엄청 많았는데 운좋게 끝자리에 앉아 이어폰을 끼고 룰루랄라 귀가하던 중에. 몇 정거장 안가서 분위기가 웅성웅성하고 뭔가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이어폰을 빼고 두리번거리니. 출입구 근처에 서있는 아저씨가 어떤 여자분에게 욕을 하시는데. 한두마디 들었는데도 주정뱅이구나...
알아듣지도 못하게 '쒸@$#2 개#%@#$@ 어디서 이 쒸@#$@#%4!!!' 여자분은 처음엔 대꾸를 하셨을지 모르겠지만 제가 이어폰을 뺀 순간부터는
아무말씀 못하시더라구요. 무서우셨겠죠.. 웬 정신나간 주정뱅이가 막 욕을해대니...
그게 말하는 정도가 아니라 막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길래. 짜증은 나지만 잠깐 고민을 했어요(이제와 생각하면 조금 창피하지만).
저도 저녁먹으면서 소주를 한잔해서 냄새가 날텐데.
'혹시 끼어들었다가 취객끼리의 싸움으로 오해받으면 어쩌나.. 요즘에 남의 다툼에 끼었다가 독박쓰는 경우도 많다던데...'
그때 근처에 서계시던 40대쯤 되보이시는 남성분이. '왜 아무 잘못없는 여성분에게 욕을 하고 그러시냐' 점잖게 한마디 하셨어요.
그러자 이 술쓰레기(이렇게 표현해도 될 정도였어요)가 여성분과 그 남성분을 같이 싸잡아 욕하더라구요 -_-;
나한테 하는 욕이 아닌데도 듣고있자면 불쾌해지는 정말 상스러운 욕설을.. 저도 같은 입장이었지만 그 지하철 칸이 조용하고.
누구도 나서기가 애매한 상황이었어요. 한마디 하셨던 정의의 남성분도 술쓰레기가 거친 욕설을 뱉으며 손을 올려대니 당황하셨고.....
사실 무논리에 욕만하는 사람을 맨정신에 다독인다는게 말이 안되잖아요;;
저도 짜증이 나더라구요. 물론 여성분도 안타깝지만 보다못해 한마디 나선 정의의 남성분이 막 궁지에 몰리는게..
제가 183cm 86kg이에요. 근육은 별로 없고 길쭉한 돼지죠;; 하지만 때마침 불금에 행사가 있어서 검은수트에 검은 반코트를 입었고.
친구집에서 1박을 했기에 타이는 풀고있어서 모르고보면 '그냥 어쩐지 위압적인 커다란 검은색' 이었어요.
대화가 안통하는 상대와 대화를 하긴 싫고. 함부로 손댔다가 경찰서에 가는것도 싫어서. 자리에서 일어나서(1시간은 훨씬더 가야 내리는데..ㅠ)
정의의 남성분과 여성분을 제 앞쪽으로 오시라하고. 술쓰레기를 등지고 사이를 제가 막아버렸어요. 두분 다 '감사합니다' 라고 하시는데
앞으로 1시간 넘게 고생할 제 다리에 힘이 솟더라구요 -_-/
그리고 술쓰레기를 째려보면서 '술을 쳐 마셨으면 곱게 들어가지. 공공장소에서 지x이야.' 라고 한마디 드렸고. 술쓰레기는 들릴락말락 욕을했지만
저는 그정도에 만족하면서(사람도 많고 같이 싸우면 취객싸움... 손이라도 댔다간 경찰서에 같이 갈수도 있고...)
제 가슴앞에 서계시던 정의의 남성분에게 '경찰에 신고하세요' 라고 속삭여 드렸습니다.
몇 정거장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자 경찰분들이 계셨고. 그 술쓰레기는 생각보다 과격하게 끌려 내리시더라구요? 물론 내리라고 몇차례 권고해도
계속 욕하면서 버티긴했지만.. 그 장면이 사이다!!
반전은.. 저는 그 지하철을 계속 타고있기가 부끄러워서 저도 몇 정거장 후에 내려서 다음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갔었죠;;;
그 몇 정거장동안. 중년의 정의의 남성분을 품고 있었다는....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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